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를 보러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세 시간을 운전해 특정 극장을 찾아간 관객 이야기가 기사로 실렸습니다.
같은 필름, 같은 상영 시간입니다. 무엇이 그렇게 다를까요.
3줄 요약
1. 오디세이는 영화 최초로 전편을 아이맥스 필름으로 찍었습니다.
2. 화면비가 1.43대1, 일반 상영관은 2.40대1입니다.
3. 국내엔 필름관이 없어 용산이 최선입니다.
8월 4일, 영등포
마리끌레르 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8월 4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오디세이' 코리아 프리미어에 참석했습니다. 공식 내한은 처음입니다. 제작자 엠마 토머스와 배우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도 함께 왔습니다.
하루 전 기자간담회에서 감독은 "영화로 한국 관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오디세이로 그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개봉은 8월 5일. 북미에서는 이미 개봉 한 달 만에 전 세계 누적 수익 9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화제는 영화가 아니라 필름입니다
이 영화가 유별난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전편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만 찍었습니다. 영화 역사상 처음입니다.
여기서 '아이맥스'는 극장 간판이 아니라 카메라와 필름 규격을 말합니다. 놀란은 예전부터 일부 장면을 아이맥스로 찍어 왔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규격으로 찍은 장편 상업영화는 없었습니다.
쓴 필름이 210만 피트입니다. 미터로 고치면 약 64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갔다 오고도 남는 길이입니다.
위아래가 더 보입니다
필름이 크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숫자 두 개로 정리됩니다.
| 화면비 | 어떻게 보이나 | |
|---|---|---|
| 아이맥스 필름 | 1.43대1 | 거의 정사각형에 가깝다 |
| 보통 상영관 | 2.40대1 | 가로로 길쭉하다 |
가로가 넓어지는 게 아니라 세로가 길어집니다. 같은 장면을 봐도 하늘이 더 올라가고 발밑이 더 내려옵니다. 시야 가장자리까지 화면이 차서 압도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70mm 필름은 흔히 쓰는 35mm보다 담기는 정보가 훨씬 많습니다. 확대해도 덜 뭉개진다는 뜻입니다.
왜 아무도 먼저 안 했나
방법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아이맥스 카메라는 시끄럽습니다. 기계 소리가 커서 배우 목소리를 현장에서 같이 담기 어려웠고, 그래서 지금까지는 대사 없는 장면에만 썼습니다.
이번에는 대사 장면까지 동시 녹음할 수 있도록 장비를 새로 설계해 투입했습니다. 전편 촬영이 가능해진 지점이 여기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찍은 그대로 상영하려면 그 필름을 걸 수 있는 영사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극장이 전 세계에 41곳뿐입니다. 그중 25곳이 미국에 있습니다.
한국은 그 41곳에 없습니다.
한때 있었습니다. 63빌딩 아이맥스가 1985년부터 2015년까지,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의 상영관이 1993년부터 운영되다 차례로 문을 닫았습니다. 지금 국내 아이맥스관은 전부 디지털입니다.
임신 시기까지 미뤄 가며 원정을 떠났다는 해외 관객 이야기가 기사에 실린 배경입니다.
스크린 몇 개가 매출의 5분의 1
이 유난스러움은 장사로도 설명이 됩니다.
더피알에 실린 수치를 보면 '오디세이'의 개봉 첫 주말 북미 흥행은 1억2450만 달러, 전 세계 개봉 수익은 2억6410만 달러였습니다. 그중 아이맥스에서 나온 것이 약 5200만 달러, 전체의 20%쯤 됩니다.
세상의 극장 가운데 아이맥스관이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하면 이상한 숫자입니다. 관객이 굳이 그 관을 찾아가서 더 비싼 표를 산다는 뜻이니까요.
제가 이번 일에서 제일 눈여겨보는 게 이 대목입니다. 집에서 볼 수 있는 것을 굳이 극장에서 보게 만드는 방법으로, 이 감독은 화질이 아니라 화면의 모양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선 어디로 가나
디지털이라고 다 같지는 않습니다. 갈리는 건 화면비입니다.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가 국내에서 1.43대1 그대로 걸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스크린이 가로 31m, 세로 22.4m로 국내에서 가장 큽니다.
나머지 아이맥스관은 대부분 1.90대1로 상영합니다. 필름은 아니지만 세로가 살아 있는 쪽과, 위아래가 잘려 나간 쪽의 차이입니다. CGV 천호점처럼 스크린은 1.43대1인데 영사기 사정으로 1.90대1로만 트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국내 선택지는 이렇게 됩니다.
| 보고 싶은 것 | 갈 곳 |
|---|---|
| 원본 화면비 전부 |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 |
| 큰 화면·좋은 음향 | 다른 아이맥스, 돌비시네마 |
| 필름 그 자체 | 국내에는 없습니다 |
예매창에서 확인할 것은 관 이름이 아니라 그 관이 이 영화를 몇 대 몇으로 트는가입니다.
잘려 나간 위아래를 볼 것인가
전 세계에 41곳뿐인 포맷으로 찍었다는 건, 대부분의 관객은 감독이 찍은 그대로를 못 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찍었다는 게 이번 작품에서 제일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한국 관객에게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잘려 나간 위아래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참고자료
- 마리끌레르 코리아 크리스토퍼 놀란 첫 내한, 서울에 온 '오디세이'
- 한국일보 "영화 보려 임신 미루고 여행 떠나"… '오디세이' 아이맥스 촬영의 비밀
- 더피알 '오디세이'가 만든 아이맥스 티켓 전쟁
- 파이낸셜뉴스 한국 온 '오디세이' 주역들 "촬영지마다 다른 영화 찍는 기분"
- 나무위키 IMAX/대한민국
국내 상영관 화면비와 폐관 이력은 나무위키 정리를 참고했습니다. 상영 포맷은 극장 사정으로 바뀔 수 있으니 예매 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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