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Z세대가 열 명 중 아홉 명이었습니다.
가장 비싸게 느껴진 항목은 술값도 커피값도 아니었습니다. 밥값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택한 방법은 메뉴를 바꾸는 게 아니었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3줄 요약
1. Z세대 93%가 친구 만나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합니다
2. 식사비 78%, 커피·디저트비는 40%였습니다
3. 줄일 것은 횟수가 아니라 한 끼의 단가입니다
비용을 줄인 방법 1위는 '덜 만나기'였습니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 6월 Z세대(1995~2010년생) 601명에게 물었습니다. 디지털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응답자의 93.0%가 물가가 오르면서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에 드는 비용을 부담스럽게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부담은 답변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1년 동안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에 참석하는 데 쓰는 비용을 줄였다는 응답이 71.2%였고, 그 방법으로 가장 많이 꼽힌 답이 "만남이나 모임 횟수를 줄였다"(83.9%, 복수응답)였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64.6%는 평소 일주일에 친구를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비쌌을까요. 복수응답 기준으로 식사비가 78.4%로 가장 높았고, 커피·디저트비 40.1%, 주류비 29.7%가 뒤를 이었습니다. 술자리가 아니라 그냥 한 끼가 문제였던 셈입니다. 디지털타임스는 이런 흐름에 '프렌드플레이션'(Friend+Inflation)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국민대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는 같은 보도에서 "취업이 극도로 어려워지면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점심시간에 팔린 건 삼각김밥이었습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흔적이 남았습니다. 편의점 간편식 매출입니다.
| 편의점 | 올해 상반기 매출(전년 동기 대비) |
|---|---|
| 세븐일레븐 | 삼각김밥 25% 증가 |
| CU | 간편식 16.0% 증가 |
| GS25 | 간편식 24.1% 증가 |
회사 주변 맛집을 함께 찾아다니던 점심이 4000원대 편의점 한 끼로 바뀌면, 그 시간에 오가던 대화도 같이 줄어듭니다. 밥값이 깎아내는 건 식비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80일 동안 6만 명이 뷔페에 갔습니다
반대 방향으로 보이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뉴스퀘스트 보도에 따르면 아워홈이 지난 5월 서울 종각에 처음 연 뷔페 '테이크(TAKE)'는 개점 80일 만에 누적 방문객 6만 명을 넘었습니다. 하루 평균 750명꼴입니다. 점심과 저녁 피크타임 예약석은 전석 마감됐고, 오는 10월에는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240여 석 규모의 2호점이 문을 엽니다.
눈에 띄는 건 고객 구성입니다. 광화문·을지로 업무지구와 맞닿은 자리인데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인근 직장인이 아니라 가족 단위 고객이었습니다.
업계 전체가 같은 쪽으로 움직입니다. 이랜드이츠의 애슐리퀸즈는 지난해 말 115개에서 올해 상반기 124개로 늘었고, 연내 150개점이 목표입니다. CJ푸드빌의 빕스도 2024년 32개에서 35개가 됐습니다. 한 끼 2~4만원대에 여러 메뉴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격에 예민해진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값을 아끼는 것과 덜 만나는 것은 다릅니다. 뷔페에 줄을 서는 사람들은 지출을 낮추면서도 여럿이 앉을 자리는 남겨둔 쪽으로 보입니다.
회비 3만원과 도시락 다섯 개
실제로 줄인 사람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았는지가 오히려 참고가 됩니다.
디지털타임스 보도에 나온 30대 직장인 B씨는 매주 토요일 나가던 러닝 동호회를 그만뒀습니다. 운동이 끝난 뒤 다 같이 먹는 치맥 비용이 걸렸다고 합니다. "매주 내는 회비 3만원이면 편의점 도시락 5개를 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같은 기사에 나온 20대 대학생 A씨는 다른 쪽을 택했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면 한 끼에 최소 5만원이 드니, 1000원대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수다를 떨다 헤어지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두 사람이 줄인 것은 서로 다릅니다. 한쪽은 모임을 지웠고, 한쪽은 한 끼의 단가를 낮췄습니다.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답이 '횟수 줄이기'였다는 건, 앞쪽이 더 흔한 선택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운 모임은 다음 달에 저절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2030 청년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껴 비용이 큰 모임 자체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으면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사회생활과 정서적 측면에서 중요한 만큼 비용 부담이 적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모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밥값이 올랐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조사가 보여준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오른 값이 메뉴가 아니라 약속의 개수를 깎아냈다는 것 말입니다. 이번 달 달력에서 값 때문에 지운 약속이 있다면, 지워야 했던 게 정말 그 약속이었는지 한 번쯤 다시 볼 만합니다.
참고
- 디지털타임스, 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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