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오른 승객이 목적지에 닿지 못한 채 도로에 남겨졌습니다.
그것도 왕복 16차로 도로였습니다. 몹시 취해 있던 승객은 그 자리에서 다쳤고, 가족은 실종 신고까지 냈습니다.
택시기사는 왜 승객을 그대로 두고 떠났을까요. 그리고 검찰은 지난 8월 12일, 이 일로 어떤 형을 구형했을까요.
3줄 요약
1. 택시기사가 만취 승객을 도로에 내려주고 떠났습니다
2. 왕복 16차로에서, 검찰 구형은 징역 1년 6개월
3. 실제 형량은 다음 달 23일 선고에서 정해집니다
왕복 16차로에 남겨진 승객
지난 1월 23일, 광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20대 택시기사 A씨는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승객이 술에 몹시 취해 구토할 것 같다고 하자, A씨는 목적지가 아닌 왕복 16차로 도로의 가장자리에 승객을 내려주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왕복 16차로면 차량 통행이 많은 큰길입니다. 걸어서 안전하게 이동할 만한 곳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인사불성 상태였던 승객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다쳤습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승객이 다친 것은 A씨가 불러준 다른 택시를 타러 이동하던 중이었습니다. 가족은 연락이 닿지 않자 "행방불명됐다"며 신고했고, 이 때문에 실종자 수색까지 벌어졌습니다. 승객 한 명을 목적지가 아닌 곳에 내려준 일이 가족에게는 실종 소동으로, 경찰에게는 수색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사건으로 번진 셈입니다. 검찰은 이 행위를 유기로 봤습니다. A씨는 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택시기사가 내놓은 해명
지난 8월 12일, 광주지법 형사2단독 최윤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결심공판은 검찰과 변호인이 마지막 의견을 내는 자리로, 이 절차가 끝나면 재판부가 선고 날짜를 잡습니다.
A씨 측 변호인은 다른 정황을 내놓았습니다. 승객이 운행 중에도 전화 통화를 했고, 차량이 멈추자 스스로 내려 구토한 뒤 인도에 앉아 있었다는 겁니다. 다른 택시를 불러주겠다는 A씨의 말에 대답도 했다고 했습니다. 변호인은 "외관상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가 실제로 다른 택시를 호출했고, 이를 취소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후 피해자 어머니와 경찰의 연락을 받고 승객이 발견될 때까지 상황을 설명하며 수색에 협조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습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위험에 빠뜨리려 한 것은 아니었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여기서 갈립니다. 검찰은 승객을 그 자리에 두고 떠난 것 자체를 유기로 봤고, 변호인은 승객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상태였고 대체 수단도 마련해 줬다고 반박합니다. 같은 장면을 놓고 '버렸다'와 '조치했다'가 맞붙어 있는 셈입니다.
구형 1년 6개월, 선고는 다음 달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징역 1년 6개월은 검찰이 요청한 형량이지, 법원이 확정한 형량이 아닙니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을 9월 23일에 열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얼마가 나올지, 혹은 집행유예로 마무리될지는 그날 가봐야 압니다.
뉴스 제목만 보면 이미 형이 정해진 것처럼 읽히기 쉽습니다. 하지만 구형과 선고는 다른 절차입니다. 검찰은 구형까지만 정하고, 실제 형량을 정하는 건 판사입니다. 판사는 구형량보다 낮게, 때로는 다른 방식으로 선고하기도 합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승객을 목적지가 아닌 도로 위에 내려두고 떠난 행위를 법원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아직 열려 있는 문제입니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대신 다른 택시를 불러주는 것으로 충분했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승객이 술에 취해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운 상태였는지, 아니면 변호인 말대로 어느 정도 의식이 남아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의 몫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취한 승객을 내려준다면, 어디에 내려주느냐
승객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택시에서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취했다면, 목적지까지 요금을 다 낼 생각이었더라도 기사가 중간에 내리라고 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사건이 보여줍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어디에 내려주느냐는 기사의 재량이 아니라 법이 따지는 문제라는 점을, 이번 구형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큰길 한복판이냐, 편의점 앞이냐, 파출소 앞이냐에 따라 같은 행동도 전혀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체 수단을 불러줬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무사할 수 있었는가까지가 함께 따져집니다.
그래서 많이 취한 사람을 택시에 태워 보낼 때는 목적지를 기사에게 정확히 알리고, 도착 여부를 확인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족이 알아챈 것도 연락이 끊긴 뒤였습니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도로 위에 혼자 남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참고
- 동아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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