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백신 임상 3상 첫 성과, 지금 맞을 수 있을까요

2026년 8월 24일 · 한국

모더나와 MSD가 함께 개발한 '암 백신'이 대규모 임상 3상에서 첫 성과를 냈습니다.

수술로 암을 떼어낸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이 백신을 함께 맞은 쪽의 재발 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낮아졌습니다. 발표 당일 나스닥 정규장에서 모더나 주가는 하루 만에 178% 뛰었습니다.

그런데 이 백신, 지금 병원에 가면 맞을 수 있을까요.

3줄 요약
1. 암 백신은 예방주사가 아니라 재발을 막는 치료제입니다
2. 앞선 단계 시험에서 재발·사망 위험이 49% 낮아졌습니다
3. 국내 도입은 최소 4~5년 뒤라는 전망입니다

재발을 막는 백신이지, 예방주사가 아닙니다

이름은 백신이지만 코로나19 백신과 하는 일이 다릅니다. 독감이나 코로나19 백신은 병에 걸리기 전에 맞아 발병 자체를 막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결과가 나온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반대쪽입니다. 수술로 암을 이미 떼어낸 뒤 몸속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면역세포가 찾아내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제입니다.

그래서 대상 환자도 좁습니다. 이번 시험에 참여한 1137명은 흑색종(피부암) 환자 전체가 아니라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했지만 재발 위험이 높은 2기 후반에서 4기 환자였습니다. 이들을 두 갈래로 나눠 한쪽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만, 다른 쪽은 키트루다와 이 백신을 함께 최대 1년간 투약하고 경과를 비교했습니다.

환자 한 사람마다 약을 새로 만듭니다

만드는 방식이 기존 항암제와 정반대입니다. 떼어낸 종양 조직을 분석해 그 환자의 암에만 있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그 변이를 면역세포에 알려 주는 물질을 mRNA로 설계해 만듭니다. 같은 약을 대량으로 찍어내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위한 약을 매번 새로 제작하는 셈입니다.

환자마다 다르게 치료하는 방식 자체가 처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환자의 암에서 특정 변이를 찾은 뒤 그 변이에 듣는 기존 약 중 하나를 골라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백신은 고르는 게 아니라 만든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갔습니다.

공개된 숫자보다 공개되지 않은 숫자

이런 방식의 암 백신이 대규모 3상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 것은 세계 처음입니다. 다만 이번 발표는 시험이 끝난 결과가 아니라 도중에 한 번 열어 본 중간 결과이고, 재발 위험이 정확히 몇 퍼센트 줄었는지 같은 세부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앞선 단계 시험의 5년 추적 결과를 보면 짐작할 단서는 있습니다. 그 시험에서 두 약을 함께 쓴 환자들은 키트루다만 쓴 환자들보다 재발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49%, 다른 장기로 퍼지거나 사망할 위험이 59% 낮았습니다. 부작용 쪽에서는 기존 시험과 다른 특별한 신호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 발표에서 제일 눈여겨볼 대목은 공개된 숫자가 아니라 아직 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재발을 늦추는 효과는 확인됐지만, 환자가 실제로 더 오래 사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의 재발을 막는 효과는 확실히 입증했지만, 생존기간 연장과 폐암 등 주요 암종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은 시간을 두고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왜 하필 흑색종이었을까

흑색종은 다른 암보다 면역 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 성과가 여기서 나온 데는 그런 배경이 있습니다. 같은 원리가 폐암이나 위암처럼 훨씬 흔한 암에서도 통할지는 따로 증명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모더나와 MSD는 현재 췌장암·위암·폐암을 대상으로 같은 방식을 시험하고 있고, 독일 바이오엔테크도 대장암과 췌장암, 삼중음성유방암에서 비슷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맞으려면, 아직 4~5년

당장 국내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동아사이언스가 전한 해외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세스 치섬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는 제작 시간을 첫 과제로 꼽았습니다. 종양을 떼어내 분석하고 그 환자용 백신을 만드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습니다. 진행이 빠른 암이라면 백신이 완성되기 전에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비용도 걸림돌입니다. 백순명 테라젠바이오 연구소장은 현재 국내 여건에서 환자 한 명분 치료제를 만드는 데 약 10억 원이 든다고 추산했습니다. 개인별로 따로 생산해야 하는 구조라 생산 기반을 갖추는 일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남재환 가톨릭대 교수는 허가 절차와 생산 비용을 들어 "국내 사용까지는 최소 4~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확정된 일정이 아니라 전문가의 전망입니다.

지금 확인된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대규모 시험에서 재발을 늦추는 효과를 보였고, 세부 수치와 생존기간 연장 여부, 허가 시점은 모두 아직 남아 있습니다. 기대할 만한 소식이지만, 오늘 병원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닙니다.

참고

  • 한겨레,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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