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지난 7월 재건축의 큰 관문 하나를 넘었습니다.
전용 76제곱미터는 작년 11월 38억 원까지 거래된 곳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31억 원대 매물이 여러 건 나와 있습니다.
사업은 앞으로 가는데 가격은 뒤로 갑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3줄 요약
1.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인가 뒤 매물이 늘었습니다
2. 작년 11월 38억, 최근 호가는 31억 원대입니다
3. 호가보다 분담금 추정치를 먼저 봐야 합니다
인가는 받았는데, 호가는 6억 넘게 내렸습니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습니다. 말은 어렵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몇 층으로 몇 가구를 어떻게 짓겠다는 계획서를 구청이 "이대로 지으셔도 됩니다" 하고 승인해 준 단계입니다. 기존 4424가구를 헐고 5850가구 규모로 다시 짓는 그림이 여기서 확정됐습니다.
남은 절차는 관리처분계획 수립과 인가, 그리고 이주와 철거입니다.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 각자가 새 아파트의 어느 집을 받고 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 정하는 단계입니다. 재건축에서 돈 이야기가 실제로 확정되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사업만 보면 순항입니다. 그런데 매매 시장은 반대로 갑니다. 전용 76㎡는 작년 11월 38억 원에 최고가로 팔렸지만, 지금은 31억 원대 매물이 여러 건 나와 있습니다. 고점보다 6억~7억 원 낮습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동아일보 보도에서 "31억 원대 매물이 여러 건 나와 있고 모두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물건"이라며 "최근에는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 등의 영향으로 매도하려는 집주인이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조합원 지위 승계란 그 집을 사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자격까지 함께 넘어온다는 뜻입니다.
대출, 세금, 그리고 분담금
값이 내려간 이유는 하나가 아닙니다.
먼저 대출입니다. 76㎡ 한 채가 30억 원을 넘으니 빌려서 사기 어려운 구간입니다. 현금이 넉넉한 사람만 남습니다.
세금도 매도자를 움직입니다. 고가주택과, 집을 한 채 두고 다른 곳에 사는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가를 낮춘 매물이 늘었습니다.
세 번째가 분담금입니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눈여겨볼 숫자가 여기 있습니다. 조합이 지난 5월 공개한 추정치를 보면, 전용 76㎡ 소유자가 재건축 뒤 같은 76㎡를 받을 때 더 내야 할 돈은 약 4억2000만 원입니다. 작년 9월 추정치는 2억3000만 원이었습니다. 여덟 달 만에 1억9000만 원이 늘었습니다. 76㎡에서 109㎡로 넓혀 가겠다면 15억4000만 원입니다.
다만 이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최종 분담금은 관리처분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사업비와 분양 수입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 31억 원에 사는 사람은 4억 원대를 더 낼 각오를 하는 셈인데, 그 4억이 정확히 얼마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강남구 -0.05%, 성북구 +0.45%
한 단지만의 일은 아닙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셋째 주(1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오르는 가운데 재건축 단지가 몰린 지역만 낙폭이 커졌습니다.
| 지역 | 전주 | 이번 주 |
|---|---|---|
| 강남구 | -0.02% | -0.05% |
| 서초구 | -0.04% | -0.09% |
| 송파구 | +0.12% | +0.10% |
한국부동산원은 강남구는 대치·개포동, 서초구는 잠원·반포동의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값이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성북구는 0.45%, 중랑구와 서대문구는 각각 0.44% 올랐습니다. 대출 규제로 비싼 집을 사기 어려워진 수요가 부담이 덜한 동네로 옮겨 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내년 상반기, 4424가구가 한꺼번에 움직입니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이주 시작을 목표로 세입자 설문조사를 돌리고 있습니다. 계약 만료일과 희망 이주 시기, 이주한 뒤에도 대치동 학원가를 계속 다닐 생각인지까지 묻습니다. 학생 자녀가 있는 집을 위해 방학 기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문제는 시점이 겹친다는 데 있습니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는 올해 1월 이주를 시작했고, 서초구 신반포12차·27차와 송파구 가락상아1차·가락프라자는 이미 이주나 철거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여기에 강남구 최대 규모인 은마 4424가구까지 더해지면 강남 3구 전월세 시장이 한꺼번에 밀립니다.
대치동은 자녀 교육 때문에 전·월세로 사는 가구가 유난히 많은 동네입니다. 이주가 시작돼도 학교와 학원 탓에 생활권을 벗어나기 어려운 세입자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매물은 벌써 줄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 앱 아파트실거래가 기준으로 지난 14일 대치동 전세·월세 물건은 1187건, 연초 2101건에서 43.5% 줄었습니다.
여기에 2026년 세제개편안도 변수입니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혜택이 달라지면서, 세를 주던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기로 하면 시장에 나오는 전월세 물량은 그만큼 더 줄어듭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현재도 전월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인 데다 정책 요인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은마아파트 이주 수요가 전월세 시장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사비를 둘러싼 신경전
이주를 앞두고 세입자와 조합 사이의 줄다리기도 시작됐습니다. 일부 세입자는 이사비 외에 추가 지원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고, 조합은 이주가 시작되면 명도소송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함께 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습니다. 앞의 것은 집을 비워 달라고 내는 소송이고, 뒤의 것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못하게 묶어 두는 조치입니다. 이사비에 얼마를 더 얹느냐를 두고 양쪽이 부딪히는 국면은 이주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잦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은마아파트를 둘러싼 숫자들은 방향이 제각각입니다. 사업은 앞으로 가고, 매매가는 뒤로 가고, 전월세 물건은 줄어드는 중입니다. 대치동에 살고 있거나 들어가려는 분이라면 호가 하나만 보지 말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분담금과 내년 이주 일정을 같이 놓고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참고
- 동아일보,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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