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수주 34척 대 32척, 한국이 중국에 뒤진 이유

2026년 8월 24일 · 한국

LNG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은 한국 조선업이 오랫동안 앞서 온 분야입니다.

그런데 올해 7월 초 집계에서는 중국의 LNG선 수주량이 한국을 앞질렀습니다. 2022년만 해도 한국이 70척 가까이 앞서 있던 격차입니다.

몇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3줄 요약
1. 올해 LNG선 수주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섰습니다
2. 2022년 70척이던 격차가 2척으로 좁혀졌습니다
3. 척수보다 어떤 배를 얼마에 파는지를 봐야 합니다

34척 대 32척, 몇 년 만에 사라진 70척

이탈리아 선박중개업체 반체로코스타 집계로, 지난 7월 초 기준 중국 조선소의 올해 LNG선 수주는 34척, 한국은 32척입니다. 2022년에는 한국 113척에 중국 43척이었습니다. 70척에 달하던 격차가 몇 년 만에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2022년올해 7월 초
한국113척32척
중국43척34척

LNG선 한 종목만의 일도 아닙니다.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에서는 올해 1~7월 중국이 26척, 한국이 14척을 수주했습니다. 세계 발주량의 65%를 중국이 가져간 셈입니다. 중국 헝리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 이 선종에 처음 뛰어들어 8척을 받았고, 설비 확장이 끝나면 배를 짓는 자리를 22개까지 늘립니다. 값만 낮춘 것이 아니라, 지을 자리 자체를 늘리고 있습니다.

한 번 잘 지어 넘기면 선주가 다시 옵니다

중국 장난조선은 아부다비국영선사(ADNOC)가 발주한 LNG선 6척을 모두 인도한 뒤, 지난 7월 같은 선형으로 4척을 더 받았습니다. 후둥중화는 지난 6월 세계 최대 규모인 27만 1000㎥급 LNG선 건조에 들어갔습니다.

선주에게 인도 실적은 "이 조선소에 맡겨도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한 번 쌓이면 다음 발주가 따라옵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발주처입니다. 중국 조선소가 중국 선사 물량만 받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한국에 배를 맡기던 해외 선주들까지 발주처를 중국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일감이 없어서 밀린 것이 아닙니다

한국 조선소가 한가해서 순위가 뒤집힌 것은 아닙니다. HD현대중공업을 포함한 HD한국조선해양 조선 계열사는 500척 이상, 약 3.5년치 일감을 이미 쌓아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반대쪽입니다. 주문을 더 받고 싶어도 배를 지을 도크가 비어 있지 않습니다. 도크는 배를 조립하는 거대한 물웅덩이 같은 시설입니다. 한 척이 완성돼 빠져나가야 다음 배를 앉힐 수 있으니, 자리가 없다는 말은 곧 납기를 약속할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반대로 중국은 새 도크를 계속 돌리며 더 이른 인도 시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플러스 보도에서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척수보다 어떤 배를 얼마에 수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도, 한국이 자리가 없어 받지 못한 물량을 중국이 가져가 건조 실적을 쌓고 반복 발주까지 확보하면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90여 척은 그대로인데 수출액은 40% 늘었습니다

울산세관이 내놓은 최근 5년 분석에 그 선택이 숫자로 남아 있습니다. 울산지역의 연간 선박 수출은 90여 척 수준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 수출액은 2021년 72억달러에서 2025년 101억달러40.3% 늘었습니다. 전체 선박 수출액에서 LNG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9.2%였다가 올해 1~7월 33.9%까지 올라갔습니다. 한때 주력이던 컨테이너선은 2024년 67척에서 올해 1~7월 4척으로 줄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척수가 아니라 척당 가격입니다. 배를 더 많이 지은 것이 아니라, 비싼 배를 골라 지었습니다.

뒤처졌던 일본이 한국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끼어들었습니다. 2019년 이후 사실상 LNG선 시장에서 손을 뗐던 일본이 재진입을 준비합니다. 나무라조선소는 약 8730억원을 들여 대형 선박용 독을 새로 짓기로 했고,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연간 선박 건조량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배경은 에너지 안보입니다. LNG 대부분을 수입에 기대는 일본은 약 100척의 LNG선을 굴리는데, 교체 주기를 20년으로 잡으면 해마다 5척씩은 새로 채워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조선업계는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업체와 기술 협력이나 기술 이전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선 쪽을 뒤쫓는 것이 아니라, 뒤처진 쪽이 앞선 쪽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LNG선은 영하 163도의 액화 상태로 가스를 실어 나릅니다. 극저온에서 단열 성능을 유지하는 화물창 기술과 오랜 시운전·운항 경험이 필요해, 조선소 규모나 가격만으로는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아직 우세합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한국의 기술이 갑자기 뒤처졌다는 신호라기보다, 도크가 꽉 찬 성공의 그늘에서 중국이 자리를 넓히고 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중국이 인도 실적을 계속 쌓고 일본까지 재진입에 성공한다면, 지금의 우위가 그대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 시장을 지켜볼 때 수주 척수 하나만 세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참고

  • bnt뉴스, 비즈니스플러스, 해사신문, 매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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