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두 분의 별세 소식이 나란히 전해졌습니다.
제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분과,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 백인천 전 감독입니다.
두 분의 이야기에는 뇌출혈과 뇌경색이 모두 등장합니다. 왜 하나가 아니라 둘일까요.
3줄 요약
1. 뇌경색은 혈관이 막히고 뇌출혈은 혈관이 터집니다
2. 백인천 전 감독은 뇌경색 뒤 뇌출혈을 다섯 차례 겪었습니다
3. 내가 겪은 것이 막힘인지 터짐인지 알아야 합니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교단에 돌아왔고, 다시 뇌경색이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0일, 제주의 초등교사 양성우 씨(52)가 이달 6일 제주한라병원에서 심장과 폐, 간, 양쪽 신장, 그리고 피부를 기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뇌사 장기기증이었고, 다섯 명이 그의 장기로 새 삶을 얻었습니다.
양 씨는 2000년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상태가 호전돼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뉴스1 등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쓰러질 당시 교장이었지만, 복귀할 때는 평교사로 아이들 곁에 섰습니다. 동아일보는 그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소외된 학생을 세심히 챙기던 교사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4월 말, 이번에는 뇌경색 초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재활을 이어 가던 중 지난달 31일 다시 쓰러졌고, 끝내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한 번은 혈관이 터졌고, 그다음은 혈관이 막혔습니다.
다섯 번의 뇌출혈, 그리고 15일 새벽 6시 41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백인천 전 감독에게 처음 찾아온 것도 뇌경색이었습니다. 1997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이었고, 그 뒤로 뇌출혈이 다섯 차례 이어졌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다시 일어섰습니다.
별세 이틀 전인 13일 오후, 그는 오랜 동료인 김소식 원로 야구인에게 전화를 걸어 "나 지금 좋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다음 날 새벽 5시, 충남 천안 거주지에서 9년째 그를 돌봐 온 요양보호사가 평소와 다른 기침 소리를 들었습니다. 심정지 상태로 가까운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고, 별세 소식이 속보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장례를 준비하려고 그동안 치료를 받아 온 단국대병원으로 옮긴 뒤, 그가 희미하게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아직 의학적 사망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는 2년 전,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해 둔 상태였습니다. 산소호흡기를 단 채 하루를 더 넘긴 뒤 15일 새벽 6시 41분, 단국대병원에서 별세했습니다. 17일 화장을 거쳐 경기 용인에 수목장으로 안장됐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유일한 4할 타율의 주인공이 마지막에 넘던 고비도, 결국 뇌혈관이었습니다.
하나는 막혀서, 하나는 터져서
두 분의 이야기에 뇌경색과 뇌출혈이 번갈아 나오는 게 헷갈리실 수 있습니다. 이름이 비슷한 데다, 둘 다 뇌졸중이라는 한 단어로 묶여 불리기 때문입니다.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서로 반대편에 있습니다. 뇌경색은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피가 통하지 않는 상태이고, 뇌출혈은 그 혈관이 터져 피가 뇌 안으로 새는 상태입니다. 막힘과 터짐. 같은 뇌혈관에서 벌어지지만 사고의 방향이 다릅니다.
다만 방향이 반대라고 해서 원인까지 정반대라는 뜻은 아닙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상하면서 생기는 병들을 묶은 이름이고, 그 안에서 어떤 사고가 나느냐가 갈릴 뿐입니다. 그래서 한쪽을 넘겼다고 다른 쪽이 자동으로 비껴가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두 분 모두 두 가지를 차례로 겪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고 싶어지지만, 거기서 멈추는 게 맞습니다. 두 분에게 어떤 위험 요인이 있었는지, 앞의 병이 뒤의 병을 불렀는지는 보도된 바가 없습니다. 개인의 검사 기록 없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회복은 끝이 아니라 관찰의 시작입니다
두 이야기에서 함께 보이는 대목은 호전된 뒤에도 이야기가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한 분은 교단으로 돌아와 다시 아이들을 가르쳤고, 다른 한 분은 다섯 번을 버텨 냈습니다. 그러고도 몸은 계속 지켜봐야 할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뇌졸중을 겪은 본인이나 가족에게 가장 실용적인 정보는 통계가 아니라 자기 진단명입니다. 막힌 쪽이었는지 터진 쪽이었는지, 언제 어느 부위였는지. 이걸 기억하고 있으면 다음 진료에서 물어볼 것이 분명해집니다. 재발 위험을 무엇으로 확인하는지, 어떤 증상이 오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하는지, 지금 먹는 약이 어느 쪽을 막기 위한 것인지.
이번 두 사연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건 병명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뇌출혈 다음에 뇌경색이 왔고, 뇌경색 다음에 뇌출혈이 다섯 번 왔습니다. 정기 검진에서 확인할 것은 '다 나았는가'보다 '무엇이 다시 올 수 있는가' 쪽에 가깝습니다. 그 답은 뉴스가 아니라 담당 의료진에게 들어야 정확합니다.
참고
- 동아일보, 한겨레,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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