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신규 주문 가격을 최대 15% 올렸습니다.
파운드리, 그러니까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 주는 사업에서입니다.
몇 년째 적자였던 사업이 왜 갑자기 값을 올릴 수 있게 됐을까요.
3줄 요약
1. 삼성전자가 4·5나노 가격을 올렸습니다
2. 미국·중국 10~15%, 대만은 5~10%입니다
3. 확인할 것은 적자 폭과 가동률입니다
4나노는 15%, 8나노도 10% 올랐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신규 주문을 받는 파운드리 공정 가격을 올렸습니다. 공정과 고객의 지역에 따라 인상 폭이 다릅니다.
| 공정 | 신규 주문 가격 인상 폭 |
|---|---|
| 4나노(SF4) | 미국·중국 10~15%, 대만 5~10% |
| 5나노(SF5) | 10~15% |
| 8나노 | 10%가량 |
가장 앞선 2나노(SF2) 공정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는 "고객사 관련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상 폭이 가장 큰 쪽은 중국 고객사입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자국 안에서 첨단 공정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해외 파운드리에 기대는 정도가 커진 탓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습니다.
TSMC가 꽉 차자 주문이 삼성으로 넘어왔습니다
왜 지금 가격을 올릴 수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AI 가속기와 고성능컴퓨팅용 반도체 주문이 폭증하면서,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의 첨단 공정 생산 능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TSMC도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2027년부터 웨이퍼 가격을 최대 10% 올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TSMC 자신은 가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고객들이 삼성전자와 인텔로 발주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만큼 삼성전자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생산 현장의 변화도 뚜렷합니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의 SF4 생산라인은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완전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라인에서는 퀄컴 등 외부 고객사에 공급하는 로직 반도체와, 삼성전자 자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들어가는 베이스다이를 함께 만듭니다. AI 수요가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생산 능력까지 동시에 끌어당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주문이 밀려도 다 받지는 못합니다. 중국 쪽 수요가 특히 강하지만, 미국 고객사 물량과 삼성전자가 직접 쓸 반도체 생산분까지 라인을 나눠 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오른 자리에는 이런 사정도 함께 깔려 있습니다.
파운드리·팹·팹리스는 각각 무엇인가요
용어가 낯선 분들을 위해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팹(Fab)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제조 시설 자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팹에서 다른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 주는 업체가 파운드리이고,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자체 생산 시설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팹리스(Fabless)라 부르며 엔비디아, 퀄컴, AMD가 여기 속합니다.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기업은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분류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이 이에 해당합니다. 삼성전자는 자체 반도체를 설계·생산하는 동시에 외부 고객사의 위탁 생산도 함께 맡는, 조금 특이한 위치에 있는 셈입니다.
점유율은 아직 7%, TSMC는 70%입니다
가격을 올렸다고 해서 시장의 순위가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집계로 올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TSMC가 70%를 웃돈 반면 삼성전자는 약 7%에 그쳤습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업계 추산으로 2022년 이후 적자가 이어져 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회사가 사업부별 손익을 따로 공시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가격 인상과 가동률 회복이 곧바로 흑자를 뜻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지금보다 가격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면 파운드리 사업이 예상보다 빠른 내년 초부터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구글 이야기는 아직 협상 단계입니다
로이터는 구글도 4나노 공정을 이용한 반도체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협상 중이라고 전했지만, 구글은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확정된 계약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메타와 앤스로픽 등 다른 빅테크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삼성전자 쪽은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이름들을 실적처럼 받아들이기보다는, 실제 계약과 양산 발표가 나오는지를 지켜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회사가 스스로 내건 하반기 계획은 비교적 또렷합니다. 2세대 2나노 공정 생산을 늘리고, 4나노 기반 제품과 HBM 베이스다이 판매를 키워 파운드리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가격 인상 하나로 삼성 파운드리의 오랜 적자 구조가 뒤집혔다고 보기는 이릅니다. 다만 싸게 받아야 주문이 들어오던 시절과, 값을 올려도 주문이 들어오는 지금은 분명히 다른 국면입니다. 다음 분기 실적에서는 파운드리 적자가 얼마나 줄었는지, 매출이 목표대로 두 자릿수 늘었는지, 4나노 라인이 계속 꽉 차 있는지 이 세 가지를 보면 국면이 굳어졌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참고
- 로이터통신, 서울경제, 위클리포스트, 부산일보, 디지털데일리, 주간한국
태그 #파운드리 #삼성전자 #삼성파운드리 #TSMC #4나노 #5나노 #반도체위탁생산 #AI반도체 #HBM #평택캠퍼스 #팹리스 #반도체가격인상 #웨이퍼가격 #고대역폭메모리 #카운터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