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세 학교를 대전의 새 캠퍼스 한 곳으로 모으는 안이고, 드는 돈은 3조 원 이상으로 예상됩니다.
세 학교의 한 해 교육예산을 다 더해도 715억 원인데, 왜 이만한 돈을 들여야 한다는 걸까요.
3줄 요약
1. 해군사관학교만이 아니라 육·해·공을 합치는 안입니다
2. 창설에 3조 원 이상, 세 학교 예산은 715억 원입니다
3. 자운대 창설 계획은 나왔지만 세부는 미정입니다
서울 육사, 진해 해사, 청주 공사를 대전 한 곳으로
정부는 지난 7월 16일 세 사관학교를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세우는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육사, 경남 진해에 있는 해사, 충북 청주에 있는 공사를 캠퍼스 한 곳으로 모으는 안입니다. 이 계획을 끌고 가는 사람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입니다.
명분은 미래전입니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서울신문 기고에서 "AI와 드론이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어 육·해·공 군종의 경계는 이제 낡은 칸막이"라며,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쳐야 미래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리 법칙은 합쳐지지 않는다는 반박
반박은 곧바로 나왔습니다. 문화일보에 실린 반박 기고는 육·해·공의 구분이 행정 구획이 아니라 중력과 지형, 부력과 유체역학, 양력과 공기역학이라는 물리 법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땅을 밟아야 전쟁이 끝나고, 바닷길을 지켜야 나라가 버티고, 하늘을 잡아야 나머지 작전이 보장된다는 겁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AI가 활약한 것도 경계가 사라졌다는 증거가 아니라고 봅니다. 각 군의 전문성을 데이터로 더 빠르게 연동한 결과일 뿐이고, 참호를 뚫고 땅을 점령하는 주체는 여전히 지상군이라는 것입니다. 바뀐 것은 조직의 형태가 아니라 데이터가 오가는 속도라는 문장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715억 원과 3조 원
이 논쟁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건 두 숫자입니다. 통합 비용은 3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국방부 정책실장이 예상했습니다. 반박 기고는 여기에 세 사관학교의 연간 교육예산 총합인 715억 원을 나란히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셈했습니다. 3조 원을 연 2%짜리 정기예금에 넣어 두기만 해도 해마다 세후 508억 원의 이자가 생기고, 이는 세 학교 한 해 예산의 70%가 넘는 돈이라는 겁니다. 원금은 국고에 그대로 두고 이자만으로도 시뮬레이터를 들이고 생도와 초급간부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이 715억 원이 어느 해 기준인지, 무엇까지 포함한 금액인지는 기고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숫자의 대비가 선명한 만큼 같이 봐야 할 대목입니다.
면담을 두고 갈린 말
8월 12일, 안 장관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 측과 만났습니다.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면담에 참석했던 동창회 관계자는 "현행 체제도 유지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장관이 '열린 자세로 하나의 방안으로 생각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해사 동창회장도 "참석한 많은 사람이 그 발언을 직접 들었다"고 했습니다.
안 장관 본인은 며칠 뒤 "사관학교를 통합하면서 그런 체제를 유지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나, 기본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도 "현 체제 유지도 검토하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기본으로 하면서 여러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국회 반응도 갈렸습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국방위원회에서 장관에게 "과거의 열린 자세로 돌아오라"는 취지로 말했고, 여당의 김병주 의원은 "개인을 공격해 개혁 의지를 무너뜨리려는 것 아니냐"며 반대편에 섰습니다.
진해가 반대하는 이유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진해를 관할하는 창원시의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해련 창원시의회 의장은 해사의 "졸속 통합·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학교 하나가 옮겨가는 일이 그 지역의 경제와 정체성까지 건드리기 때문에, 군 내부 논쟁과는 별개로 지역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세부 계획입니다. 3조 원이 항목별로 어디에 쓰이는지, 그리고 통합 대신 화상 강의망이나 학점 교류 같은 방법을 썼을 때와 비교한 자료가 함께 나오는지를 보면 명분이 실속을 갖췄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결정은 이미 방향을 잡았지만, 근거는 아직 그만큼 나오지 않았습니다.
참고
- 주간조선, 문화일보, 서울신문, 연합뉴스, 세계일보, 노컷뉴스, 시사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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