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교역액, 아세안의 10분의 1에 그친 이유

2026년 8월 24일 · 한국

인도는 인구 14억 3000만명, 국내총생산 4조달러 규모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과 인도의 교역액은 256억달러에 그쳤습니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아세안과 비교하면 겨우 10분의 1 수준입니다.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왜 지금 이 협상이 다시 열리는 걸까요.

3줄 요약
1. 한국과 인도가 서울에서 무역협정 협상을 다시 엽니다
2. 지난해 교역액 256억달러, 아세안의 10분의 1입니다
3. 관세와 원산지 기준이 얼마나 내려가는지가 관건입니다

교역액 256억달러, 아세안의 10분의 1

정부가 이 협상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숫자 하나에 있습니다. 아주경제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인구 약 14억 3000만명, GDP 약 4조달러 규모의 신흥시장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과 인도의 교역액은 256억달러에 그쳤습니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아세안과 비교하면 약 10분의 1 수준입니다.

이 격차가 이번 협상의 출발점입니다. 산업통상부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줄여서 CEPA 개선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협정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닙니다. 2016년에 이미 개선 협상이 시작됐지만, 시장을 얼마나 열 것이냐를 두고 입장이 갈리면서 오랫동안 멈춰 있었습니다. 다시 움직인 건 올해 4월 정상회담부터고, 5월 뉴델리 협상에 이어 이번이 재개 후 두 번째입니다.

이번에 다루는 것은 상품·서비스 시장 개방, 원산지 기준, 무역기술장벽 등 여섯 개 분야입니다. 여기서 원산지 기준은 기업에 특히 중요합니다. 협정으로 관세를 낮춰도, 그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낮아진 관세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품을 여러 나라에서 들여와 조립하는 제조업일수록 이 기준 한 줄에 실익이 갈립니다.

그리고 이번에 공급망과 산업협력이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관세를 깎는 협정에 왜 공급망이 들어왔을까요.

이번엔 반도체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자본시장뉴스 보도를 보면, 인도의 반도체 수요는 올해 640억달러에서 2030년 15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초 추정치보다 50% 높아진 값입니다. 스마트폰에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겹치면서 수요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 수요를 놓치지 않으려고 세미콘 2.0 정책에 6년간 1조 2700억 루피, 우리 돈 약 19조 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정책이 글로벌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번에는 설계와 연구개발, 인력 양성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습니다. 지금까지 반도체 공장 12곳이 승인됐고 여기에 들어가는 투자액만 1조 6400억 루피, 칩 설계 프로젝트는 24개가 통과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도 정부가 스스로 밝힌 목표치입니다. 이 시설들이 다 지어져도 자국 수요의 20~30%만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머지 70%는 계속 밖에서 사 온다는 뜻입니다.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인도가 반도체 생산 기지가 되느냐 마느냐보다, 2030년 1500억달러 시장의 70%를 누가 채우느냐가 한국 기업에는 더 큰 문제입니다. 반도체 제조는 공장을 짓는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수십 년 쌓인 공정 기술과 수율 관리 경험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아직 인도의 약점으로 꼽힙니다. 그래서 인도는 당분간 경쟁자이기 전에 고객입니다.

CEPA 협상에 공급망 의제가 들어간 것도 이 지점에서 읽힙니다. 반도체 소재·장비를 다루는 국내 기업이 볼 것은 협상이 열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느 품목의 관세가 실제로 내려가고 원산지 기준이 어떻게 정리되는가입니다. 협상 결과가 나오면 그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하면 됩니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어떤 품목이 다뤄질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인도가 문을 여는 분야는 반도체만이 아닙니다. 인도 정부는 지난 14일 그동안 막아뒀던 민간의 원자력 발전소 운영을 여는 시행령 초안도 내놨습니다. 2047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100기가와트로 늘리려면 민간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숫자는 커지는데, 호감도는 줄었다

그런데 정부 간 협상이 속도를 내는 것과 별개로, 한국인이 인도를 보는 시선은 오히려 식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인용한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대인도 호감도는 2023년 59%에서 2026년 44%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비호감이라고 답한 비율(47%)이 호감보다 높습니다.

퓨리서치센터는 이 급락의 이유를 따로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아직 확인된 게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36개국 조사에서 인도 호감도가 정치 성향과 얽혀 있다는 점은 함께 언급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진보 성향일수록 인도에 우호적이었고, 이스라엘에서는 반대로 보수 성향의 호감도가 높았습니다.

시장을 여는 협상과 사람들의 인식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번 협상이 실제로 관세와 원산지 기준을 얼마나 손보는지는 21일 이후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협상장 밖의 관측입니다.

참고

  • 아주경제,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에너지신문, 자본시장뉴스, 한국일보, 더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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