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을 쏘고도 입을 다문 이유

2026년 8월 24일 · 한국

북한이 지난 12일 오전 6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한 발을 쐈습니다.

늘 그랬듯 노동신문이 다음 날 발사 사실을 전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록, 북한 매체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3줄 요약
1. 북한이 미사일을 쐈지만 발표는 없었습니다
2. 8월 6일과 12일, 두 차례 모두 조용했습니다
3. 종합 발표로 뒤집힐 수 있어 지켜볼 문제입니다

원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2일 오전 6시쯤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약 700㎞를 날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700㎞라는 사거리를 두고는 주일 미군 기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이번 발사는 오는 17일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을 닷새 앞두고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훈련에 대한 반발 성격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뒤따랐습니다. 북한이 훈련을 앞두고 무력 시위를 벌인 것 자체는 낯선 패턴이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이후의 대응이 평소와 달랐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조용합니다

북한은 평소 미사일을 쏜 다음 날 노동신문 등을 통해 미사일의 종류와 비행거리, 목표 달성 여부를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13일 현재까지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북한은 지난 6일 같은 원산 일대에서 쏜 미사일에 대해서도 침묵했습니다. 두 차례 연속으로 발사 사실을 스스로 밝히지 않은 셈입니다.

왜 말을 아낄까

노컷뉴스는 몇 가지 가능성을 짚었습니다. 하나는 발사가 실패했거나 기대한 성과에 못 미쳤을 가능성인데, 이 부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는 의도적인 수위 조절입니다. 미국이 저위력 전술핵무기를 늘려야 한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고, 일본에서는 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다시 검토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두 사안이 어디까지 공식화됐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한이 요란하게 선전전을 벌이면, 오히려 상대편에 명분을 얹어주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함께 걸립니다. 북한 외무성의 장금철 제1부상 겸 10국 국장은 미사일을 쏜 날 오후 담화를 내고, 핵잠수함 보유 추진이 "우리 국가의 안전과 해상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전으로,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위협"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노컷뉴스는 이 담화를 북한이 이 사안에 대한 기본 입장을 정리한 첫 공식 담화로 평가했습니다. 미사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으면서, 말로 하는 대응은 오히려 격을 올린 셈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만한 건 이 비대칭입니다.

세 번째는 발사를 하나씩 알리는 대신, 여러 차례 도발한 뒤 한꺼번에 묶어 발표할 가능성입니다. 북한은 2022년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포함해 모두 7차례 무력 도발을 벌인 뒤, 노동당 창건 77주년이던 10월 10일에 맞춰 이를 종합적으로 보도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한미연합훈련 기간 도발이 이어진다면, 비슷한 방식의 종합 보도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정찰기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미사일이 발사되던 그 시각, 한반도 인근 하늘에는 미군 무인정찰기가 떠 있었습니다. VOA 방송을 인용한 K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무인정찰기 MQ-9B 시가디언(Sea Guardian)은 지난 11일 오전 일본 기타큐슈 인근에서 이륙해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비행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12일 오전 5시 15분, 동해상과 가까운 해역에서 다시 포착됐습니다.

미사일이 날아오르기 45분 전입니다.

이 정찰기는 광범위한 해상 감시 레이더와 전자정보 수집 장비를 갖춘 기종으로, 한 번 뜨면 장시간 넓은 바다를 훑을 수 있습니다. VOA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나 발사 이후 상황을 감시하는 데 활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궤적이 군사 기밀이 아니라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서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특정 항공편을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실시간으로 궤적을 따라갈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 주변국의 레이더와 위성, 그리고 민간 추적 사이트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노동신문이 언제 침묵을 깰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음 종합 보도가 나올 때 무엇이 한꺼번에 실리는지를 보면, 지금의 침묵이 실패였는지 계산이었는지 뒤늦게 갈릴 것입니다.

참고

  • 노컷뉴스,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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