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사우델이 괌 인근 해상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 발생한 태풍은 벌써 17개나 되지만, 단 하나도 한반도에 상륙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흐름을 막아온 벽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슨 뜻일까요.
3줄 요약
1. 사우델의 한반도 상륙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2. 20일 초속 20m였다가 23일엔 49m로 뜁니다
3. 이번 주 후반 예보가 진로를 가릅니다
최근 태풍을 비껴가게 한 방패, 왜 흔들리나
올해 한반도는 유독 태풍의 무풍지대였습니다. 13호 돌핀부터 17호 낭카까지 다섯 개 태풍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전부 한반도를 비껴갔습니다. 돌핀은 중국에, 15호 찬홈은 일본에 상륙하며 비구름만 남겼고, 첫 영향 태풍으로 기록된 6호 장미도 남해 먼바다에서 그쳤습니다.
최근 태풍이 번번이 비껴간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반도 상공을 두텁게 덮고 있던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방어막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며 동쪽으로 물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2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북서 태평양이 열려있는 상태에서는 주변에 방해하는 고기압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이동해 우리나라 쪽으로 접근하는 환경이 갖추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사우델의 예상 경로는 13호 돌핀과 상당히 닮았습니다. 돌핀도 오키나와를 거쳐 중국 저장성 방향으로 이동하며 큰 피해를 남겼습니다. 다만 돌핀이 지나갈 때는 이중 고기압 구조가 아직 버티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구조가 무너진 상태여서, 사우델이 같은 길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강도 4'는 얼마나 강한 걸까요
사우델은 19일 정오 괌 남동쪽 먼바다의 열대저압부에서 태풍으로 승격했습니다. 20일 오전 9시 기준으로는 중심기압 996hPa, 최대풍속 초속 20m 수준의 강도 1에 그칩니다. 중심기압은 태풍 한가운데의 기압인데, 이 숫자가 낮을수록 강한 태풍입니다. 사흘 뒤 예상치인 935hPa은 앞선 대형 태풍들과 견줄 만한 수준입니다.
기상청이 내놓은 전망을 보면 발달 속도가 가파릅니다.
| 시점 | 강도 | 최대풍속 |
|---|---|---|
| 20일 오전 | 1 | 초속 20m |
| 21일 밤 | 3 | 초속 35~39m |
| 23~24일 | 4 | 초속 45~49m |
23일 오전이면 최대풍속이 초속 49m, 시속으로는 176km에 이를 전망입니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태풍 강도 표기를 기존 '중·강·매우강·초강력' 대신 숫자 1~5단계로 바꿔 발표하고 있는데, 강도 4는 최대풍속 초속 44m 이상 54m 미만인 경우를 가리킵니다. 예전 기준으로는 '초강력'에 준하는 위력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북상하는 태풍은 대개 차가운 바다를 만나 힘이 빠지는데, 이번엔 그 기대가 어렵습니다. 앞서 지나간 돌핀이 서태평양의 열을 어느 정도 빼앗아 갔지만 그사이 열이 다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 강남영 교수의 설명입니다. 사우델이 지나는 해역 수온은 28~29도입니다.
25일 이후를 가르는 세 가지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예상경로는 25일 오전, 오키나와 동남동쪽 해상까지입니다. 그 시점 예상 위치조차 70% 확률로 반경 440km 안에 있다는 뜻이어서, 그 이후 진로는 사실상 열려 있는 셈입니다.
그 다음을 가르는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꼽힙니다. 첫째는 북태평양고기압입니다. 서쪽으로 강하게 뻗으면 사우델은 중국 쪽으로 밀리고, 반대로 수축하면 오키나와 부근에서 북쪽이나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 여지가 생깁니다. 둘째는 중국 북부와 한반도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속도입니다. 빠르게 내려오면 태풍을 끌어올리고, 늦게 접근하면 태풍은 더 오래 서쪽으로 이동합니다. 셋째는 사우델 자체의 강도입니다. 태풍이 강할수록 대기 상층까지 영향을 받아 주변 기압계와 더 강하게 상호작용합니다.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은 20일 브리핑에서 "수치모델 90% 이상이 중국 남부로 방향을 예측하고 일부 모델은 일본으로 전향한다고 봤다"면서도 "태풍 도달 간극이 3천~4천km에 달하는 오차를 보여 일주일 이후 태풍 경로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25일 이후 진로는 미지수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진로는 이번 주 후반쯤 뚜렷해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수확기 농가와 도심이 지금 할 일
사우델의 상륙을 지금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벼와 사과, 배가 한창 수확기에 접어든 시점이라, 태풍이 스치기만 해도 강풍과 폭우 한 차례로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농가라면 진로가 확정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논밭 배수로에 쌓인 흙과 잡초를 미리 걷어내고, 웃자란 과수는 지주대와 버팀줄을 다시 묶어 둡니다. 이미 익은 과일은 태풍 소식이 구체화되기 전에 앞당겨 따는 편이 낫습니다. 비닐하우스는 찢어진 곳부터 손보고 고정 끈을 조입니다.
도심에서는 물이 고이는 자리를 아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같은 침수 취약지역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습니다. 반지하나 저지대에 산다면 배수구 덮개 위 낙엽과 쓰레기를 치워 두고, 폭우 예보가 뜬 날에는 지하주차장에 세운 차를 옮겨 놓는 것만으로도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산사태 취약지역과 해안 저지대, 지하차도는 태풍이 가까워졌을 때 접근을 피해야 할 곳입니다.
당장 체감되는 변화는 늦더위입니다. 태풍 전면부에서 불어드는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의 남풍이 겹치면서, 절기상 더위가 꺾인다는 처서를 지나고도 낮 기온이 33도 안팎까지 오르고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동안 태풍을 잘 피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비껴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과도한 공포는 필요 없지만, 준비는 진로가 정해진 뒤에 하면 늦습니다. 이번 주 후반 기상청이 내놓을 예보를 눈여겨보면서, 그 전에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참고
- LG헬로비전, 이슈밸리, 아주경제, 이코노미톡뉴스, KBS 뉴스, 위키트리, OBC 뉴스, 남도일보, 경기일보, 이코리아, 톱스타뉴스, 뉴스에듀신문, 뉴스;트리,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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