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찬홈 경로, 한국은 왜 이번에도 비켜갔을까

2026년 8월 24일 · 한국

제15호 태풍 '찬홈'이 일본에 상륙한 지 하루 만에 태풍이 아니게 됐습니다.

들어간 곳도, 지나간 방향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도쿄 인근으로 올라온 뒤 일본 본토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거꾸로 가로질렀고, 산에 부딪히며 힘을 잃었습니다.

한국은 이번에도 태풍을 맞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좋은 일이기만 할까요.

3줄 요약
1. 찬홈은 일본을 가로지르며 동해에서 소멸했습니다
2. 한국 상륙 2년째 0개, 남부 가뭄은 그대로입니다
3. 9월까지는 언제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일본을 거꾸로 통과한 태풍

기상청에 따르면 찬홈은 8월 11일 밤 도쿄 인근에 상륙한 뒤, 12일 오전 9시 오사카 북쪽 해상에서 태풍보다 약한 단계로 내려앉았고 오후 3시에는 아예 태풍이 아닌 온대저기압으로 성질이 바뀌었습니다. 기상 위성 사진에서도 태풍의 동그란 형태를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태풍은 보통 남쪽에서 올라와 서쪽이나 북쪽으로 빠집니다. 찬홈은 반대였습니다. 일본 열도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질렀습니다. 일본 기상청도 이 경로를 "보기 드문 경로"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방향이 태풍의 수명을 줄였습니다. 태풍은 따뜻한 바닷물에서 힘을 얻는데, 육지에 올라오면 연료가 끊깁니다. 일본 본토를 길게 가로지르는 동안 높은 산들에 계속 부딪히면서 찬홈은 빠르게 흐트러졌습니다. 도쿄를 포함한 간토 지방과 도호쿠 연안에는 강풍과 높은 파도 피해가, 도호쿠부터 서일본까지 넓은 지역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예보됐습니다.

동해안 최대 60mm, 가뭄에는 모자랍니다

세력을 잃은 찬홈이 남긴 비구름은 동해 쪽으로 밀려왔습니다. KBS 뉴스에 따르면 강원 영동과 산지에서 시작된 비가 경북 동해안으로 번지며 이틀 넘게 이어질 전망이고, 예상 강수량은 동해안 20~60mm, 부산·울산·경남은 10~40mm입니다.

동해안이나 남해안, 제주에 계신 분이라면 이쪽이 더 중요합니다. 해상에 4m가 넘는 물결이 일어, 높은 너울이 방파제를 넘어올 수 있습니다. 비가 그친 뒤에도 파도는 한동안 남습니다. 방파제나 갯바위 근처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가뭄이 극심한 경남에도 13일부터 비가 내리지만, 이 정도로는 해갈이 안 됩니다. 논밭과 저수지를 채우려면 땅이 젖을 만큼 오래 내려야 하는데, 40mm는 마른 땅이 삼키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양입니다. 14일 소나기도 짧게 그치는 성질이라 마찬가지입니다. 비다운 비는 16~17일에나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서늘한 북동풍이 함께 불어 들며 폭염과 열대야는 한풀 꺾였습니다. 한 달 넘게 열대야가 이어진 제주도 지난밤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다만 낮에는 수도권 등 서쪽이 여전히 33도 안팎까지 오르고, 열대야도 주말부터는 다시 온다고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이번 비를 더위의 끝으로 읽으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태풍이 안 오면 가뭄이 옵니다

올해 국내에 상륙한 태풍은 하나도 없습니다. 첫 영향 태풍이었던 '장미'조차 남해 먼바다만 스쳤습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이걸 태풍이 적게 생겨서가 아니라 타이밍 문제로 설명합니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북서태평양 한복판에서 고기압 활동이 약하다 보니 태풍이 활발하게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도 "단지 기압계의 상황에 따라 타이밍이 맞지 않아 태풍이 한반도로 오는 열차를 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태풍이 오는 길은 매번 새로 뚫리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기압 배치에 따라 열리고 닫힙니다. 열차는 계속 출발하는데 한반도로 오는 선로에 신호가 안 떨어진 셈입니다.

태풍은 피해를 남기지만 물을 채워 주기도 합니다. 여름 강수량의 상당 부분이 태풍에서 옵니다. 그래서 태풍이 오지 않은 지난 2년 동안 한국은 지난해 강원, 올해는 남부지방에서 극심한 가뭄을 겪었습니다. 경로 하나가 어긋나면 피해도, 비도 함께 빗나갑니다. 이번에 태풍이 비켜간 게 반가운 소식이기만 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9월까지는 아직 태풍 철입니다

태풍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주경제에 따르면 찬홈이 소멸하는 사이 오키나와 동남동쪽 먼바다에서 새 열대저압부가 생겨, 하루 안에 제17호 태풍 '낭카'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 태풍이 한국으로 올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진로는 발생 뒤 며칠에 걸쳐 정해집니다.

영국의 태풍 예보 전문기관 TSR은 8월 10일 보고서에서 올해 태풍 활동이 평년 대비 60% 이상 활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강한 엘니뇨가 태풍의 발생과 발달을 밀어 주면서, 11월까지 강한 태풍이 평년 9.3개보다 많은 13개가량 나타날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강 교수는 "9월까지는 태풍의 성수기이기 때문에 언제든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뭄 해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재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태풍이 우리에게 남긴 건 비 몇십 밀리미터와 며칠의 선선함입니다. 두 달 뒤에 남길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태풍 소식을 볼 때 확인할 것은 몇 호 태풍인지가 아니라, 그 태풍이 어느 방향에서 올라오고 있는지입니다.

참고

  • 중앙일보(Daum), 아주경제,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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