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을 위해 세입자 이주 절차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조합은 이주를 미루는 사람만이 아니라 세입자 4424가구 전원을 상대로 명도소송과 가처분을 예고했습니다.
협상이 아니라 소송부터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3줄 요약
1. 은마아파트 조합이 세입자 전원에 명도소송을 예고했습니다
2. 이주하면 소송은 취하되지만 보상금은 사실상 없습니다
3. 확인할 것은 내 계약이 재건축인지 재개발인지입니다
세입자 전원이 소송 대상이 된 사정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최근 세입자들에게 보낸 이주계획 안내문에서, 이주 개시를 공고하면서 세입자 전원을 상대로 명도소송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선제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세입자만 걸러서 소송을 거는 것이 아니라, 순순히 나갈 사람까지 포함해 전원을 상대로 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름이 어렵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명도소송은 집을 비우고 넘겨 달라고 법원에 요구하는 재판이고,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못하게 묶어 두는 조치입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조합이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은 네 가지입니다. 앞의 두 가지에 더해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이 붙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는 세입자의 이주 거부로 철거와 착공이 늦어질 경우, 아파트 전체 관리비와 조합의 손해액을 계산해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부당이득 반환청구는 이주 기간이 끝난 뒤에도 집을 계속 쓰는 세입자에게 그 기간의 월세와 이자를 물리는 것입니다.
소송을 전원에게 미리 걸어 두는 이유를 조합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일부 세입자가 이주를 늦추면 전체 사업 일정이 밀리고, 그만큼 금융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소송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미리 걸어 두고, 이주 의무를 지키는 세입자에 대해서는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소를 취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협상보다 소송이 사업 일정을 지키는 데 더 확실한 수단이라고 판단한 셈입니다.
이주하면 소송은 사라지지만, 보상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세입자들이 정작 궁금해할 부분은 소송이 아니라 돈입니다. 조합은 안내문에서 이주와 관련한 금전적 보상이 사실상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법령에 재건축 사업의 이주와 관련해 주거이전비나 이사비를 지급하도록 정한 별도 규정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보통 '이주비'라고 하면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비슷하게 나오는 돈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확인해 둘 것이 있습니다. 토지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 세입자는 애초에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에서 빠집니다. 겉으로는 같은 '이주'처럼 보여도, 사업 방식이 재개발이냐 재건축이냐에 따라 세입자가 손에 쥐는 것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내가 사는 곳이, 혹은 앞으로 살게 될 곳이 어느 쪽 사업인지를 미리 알아 두는 것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임대차보증금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집주인이 돌려주지 않으면 관련 법에 따라 조합에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조합이 보증금을 대신 갚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지도, 어떤 조건에서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기대어도 되는 것은 법에 적힌 반환 청구 쪽입니다.
이주는 2027년 상반기, 착공은 2028년입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2027년 상반기 중 이주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세입자를 대상으로 이사 희망 시기와 이사 예정 지역에 대한 설문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착공 목표는 2028년입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지난달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습니다. 정비계획이 결정 고시된 지 약 7개월 만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이 일정표가 뜻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지금 계약을 갱신하거나 새로 들어간다면, 그 계약이 이주 개시 시점과 겹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 여파도 작지 않을 전망입니다. 4424가구에 딸린 세입자가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움직이는 만큼, 강남구와 인근 자치구로 이주 수요가 몰릴 것으로 정비업계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세를 구하는 입장이라면 이 시기의 강남권 시장 흐름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재건축이라는 이유로 세입자에게 금전 보상이 없다는 점은 은마아파트만의 사정이 아니라, 재건축 사업 전반에 걸린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지금 재건축이나 재개발 예정 단지에 살고 있거나, 앞으로 그런 곳에 전세나 월세로 들어갈 계획이 있다면, 뉴스 제목보다 먼저 내 계약이 재건축인지 재개발인지부터 확인해 볼 일입니다.
참고
- SBS 뉴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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