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주가가 8월 19일 뉴욕증시에서 하루 만에 세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S&P500에 속한 종목이 하루에 100% 넘게 오른 일은 이번을 포함해 단 두 번뿐입니다.
회사가 그날 내놓은 건 새 제품도, 실적도 아니었습니다. 임상시험 결과 한 건이었습니다. 무엇이 이런 일을 만들었을까요.
3줄 요약
1. 모더나 주가가 하루 만에 177% 올랐습니다
2. mRNA 암 백신이 3상을 통과한 세계 첫 사례입니다
3. 구체적 임상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62달러에서 174달러로, 하루 만에
전일 종가 62.96달러였던 모더나(MRNA) 주가는 174.38달러에 장을 마쳤습니다. 상승률 176.97%, 장중에는 176.66달러까지 올랐습니다.
거래량이 평소 50일 평균의 15배를 웃돌았습니다. 창립 이래 최대 하루 상승폭이고, S&P500 종목 중에서는 2008년 12월 하트포드 보험그룹 이후 25년 사이 두 번째 사례입니다.
이 하루로 연초 대비 상승률은 491%가 됐습니다.
'나만을 위한 암 백신'이 3상을 통과했습니다
주가를 움직인 건 모더나와 머크(MSD)가 공동 개발 중인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mRNA-4157, 코드명 V940)의 3상 임상시험 결과였습니다.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함께 투여했더니 미리 정해둔 목표를 충족했다는 발표였습니다.
임상에는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고위험 흑색종(피부암) 환자 1,137명이 참여했습니다.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를 함께 맞은 그룹과, 현재 표준 치료법인 키트루다만 맞은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습니다.
병용 그룹은 암이 재발하지 않고 지낸 기간, 그리고 암이 다른 장기로 옮겨가지 않은 기간 양쪽에서 단독 그룹보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되면서 임상시험 자체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됐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와 시험을 앞당겨 끝냈다는 뜻이고, 이런 조기 종료는 그 자체로 신호로 읽힙니다.
이 백신은 예방주사가 아닙니다. 의료진이 환자 개개인의 종양 조직을 분석해 그 사람에게만 있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이를 근거로 최대 34개의 암 신생항원을 표적으로 삼는 mRNA를 그 환자만을 위해 따로 설계합니다. 여기에 면역세포의 '제동장치'를 풀어주는 키트루다를 더해, 수술 후 몸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면역체계가 스스로 찾아 공격하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개인 맞춤형 mRNA 암 치료제가 대규모 3상에서 효과를 입증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입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들
다만 이번에 나온 건 '목표를 충족했다'는 중간 분석 결과이지, 전체 데이터가 아닙니다. 재발과 전이 위험을 얼마나 낮췄는지를 보여주는 숫자, 그리고 환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전체 생존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두 회사는 곧 열리는 국제 학회에서 세부 데이터를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규제 당국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허가 시점도 확정된 사안이 아닙니다. 회사가 밝힌 목표는 2027년 출시이고, 그전에 각국 규제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승인이 나더라도 곧바로 널리 쓰이긴 어렵습니다. 환자 한 명의 종양을 분석해 그 사람만의 백신을 만드는 데 지금은 약 6주가 걸립니다. 제작 기간을 줄이고 대규모로 공급할 체계를 갖추는 게 남은 과제로 꼽힙니다.
코로나 백신 회사가 벗어나려 했던 꼬리표
모더나는 팬데믹 초기 미국에서 두 번째로 승인받은 코로나19 백신을 내놓으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고 수요가 줄면서 4년 연속 주가가 내렸고, 2021년 고점 대비 거의 94%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해에는 S&P500에서 공매도가 가장 많이 몰린 종목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박스'와 독감 백신은 지금도 매출의 큰 축이지만, 투자자들은 모더나가 '코로나·독감 회사'라는 꼬리표를 벗을 돌파구를 오래 기다려왔습니다.
시점도 공교롭습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mRNA 백신이 코로나·독감 같은 상기도 감염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며, 관련 개발 사업 22건(약 5억 달러 규모)을 중단하거나 축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모더나의 50세 이상 성인용 독감 백신 '엠플루시바'도 심사 과정에서 FDA와 여러 달 마찰을 겪은 끝에 이달 5일에야 승인을 받았습니다. mRNA 기술이 정책적으로 밀려나던 흐름 속에서 나온 3상 성공이라, 이 기술이 감염병 밖에서도 통한다는 근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다른 종목으로도 번진 온기
이날 온기는 모더나 한 종목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 종목 | 등락률 | 비고 |
|---|---|---|
| 머크 | +12.6% | 152.20달러, 사상 최고가 |
| 바이오엔테크 | +22.0% | 또 다른 mRNA 개발사 |
| 노바백스 | +10.8% | 백신 개발사 |
국내에서도 코스닥 상장사 소마젠이 상한가(+29.98%)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부터 모더나에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 온 거래 관계가 재조명받은 결과인데, 이번 임상 성공이 곧바로 소마젠의 추가 계약이나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공식 발표는 아직 없습니다.
이날 나온 건 임상시험의 중간 결과이지, 승인받은 치료제가 아닙니다. 세부 데이터 공개와 규제 심사라는 절차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주가 177%는 다음 관문을 통과했다는 신호가 아니라, 그 앞에 섰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참고
- 뉴스핌, 중앙일보, 조선일보, 문화일보, 전자신문, 연합뉴스, 바이오스펙테이터, 팜이데일리, 히트뉴스, 바이오타임즈, 의학신문, 채널A, 경북구미신문,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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