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재용 씨가 뿌리친 건 약이 아니라 열흘이었습니다

2026년 8월 24일 · 한국

배우 이재용 씨가 30대 초중반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약은 7~8년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의사가 권한 입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권유받은 기간은 열흘이었습니다. 그 열흘을 왜 낼 수 없었을까요.

3줄 요약
1. 배우 이재용이 30대 초중반 우울증 진단을 밝혔습니다
2. 약은 7~8년, 권유받은 입원은 열흘이었습니다
3. 치료를 미루게 만드는 건 병이 아니라 일정입니다

사이코드라마 수업에서 시작됐습니다

30대 초중반, 그는 생계를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수업에서 사이코드라마를 해보려고 정신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사이코드라마는 겪은 일을 연극처럼 재연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식입니다. 배우에게는 낯설 것 없는 도구입니다.

병원을 드나들던 그는 한 가지를 더 청했습니다. 배우로서 궁금하니 환자들을 관찰하고 싶다고 한 것입니다. 그렇게 폐쇄병동까지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본 것을 그는 "살아있는 지옥"이라고 불렀습니다.

관찰하러 갔다가, 옮아왔습니다

엑스포츠뉴스 보도에 실린 그의 말은 이렇습니다. "인간이라면 이런 뭔가를 지녀야 되는데, 그런 인간의 마지막 존엄마저도 박탈당한 듯한 그런 분들이 갇혀서 동작도 살아있는 사람의 느낌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다음 문장입니다. "분노가 치밀고 그 사람들의 고통이 저한테 치고 들어오는데." 관찰자로 갔는데 관찰이 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사이코드라마를 함께하던 의사들과 회식 자리에서 "깽판도 쳤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남의 고통을 가까이서,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 보는 쪽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건 의료와 구조, 상담 현장에서 오래 이야기돼 온 문제입니다. 다만 그에게 일어난 일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본인과 그를 진료한 의사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가 스스로 밝힌 순서만 그대로 옮깁니다. 병동을 봤고, 고통이 옮아왔고, 진단을 받았습니다.

조건은 셋이었습니다 — 입원, 금주, 열흘

그를 진단해준 의사의 권유는 구체적이었습니다. 대중에게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직업이니 병원을 소개해 주겠다, 입원해서 술을 일절 끊고 열흘만 약을 먹으며 쉬어라.

대단한 요구가 아닙니다. 열흘입니다.

그런데 그는 뿌리쳤습니다. 당시 공연 제작을 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자식은 먹여 살려야 하니" 일을 하다가 그렇게 된 것 같다고 그는 돌아봤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거절한 건 치료가 아니었습니다. 일정이었습니다. 병원에 갈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비워야 하는 날짜가 열흘이라서 못 간 것입니다. 쉬라는 권유를 받은 사람이 실제로 머릿속에서 굴리는 것도 대개 병의 무게가 아니라 비워야 할 날짜와 그 자리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그 뒤로 약을 먹은 기간은 7~8년입니다. 열흘과 8년을 나란히 놓고 싶어지지만, 그 열흘이 8년을 줄였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상태도 치료 방식도 사람마다 달라서 이 사례를 자기 경우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고, 그 판단은 진료실에서 해야 합니다. 다만 "열흘은 못 뺀다"는 문장이 나올 때, 그게 병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일정에 대한 판단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40명이 일어섰고, 한 사람만 앉아 있었습니다

같은 방송에서 그는 훨씬 가벼운 이야기도 했습니다. 1963년생, 만 63세인 그는 '야인시대'의 미와 순사로 얼굴을 알렸고 '쩐의 전쟁', '고려거란전쟁', '김부장'을 거쳐 왔습니다.

'고려거란전쟁' 대본 독회 때 일입니다. "한 40명이 갑자기 우르르 일어나더라. 그래서 '이거 뭐야?' 싶더라." 그런데 제일 상석에 앉은 한 사람만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합니다. "건방지게 누군가 싶었는데 최수종이더라. 나보다 한 살 많다."

웃자고 한 말 앞에는 이런 문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작품 독회에 가면 자기가 제일 상석이고 제일 연장자"선배들이 그립다"는 말이었습니다. 30대에 폐쇄병동을 보고 흔들렸던 사람이 이제는 현장에서 가장 윗자리에 앉습니다.

그 자리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말했습니다. 촬영장에서는 최수종 씨와 계급장을 내려놓고 사진 찍고 장난치며 지낸다며, "천진 무구한 소년들처럼 장난치고 투닥거리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나이를 인식하면서 '어른으로서 살아가야지' 하면서 그런 모습을 덧입히는 것보다는 편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인터뷰가 실린 영상의 제목은 "8년간 우울증을 견딘 이유… 연기가 나를 살렸다"입니다. 그 문장이 영상 안에서 어떤 맥락으로 나왔는지는 원본을 직접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다만 열흘을 못 내고 8년을 버틴 사람이 지금은 현장에서 소년처럼 지내보려 한다는 것만큼은, 짧은 인터뷰 두 편에서도 또렷하게 읽힙니다.

참고

  • 엑스포츠뉴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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