유조선 기사가 며칠 새 쏟아진 이유, 호르무즈 지도 한 장으로 풀립니다

2026년 8월 25일 · 한국

사우디 유조선 한 척이 홍해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았습니다.

같은 주에 이란은 한국 선박을 포함한 유조선 45척의 이름을 공개했고, 소말리아 앞바다에서는 유조선 납치까지 벌어졌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다른 사건 같은데, 왜 하필 같은 주에 몰렸을까요.

3줄 요약
1. 한 주 사이 유조선 사건이 세 바다에서 났습니다
2. 얀부 피격과 이란의 45척 명단이 겹쳤습니다
3. 호르무즈 한 곳이 막히면 다른 바다가 흔들립니다

얀부 서쪽 117km에서 벌어진 일

8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연안 원유 수출항 얀부에서 서쪽으로 63해리(약 117km) 떨어진 바다에서 유조선 한 척이 피격됐습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가 확인해 준 것은 이 배가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았다는 사실, 그리고 주갑판에서 불이 났지만 승무원 전원이 무사하다는 것까지입니다.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흐리는 피격된 배가 자사 소유의 암잔호라고 확인했습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자신들이 탄도미사일로 이 배를 때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장과 확인은 다릅니다.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이번 피격의 배후에 대해 별다른 확인이나 논평을 내놓지 않았고, 배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얀부가 갑자기 중요해진 이유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바깥 바다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입니다. 사우디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에서 퍼 올린 원유가 모두 이 좁은 길을 지나야 인도양으로 나갑니다.

얀부는 그 길이 막혔을 때를 대비한 보험 같은 통로였습니다. 정유 시설에서 얀부까지 이어지는 동서 송유관으로 원유를 홍해 쪽으로 보낸 뒤, 그곳에서 배에 싣는 방식입니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봉쇄하면서 얀부는 사우디의 핵심 우회 수출로로 떠올랐습니다.

문제는 그 우회로마저 조용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후티는 지난달 홍해에서 사우디와 연계된 선박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고, 7월에는 얀부에 있는 아람코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회하려고 만든 길목이 다시 표적이 된 셈입니다.

이란이 45척의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같은 시기 이란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압박에 나섰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관리를 위해 새로 만든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이 23일, 통항 규정을 어겼다며 유조선 45척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어떤 규정을 어겼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란은 그동안 해협을 지나는 배에 사전 통항 허가와 보안 비용 지불을 요구해 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명단에 오르면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느냐입니다. PGSA는 이 배들에 벌금을 물리거나 실은 화물을 압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름만 부르고 마는 조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명단에는 한국 장금상선 소유 선박 5척과 아랍에미리트 아드녹, 사우디 바흐리, 노르웨이 클라베네스 소속 선박이 들어갔습니다. 이란은 이 배들과 해상에서 기름을 옮겨 싣는 환적 작업을 하는 배까지 명단에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해협 밖에 대기하다 셔틀처럼 기름을 실어 나르는 배들까지 겨냥한 것입니다. 이 발표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융 공세"를 준비 중이라고 경고한 뒤에 나왔습니다.

한국 독자에게 남는 질문은 그 5척이 어떻게 되느냐일 텐데, 이란이 명단 공개 이후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13척, 지난해는 5척

호르무즈와 홍해에 시선이 쏠린 사이, 위험은 다른 바다에서도 자라고 있었습니다. 21일에는 에리트레아 국적 유조선 시부 1호가 예멘 인근 해상에서 무장괴한 6명에게 장악돼 소말리아 쪽으로 끌려갔습니다. 로이터 집계로 올해 소말리아 연안과 아덴만에서 공격받은 배는 이 배를 포함해 최소 13척입니다. 지난해 한 해 5척의 두 배가 넘습니다.

소말리아 해적은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서인도양에서 수백 건의 선박 공격을 벌였던 세력입니다. 각국 해군의 연합 작전으로 크게 위축됐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안보연구소의 티머시 워커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해적 활동은 억제돼 있었을 뿐 완전히 근절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재확산의 배경으로 꼽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중동 정세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유조선이 더 매력적인 표적이 됐다는 것, 그리고 소말리아 해역을 지키던 해군 전력 상당수가 호르무즈와 홍해로 옮겨가면서 감시가 느슨해졌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끌려간 시부 1호는 이란산 석유제품을 제재를 피해 실어 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 소속으로, 이미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배였습니다.

후티와 소말리아 해적이 손을 잡았다는 주장에 대해 해적 전문가 제이 바하두르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로이터에 밝혔습니다. 하필 이란과 연계된 배가 당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멘과 소말리아의 범죄조직 사이에 무기 밀매와 인신 밀수를 매개로 한 오랜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그는 짚었습니다.

이번 일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뚫는 쪽과 막는 쪽이 계속 자리를 바꾼다는 점입니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얀부가 부각됐고, 얀부가 흔들리자 아덴만의 빈자리가 드러났습니다. 유조선 뉴스를 읽을 때 배 이름보다 먼저 볼 것은 그 배가 어느 바다에 떠 있었는지입니다.

참고

  • 뉴스핌, 연합뉴스, 한국경제TV, 시사월드, 해사신문,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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