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계획은 발표됐는데, 정작 공장을 돌릴 물과 전기는 어떻게 마련될까요.
호남권 반도체 산단 관련 발표를 보면 답은 생산라인보다 기반시설에 먼저 놓여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곧바로 공장 가동을 뜻하는지, 무엇이 아직 남았는지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줄 요약
1. 반도체 산단 용수 사업은 예타가 면제됐습니다
2. 하루 65만t 용수 계획이 공개됐습니다
3. 전력·부지·인허가의 동시 추진이 관건입니다
하루 65만t, 공장보다 먼저 필요한 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호남권 반도체 산단의 용수 인프라 구축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의결했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대규모 재정사업의 경제성과 정책성을 미리 따지는 절차입니다. 면제가 됐다는 것은 용수 공급 사업의 추진 절차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는 뜻이지, 산단 전체가 이미 완성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마련 중인 계획의 물 공급량은 하루 65만t입니다. 이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들어설 것으로 계획된 반도체 공장 4기에 필요한 규모로 추산됐습니다. 동복댐·주암·장흥댐·보성강댐·나주댐을 활용하고, 광주 제1하수처리수도 일반 공정용수로 재이용하는 구상이 담겼습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 산업이 설계도나 건물만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정에 필요한 물, 안정적인 전력, 이를 연결할 관로와 송전망이 함께 갖춰져야 생산계획도 의미를 갖습니다. KBS는 공장 4기에 필요한 물이 광주권 전체 주민 사용량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력은 면제 결정이 아니라 향후 계획입니다
용수와 달리 전력 인프라의 예타 면제는 이번 의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세부 계획이 확정되면 전력 사업도 예타 면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결정된 용수와, 앞으로 절차가 남은 전력을 같은 단계로 보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공개된 계획에는 산단에 약 6.3GW의 전력을 공급하고, 신장성·신광주 345㎸ 송전망에서 산단까지 약 20~25㎞ 선로를 연결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2029년까지 1단계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다만 이는 목표와 계획이며, 실제 구축 여부와 시점은 후속 절차의 진행을 지켜봐야 합니다.
용수 사업도 모든 갈등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동복댐 증축에는 수몰 피해 우려가 제기됐고, 환경영향평가·재해영향평가·토질조사·지형측량 등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절차를 빠르게 밟는 것과 지역의 영향을 충분히 살피는 일은 함께 가야 합니다.
6조원 지원안과 2030년 생산 목표는 무엇을 뜻하나
정부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총 6조원 규모의 출연사업을 추진해 기반시설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인력 양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당정은 별도로 AI와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반도체 특별회계 신설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특별회계와 예산안은 편성·심의 과정이 남아 있으므로, 지금은 지원 방침으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산단 일정 역시 여러 조건을 전제로 합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10월 입주 협약, 2027년 계획 수립과 설계·인허가, 2028년 팹 건설 착수, 2029년 팹 2기 1차 완공, 2030년 6월 초도 물량 생산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군공항 이전, 부지 정비, 인허가, 전력·용수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야 가능한 일정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여겨볼 숫자는 65만t과 6.3GW입니다. 반도체 산단의 성패를 공장 건물이나 투자액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물과 전력이 실제로 제때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타 면제는 속도를 낼 수 있는 출발점이지만, 계획이 결과가 되는 과정은 이제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