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다시 땅이 흔들렸습니다.
23일 새벽, 도쿄에서 멀지 않은 이바라키현 남부에서 규모 5.9 지진이 났습니다. 도쿄 23구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졌습니다.
규모는 5.9인데 관측된 흔들림은 진도 5약이었습니다. 같은 지진의 두 숫자는 왜 다를까요.
3줄 요약
1. 23일 새벽 일본 이바라키현에서 규모 5.9 지진이 났습니다
2. 도쿄 등 최대 진도 5약, 진원은 지하 70㎞였습니다
3. 규모 숫자 옆의 진원 깊이를 같이 봐야 합니다
새벽 2시, 진원은 지하 70㎞였습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은 8월 23일 오전 2시쯤 이바라키현 남부를 진원으로 발생했습니다. 위치를 더 좁히면 지바현 가시와시 북동쪽 18㎞ 지점이고, 규모는 5.9, 진원 깊이는 약 70㎞로 정리됐습니다. 초기 보도 가운데는 규모를 5.8로, 깊이를 77.6㎞로 전한 곳도 있었습니다.
이 지진으로 이바라키현과 사이타마현, 지바현, 도쿄도 일부 지역에서 최대 진도 5약이 관측됐습니다. 도쿄 23구를 포함한 관동의 넓은 지역은 진도 4였습니다. 진도 5약은 대부분의 사람이 무섭다고 느끼고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지는 정도입니다. 고정하지 않은 가구가 움직이고, 그릇이나 책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강한 흔들림이 예상되는 지역에 긴급지진경보를 냈습니다. 쓰나미 우려는 없었습니다. 우리 기상청도 이 지진을 국외지진정보로 알리면서 국내에는 지진과 해일 영향이 모두 없다고 밝혔고, 해안에 해일 특보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첫 기사의 '피해 없음'은 그 시각까지의 상태입니다
지진 직후 나온 속보에는 대개 "인명 피해와 건물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문장이 붙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피해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일본 소방청이 23일 오전에 낸 집계에는 부상자가 잡혔고, 이후 현지 보도에서 부상자 수는 38명까지 늘었습니다. 집계는 지자체 보고가 올라오는 속도에 따라 계속 바뀝니다. 지진 소식을 볼 때는 그 기사가 몇 시 기준인지를 함께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규모와 진도는 아예 다른 숫자입니다
여기서 많이 헷갈립니다. 규모는 지진 자체가 내놓은 에너지의 크기라, 지진 한 번에 하나만 붙습니다. 진도는 특정 지점에서 사람과 건물이 실제로 겪은 흔들림의 세기라, 같은 지진이라도 지역마다 다릅니다. 이바라키현은 5약, 도쿄 23구는 4였던 이유가 그것입니다.
진원 깊이는 이 차이를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입니다. 진원이 얕으면 지표까지 거리가 짧아 강한 흔들림이 나타나기 쉽고, 깊으면 에너지가 땅속을 지나오는 동안 흩어져 지표에서 느끼는 흔들림이 약해지는 편입니다. 이번 진원은 지하 약 70㎞로, 내륙에서 나는 지진치고는 깊은 축입니다.
다만 깊이 하나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단층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였는지, 그 지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발밑 지반이 단단한 암반인지 무른 퇴적층인지가 모두 흔들림에 관여합니다. 같은 거리라도 무른 땅 위에서 더 크게 흔들립니다. 규모 숫자 하나로 위험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음에 일본발 지진 속보를 만나면 규모 옆의 진원 깊이를, 그다음에 내가 아는 도시의 진도를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1800개의 흔들림 흡수 장치
이번 지진과 별개로, 일본이 지진에 대비해 온 방식을 보여주는 소식이 같은 주에 나왔습니다. 도쿄 최고층인 모리 제이피(JP) 타워(아자부다이힐스, 지상 64층·높이 330m)를 운영하는 모리빌딩은 21일 설명회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규모 9.0)이나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정도의 지진에도 안심하고 업무를 이어갈 수 있는 내진 성능을 갖췄다고 밝혔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 건물 한 동에 흔들림을 제어하는 장치가 1800개가량 들어가 있습니다. 철제 버팀대가 늘었다 줄었다 하며 지진 에너지를 흡수하는 좌굴구속가새가 1200여 개, 자동차 충격 흡수장치와 비슷한 오일 댐퍼가 300여 개, 뼈대 사이에서 연골 노릇을 하는 점성체 제진벽이 300여 개입니다. 건물 안에는 센서가 깔려 있어 골조가 실제로 얼마나 흔들렸는지 실시간으로 읽고, 그 값을 근거로 사람들에게 건물 안으로 대피해도 되는지를 안내합니다.
대중교통이 멈춰 집에 가지 못하는 귀가 곤란자 3600명을 받는 공간과 비상식량도 갖춰져 있습니다. 이런 설계의 출발점은 1995년 한신·아와지 지진입니다. 붕괴가 무서워 건물 밖으로 달아나야 했던 경험이, '도망칠 건물'이 아니라 '피난처가 될 건물'을 짓자는 쪽으로 목표를 바꿔놓았다고 합니다.
이번 지진의 피해가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정리되는 중입니다. 진원이 깊었다는 점은 지표 흔들림이 이 정도에 그친 배경 가운데 하나지만, 그 하나로 피해 규모까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확정된 숫자는 일본 기상청과 소방청의 발표에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참고
- 포인트경제, 톱스타뉴스, 한겨레,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KBS 뉴스, YTN, 일본 기상청, 일본 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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