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현호 씨가 새 싱글 '한잔하러 갑시다'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알리러 간 자리는 방송국 스튜디오가 아니라 고속도로 휴게소였습니다. 40도에 가까운 더위 속에서 그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직접 CD를 건네고, 정차한 관광버스에 올라 즉석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신곡을 낸 가수가 왜 이런 방식을 택할까요.
3줄 요약
1. 박현호가 신곡을 들고 간 곳은 휴게소였습니다
2. 8월 스케줄은 하나, 폭염은 40도였습니다
3. 이 길을 먼저 걸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8월 달력에 일정이 하나였습니다
박현호 씨는 8월 16일 신곡 '한잔하러 갑시다'를 음원사이트에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좀 치네' 이후 10개월 만의 새 노래입니다. 곡은 그가 직접 썼고, 가사는 아내인 가수 은가은 씨와 함께 붙였습니다. 마음에 둔 상대에게 용기 내어 다가가는 남자의 구애를 담은 경쾌한 댄스 트로트로, 소속사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노래가 나왔다고 무대가 따라오지는 않았습니다. 신곡을 낸 가수의 다음 순서는 방송 출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순서를 정하는 쪽은 가수가 아닙니다. 신곡 발매를 앞둔 그의 8월 달력에는 일정이 하나 적혀 있었습니다. 3년 연습생 생활을 거쳐 아이돌로 데뷔했고, 팀을 나온 뒤 솔로 가수와 뮤지컬 배우를 거쳐 트로트로 옮겨왔습니다. 그는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던 시절을 두고 "일이 안 풀리니까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고 돌아봤습니다. 자신보다 활발히 활동하는 아내를 보며 "혹시나 아내가 나와 결혼한 걸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는 말도 했습니다.
40도, 고속도로 휴게소
그래서 그는 노래를 직접 들고 나갔습니다. 섭씨 40도에 이르는 폭염 속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아, 준비해 간 CD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한 장씩 건넸습니다. 정차해 있던 관광버스에 올라 즉석 라이브까지 했습니다. 에어컨이 도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는 사람과 버스 통로에 선 승객이 그날의 관객이었습니다.
휴게소를 고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관광버스 한 대에는 같은 일정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수십 명 타고 있고, 목적지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스튜디오였다면 3분짜리 무대 한 번으로 끝났을 만남이, 여기서는 노래를 부르고 인사를 건네고 CD를 손에 쥐여주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따라 부르기 쉬운 곡이라는 소개는 이런 자리와 잘 맞습니다. 음원 순위표에서는 하루 만에 밀려나도, 버스 안에서 후렴을 한 번 들은 사람은 다음에 그 노래를 알아봅니다.
노래교실이 '성지'라 불리는 이유
휴게소 다음 행선지는 노래교실이었습니다. 트로트 쪽에서 노래교실은 '홍보의 성지'로 불립니다. 수강생 수십 명이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모여 노래를 배웁니다. 새 노래를 배우러 온 사람들이라 처음 듣는 곡에도 귀를 엽니다. 가수가 직접 와서 한 소절 부르면 그날 안에 따라 부르는 사람이 생기고, 다음 주에는 그 노래가 수업 목록에 오릅니다. 그는 "단 한 명이라도 내 팬을 만들자"는 각오로 마이크를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면에 크게 반응한 사람이 박서진 씨입니다. 그도 데뷔 초 휴게소에서 직접 음반을 알리고 품바 공연을 하며 관객을 만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름이 알려진 가수지만 출발점은 같은 자리였던 셈입니다. 두 사람의 경로가 겹친다는 사실은, 이 방식이 박현호 씨 한 사람의 특별한 사정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방송 무대 하나가 주는 노출은 휴게소에서 보낸 하루보다 훨씬 큽니다. 문제는 그 무대를 본인이 만들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반대로 휴게소와 노래교실은 오늘 마음먹으면 오늘 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만한 건 홍보 방식이 아니라 기다리는 쪽과 찾아가는 쪽의 차이입니다.
작사 칸에 이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번 신곡에는 은가은 씨의 이름이 작사에 함께 올라 있습니다. '트로트 1호 부부'로 불리는 두 사람은 각자 앨범을 내면서도 서로의 작업에 이름을 얹는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은가은 씨도 8월 24일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수록곡 여덟 곡을 전부 직접 작사·작곡했고, 타이틀곡 '전국 팔도'는 지역마다 다른 사투리를 노래에 담은 곡입니다. 그는 OBS 인터뷰에서 "전국으로 행사를 다니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만들었다"며 각 지역의 특산품과 볼거리를 곡에 녹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편은 휴게소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아내는 전국을 다니고 싶다는 바람을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보고 있는 방향은 결국 같습니다. 이 노래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느 자리에서 시작했는지는 분명합니다.
참고
- OSEN, 일간스포츠, 스포츠경향, 비즈엔터, 뉴스컬처, 톱스타뉴스, OBS경인TV,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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