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제주에서는 '긴급체포' 소식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전직 경찰관 한 명은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실종 신고를 허위로 처리한 혐의를 받던 다른 경찰관은 같은 '긴급체포'를 당했다가 이틀 만에 풀려났습니다.
똑같이 무거운 혐의로 붙잡혔는데, 왜 한쪽만 자유의 몸이 됐을까요.
3줄 요약
1. 긴급체포는 영장 없이 하는 예외적 체포입니다
2. 제주 경찰관은 이틀, 서울 남성은 곧장 풀려났습니다
3. 혐의가 없어진 게 아니라 체포 절차가 문제였습니다
영장을 받을 시간이 없을 때만 쓰는 카드
원래 사람을 붙잡으려면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절차를 밟을 여유가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럴 때 경찰이 영장 없이 먼저 붙잡을 수 있게 열어 둔 예외가 긴급체포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여기에 조건을 걸어 뒀습니다. 무거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갈 염려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여야 합니다. 세 가지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흔히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를 떠올리시는데, 그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의 대표적인 예일 뿐 유일한 경우는 아닙니다. 반대로, 붙잡고 나면 법원이 알아서 들여다봐 주는 것도 아닙니다. 경찰이 계속 가둬 두려면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붙잡힌 쪽이 체포 자체가 부당하다고 다투려면 따로 법원에 심사를 청구해야 합니다. 자동으로 굴러가는 절차는 하나도 없습니다.
제주에서 별거 중이던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관 B씨(59)가 25일 새벽 경기 구리에서 붙잡힌 것도 이 방식이었습니다. 경향신문·KBS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그가 범행 뒤 제주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추적했고, 결국 경기도의 한 숙박업소에서 검거했습니다. 소재를 모른 채 쫓던 상황이었다는 뜻입니다.
이틀 만에 풀려난 이유
같은 시기 제주에서는 또 다른 경찰관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처리한 혐의로 긴급체포됐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3시28분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 경찰관은 소재가 계속 파악되고 있었습니다.
이 경찰관은 다음 날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고, 제주지법은 24일 청구를 받아들여 그를 풀어줬습니다.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소재 파악이 되고 있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체포 '방식'이 법이 정한 긴급성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는 판단입니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24일 법원에 접수했고, 제주MBC에 따르면 석방 현장에는 실종자 유가족들이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이 경찰관이 허위로 종결한 실종 신고는 한 건이 아니었습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지난달 접수된 60대 남성의 실종 신고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했는데, 이 남성은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제주경찰청은 그가 근무를 시작한 이후 맡아온 실종 사건 200여 건을 전부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석방은 '체포 방식'에 대한 판단일 뿐,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그대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서울에도 닮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지난 5월,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위 등은 특수절도 혐의를 받던 60대 남성이 경찰서에 자진 출석하자 그를 인근 지하철역으로 불러내 긴급체포한 뒤, 서류에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 체포했다"고 적었습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참고인 진술과 경찰서 방문 기록을 확인해 이 허위 작성을 밝혀냈고, 그 남성은 즉각 석방됐습니다. 담당 경위는 대기발령됐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석방된 남성은 두 달 뒤인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택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고, 저항하던 60대와 80대 여성을 폭행했습니다. 사흘 뒤에는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쳤습니다. 그는 지난 8일 다시 붙잡혀 14일 구속송치됐습니다.
세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사례 | 체포 후 | 상황 |
|---|---|---|
| 제주 전직 경찰관 | 조사 계속 | 도주해 소재를 모른 채 추적 |
| 제주 경찰관(실종 허위종결) | 이틀 만에 석방 | 소재가 파악돼 영장 받을 여유 있었음 |
| 서울 60대 남성(5월) | 즉시 석방 | 자진 출석을 '우연한 조우'로 허위 작성 |
세 사례를 관통하는 건 긴급체포가 적법했느냐는 물음 하나입니다. 그걸 따지는 방법은 사건마다 달랐습니다. 서울에서는 검찰이 기록과 진술을 뒤져 스스로 잡아냈고, 제주에서는 붙잡힌 사람이 체포적부심을 청구해 법원이 뒤집었습니다. 체포·구속된 피의자나 배우자·가족 같은 법이 정한 관계인은 이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혐의가 무거운지가 아니라 체포라는 '행위'가 절차대로 이뤄졌는지를 봅니다. 경로는 달라도 결론은 같습니다 — 체포 방식이 법을 지키지 못하면, 혐의와 무관하게 사람은 풀려납니다.
요건을 지키는 일과 범죄를 막는 일이 이렇게 부딪힐 때도 있습니다. 서울 사례는 그 충돌이 최악으로 흘러간 경우입니다. 그렇다고 요건을 느슨하게 잡자는 뜻은 아닙니다. 요건이 무너지면 혐의가 가벼운 사람도, 나중에 무죄로 밝혀질 사람도 얼마든지 갇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긴급체포'라는 말이 뉴스에 나오면, 그 뒤에 '석방'이라는 말이 따라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붙잡혔다는 소식과 유죄라는 결론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음에 이 단어를 보시면, 누가 왜 풀려났는지도 함께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 경향신문, KBS 뉴스, 채널A, 제주MBC, 부산일보,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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