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2026-27시즌이 8월 22일 새벽 4시, 아스널과 코번트리 시티의 경기로 막을 올렸습니다.
개막전 자체는 익숙한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을 두고 예년과 다르다는 말이 유독 많았습니다.
왜 그런지는 이 한 경기보다, 그 앞뒤에 벌어진 일들을 봐야 답이 나옵니다.
3줄 요약
1. 아홉 구단이 새 감독으로 시즌을 엽니다
2. 빅6 중 감독을 안 바꾼 곳은 아스널뿐입니다
3. 변화가 적은 팀이 초반엔 유리합니다
빅6에서 감독이 그대로인 곳은 한 곳뿐입니다
이번 시즌 새 감독과 함께 출발하는 구단은 아홉 곳입니다. 이투데이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집계를 인용해 이것이 리그 역대 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른바 '빅6' 가운데 감독이 바뀌지 않은 팀은 아스널 하나뿐입니다.
가장 큰 자리가 비었습니다. 지난 열 시즌 동안 리그를 여섯 번 제패한 펩 과르디올라가 맨체스터 시티를 떠났고, 그 자리에 엔초 마레스카 감독이 앉았습니다. 리버풀은 본머스를 이끌던 안도니 이라올라를, 첼시는 사비 알론소를, 토트넘은 로베르토 데 제르비를 새로 선임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이클 캐릭 감독은 임시 사령탑을 거쳐 첫 온전한 시즌을 맞습니다.
감독이 이만큼 한꺼번에 바뀌면 경기 내용도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프리미어리그의 경기당 오픈플레이 기대득점은 2023-24시즌 2.28에서 지난 시즌 1.82까지 떨어졌습니다. 흐르는 상황에서 나오는 골이 줄고 코너킥·프리킥 같은 세트피스 비중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전방 압박과 빠른 공격을 선호하는 감독들이 동시에 들어온 만큼, 이 숫자가 다시 올라갈지가 시즌 내내 볼 만한 대목입니다.
아스널의 무기는 영입이 아니라 '안 바꾼 것'입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승점 85로 맨시티를 7점 차로 따돌리고 2003-04시즌 이후 22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올랐습니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3시즌 연속 준우승 끝에 처음 우승컵을 들었고, 지금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팀을 가장 오래 지휘하고 있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선수 구성과 전술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필요한 자리만 채웠습니다. 브루누 기마랑이스를 7500만 파운드(약 1420억 원)에 데려와 중원을 보강했고, 레안드로 트로사르가 떠난 자리는 크리스토스 촐리스로 메웠습니다. 에즈리 콘사 영입도 거론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커뮤니티 실드에서는 마레스카 감독의 맨시티를 3-0으로 꺾었습니다.
다만 방어에 성공한 전례가 드뭅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두 시즌 연속 우승한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 조제 무리뉴, 과르디올라 세 명뿐이고, 아스널이 잉글랜드 1부 우승을 지켜낸 마지막 해는 1934-35시즌입니다.
39점과 36점, 이 두 숫자가 판을 흔들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다크호스로 꼽히는 팀은 맨유입니다. 캐릭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지난 1월 이후 맨유는 17경기에서 12승 3무 2패, 승점 39를 쌓았습니다. 같은 기간 아스널이 36점, 맨시티가 35점이었습니다. 반년 남짓한 구간만 떼어 놓고 보면 우승팀보다 많이 딴 셈이고, 맨유는 그 상승세로 지난 시즌을 승점 71, 3위로 마쳤습니다.
그런데 개막 직전 나온 옵타의 우승 확률은 다른 그림입니다.
| 팀 | 우승 확률 |
|---|---|
| 아스널 | 38% |
| 맨체스터 시티 | 20.5% |
| 리버풀 | 9.2% |
| 맨유 | 6.2% |
맨유의 6.2%는 최근 성적에 비해 낮아 보입니다. 이 격차가 이번 시즌을 보는 프레임입니다. 새 감독은 전술을 심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변화가 적은 팀이 승점을 벌어 놓습니다. 아스널의 38%는 전력이 압도적이라는 뜻이라기보다 불확실성이 가장 적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맨유가 캐릭 체제의 흐름을 개막부터 이어가는지, 마레스카 감독이 엘링 홀란을 중심으로 새 틀을 얼마나 빨리 세우는지가 확률표보다 먼저 볼 지표입니다. 홀란은 지난 시즌 27골로 통산 세 번째 골든부트를 차지했고, 감독이 바뀐 뒤에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코번트리는 25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개막전 상대인 코번트리 시티는 그냥 승격팀이 아닙니다. 프랭크 램퍼드 감독이 이끌고 챔피언십(2부) 우승을 차지해 25년 만에 1부로 올라왔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과 챔피언십 우승팀이 개막전에서 맞붙은 셈입니다.
함께 올라온 입스위치 타운은 강등 한 시즌 만의 복귀이고, 헐 시티는 2017년 이후 9년 만입니다. 승격팀에게 유리한 신호도 있습니다. 그 이전 두 시즌에는 승격 3팀이 모두 곧바로 강등됐지만, 지난 시즌에는 리즈 유나이티드와 선덜랜드가 잔류에 성공했습니다. 선덜랜드는 7위까지 올라 유로파리그 출전권까지 따냈습니다.
이적시장에 4조 원이 몰렸습니다
감독 교체는 돈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조선일보가 BBC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8월 17일까지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이 선수 영입에 쓴 돈은 21억 4000만 파운드, 약 4조 707억 원입니다. 세리에A·라리가·분데스리가·리그1을 모두 합친 지출과 맞먹습니다.
가장 많이 쓴 곳은 첼시(3억 4800만 파운드)이고 토트넘(2억 2800만 파운드)이 뒤를 이었습니다. 감독을 바꾼 팀들이 상위권에 몰려 있습니다. 이적시장이 아직 열흘가량 남아 종전 최고인 31억 4000만 파운드를 넘길 수도 있습니다.
한국 팬에게는 낯선 개막입니다
손흥민이 지난해 토트넘을 떠나 로스앤젤레스 FC로 옮겼고, 황희찬은 울버햄튼의 강등으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지 않습니다. 토트넘 양민혁, 브렌트퍼드 김지수, 뉴캐슬 박승수는 소속은 프리미어리그지만 1군 자리를 확실히 잡지 못했습니다. 2005년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 선수 없이 시즌이 시작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번 시즌은 북중미 월드컵을 치른 선수들의 휴식과 프리시즌을 확보하느라 예년보다 일주일 늦게 열렸습니다. 최종 라운드는 내년 5월 30일이고, 국내 중계는 쿠팡플레이가 맡습니다. 개막 라운드 결과보다는 새 감독들이 자기 색을 언제 입히는지를 몇 주 지켜보는 편이 이번 시즌을 읽는 데 낫습니다.
참고
- 조선일보, 이투데이, 네이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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