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서울 강남의 한 당구클럽에서 5년 만에 대회 하나가 다시 열렸습니다.
남자부 우승자는 결승에서 40점을 냈는데, 그동안 자기 차례를 31번 썼습니다. 한 번 칠 때 평균 1.29점입니다.
국내 최정상급 선수가 이렇습니다. 대체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3줄 요약
1. 당구 쓰리쿠션은 공을 넣는 경기가 아닙니다.
2. 우승자도 40점을 내는 데 31번 걸렸습니다.
3. 애버리지 1.5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8월 1일, 강남 JS당구클럽
제5회 실크로드배 캐롬3쿠션 마스터즈가 열렸습니다. 2021년 제4회 대회 이후 코로나19로 멈췄다가 올해 재개된 대회입니다.
남자부는 조명우가 결승에서 편준혁을 40대 33으로 이겼습니다. 31이닝이 걸렸습니다. 여자부는 최지연이 이희경을 25대 16으로 꺾었고, 36이닝이 걸렸습니다.
서울당구연맹 등록 선수 82명이 참가했습니다. 남자 72명, 여자 10명입니다.
먼저, 이 당구대에는 구멍이 없습니다
동네 당구장에서 보던 그 당구대가 아닙니다.
쓰리쿠션은 캐롬이라는 방식에 속합니다. 캐롬 당구대에는 포켓, 그러니까 공이 빠지는 구멍이 아예 없습니다. 넣을 데가 없으니 넣어서 점수를 내는 경기가 아닙니다.
공은 세 개뿐입니다. 흰 공과 노란 공이 두 선수의 공이고, 빨간 공이 공통입니다. 자기 공으로 나머지 두 공을 다 맞히면 1점입니다.
크기도 다릅니다. 국제 대회에서 쓰는 대대는 가로 2.84m, 세로 1.42m입니다. 그 위에 공 세 개만 놓여 있으니, 대부분의 공간이 비어 있는 셈입니다.
규칙은 한 줄인데
득점 조건은 이렇습니다. 내 공이 두 번째 공에 닿기 전에 당구대 벽을 세 번 이상 맞아야 합니다.
그 벽을 쿠션이라고 부르고, 세 번이라서 쓰리쿠션입니다.
순서는 자유롭습니다. 첫 번째 공을 맞히고 나서 벽 세 번을 채워도 되고, 미리 벽을 두 번 맞고 나서 첫 공을 맞힌 뒤 한 번 더 채워도 됩니다. 조건은 하나, 두 번째 공에 닿는 순간까지 벽을 세 번 이상 거쳤을 것.
두 공을 맞히기만 하면 되는데 조건이 하나 붙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하나가 경기를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공이 달라집니다
당구공은 직진만 하지 않습니다. 큐로 공의 어느 지점을 치느냐에 따라 회전이 걸립니다.
회전이 걸린 공이 벽에 부딪히면 들어간 각도와 나오는 각도가 달라집니다. 회전 방향에 따라 꺾이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딪힐 때마다 회전과 속도가 조금씩 깎입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벽에서 계산이 1도 어긋나면, 세 번째 벽에서는 그 오차가 몇 배로 벌어져 있습니다. 그러고도 지름 6cm 남짓한 공에 맞아야 합니다.
넣는 경기가 아니라 예측하는 경기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실패한 자리가 그대로 상대에게 넘어갑니다
여기에 한 겹이 더 있습니다.
내가 실패하면 공 세 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상대가 이어서 칩니다. 내 마지막 한 방이 만들어 놓은 배치에서 상대가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성공 가능성이 낮은 배치를 만나면 선수들은 계산을 하나 더 합니다. 넣을 수 있는가, 그리고 못 넣더라도 공을 어디에 남길 것인가. 실패를 전제에 넣고 치는 순간이 있는 종목입니다.
그래서 당구대 가장자리에 점이 찍혀 있습니다
당구대 테두리를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점이 박혀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라고 부릅니다. 장식이 아닙니다.
선수들은 여기에 숫자를 붙여 놓고 계산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파이브앤하프 시스템은 이런 식입니다. 내 공이 있는 자리의 수에서 도착시키고 싶은 자리의 수를 빼면, 첫 번째로 맞혀야 할 벽의 수가 나옵니다.
빼기 한 번으로 겨냥점이 나옵니다. 물론 실제로는 공의 위치, 회전, 세기, 그날 당구대 상태에 따라 보정이 붙습니다. 계산은 출발선이지 정답이 아닙니다.
당구를 오래 친 사람들이 "몇 번에서 몇 번으로 보낸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이 숫자들입니다.
1.29라는 숫자
애버리지는 총 득점을 이닝으로 나눈 값입니다. 한 번 칠 때 평균 몇 점을 내느냐죠.
이번 결승에서 조명우의 애버리지는 40 나누기 31, 약 1.29였습니다. 애버리지 1이면 국가대표급, 1.5를 넘으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봅니다.
동호인 기준표와 견주면 감이 잡힙니다. 대대에서 25점을 놓는 동호인의 애버리지가 대략 0.58~0.62 구간입니다. 두 번 쳐서 한 번 겨우 넣는 수준입니다.
애버리지 1이라는 건 매 차례 절반은 성공한다는 뜻입니다. 실패해도 정상, 그게 이 종목의 기본값입니다.
참고로 이 종목에서 한국은 변방이 아닙니다. 지난달 열린 포르투 월드컵을 전한 보도들은 조명우를 세계 랭킹 1위로 소개했습니다.
다음에 당구장에 가면
당구는 흔한 취미인데 쓰리쿠션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구멍이 없는 당구대에서 공을 세 개만 놓고 친다는 것부터 다르니까요.
오늘 확인해볼 것은 두 가지입니다. 당구대 테두리의 다이아몬드를 세어 보고, 내 공 자리의 숫자에서 보내고 싶은 자리의 숫자를 빼 보세요. 그 값이 첫 번째로 겨눌 벽입니다. 그리고 한 게임에서 자기 차례를 몇 번 썼는지 세어 득점으로 나눠 보면 본인 애버리지가 나옵니다.
40점에 31이닝. 이 숫자를 알고 보면 중계 화면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한 번 성공할 때마다 박수가 나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참고자료
- 매일경제 '5년만에 재개' 실크로드배3쿠션대회 조명우 최지연 男女 우승
- 네이트 스포츠 코로나19로 멈췄던 '실크로드배' 5년 만에 재개…8월1일 개막
- 나무위키 쓰리쿠션 — 득점 조건
- 당구매니아 당구대 국제식 대대 사이즈
- 네이트 스포츠 3쿠션 22점 애버리지는 0.450~0.489, 27점 0.690~0.759
- 3C-Master 파이브앤하프 시스템
- 네이트 스포츠 '또' 세계 1위 조명우 잡았다, 허정한 포르투 3쿠션 월드컵 4강 진출
동호인 애버리지 구간은 위 기준표 보도를 따랐으며, 단체와 지역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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