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같은 종목을 놓고 한쪽은 25% 오르고 한쪽은 24% 떨어진 상품이 있었습니다.
8월 20일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SK하이닉스에 걸린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의 희비가 이렇게 갈렸습니다.
하루만 놓고 보면 방향만 맞히면 되는 게임 같은데, 며칠을 들고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3줄 요약
1. 레버리지 ETF는 하루 등락률만 곱합니다
2. 레버리지는 25% 올랐고 인버스는 24% 빠졌습니다
3. 오르내린 횟수가 방향보다 계좌를 좌우합니다
코스피 5.89%, 그날의 ETF 시장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1.41포인트(5.89%) 오른 6852.58에 마감했습니다. 삼성전자가 9.49%, SK하이닉스가 12.73% 뛰었고, 매수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자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57분 프로그램 매수 호가의 효력을 잠시 멈추는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습니다.
ETF 시장의 반응은 더 컸습니다. 코스콤 집계로 이날 수익률 1위는 1Q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25.07%)였고, 다른 운용사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들도 나란히 24~25%씩 올랐습니다. 거꾸로 SK하이닉스 하락에 2배로 베팅한 상품은 23.99% 떨어져 그날 낙폭 1위였습니다.
100달러가 98.18달러로 끝나는 이유
여기서 자주 놓치는 게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특정 기간이 아니라 하루치 등락률만 두 배, 세 배로 따라갑니다. 그래서 기초자산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제자리로 돌아와도 레버리지 상품의 계좌는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100달러짜리 주식이 첫날 10% 올라 110달러가 됐다가 다음 날 9.09% 내리면 다시 100달러입니다. 그런데 이 주식을 2배로 추종하는 ETF는 첫날 20% 올라 120달러가 되고, 둘째 날 18.18% 내리면 98.18달러로 주저앉습니다. 기초자산은 본전인데 레버리지 계좌만 손실입니다.
낙폭이 커지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뉴스핌 보도를 보면, 기초자산이 하루 25% 떨어졌다가 이튿날 33.3% 올라 100달러를 되찾을 때 2배 상품은 83.3달러에 머뭅니다. 방향을 맞혔는데도 16.7% 손실이 남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현상을 음의 복리라고 부릅니다. 오르내림이 잦을수록 침식은 빨라집니다.
표에 적힌 총보수가 전부가 아닙니다
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설명서에 나오는 총보수는 운용사와 사무수탁사 같은 곳이 가져가는 고정 수수료일 뿐입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배율을 맞추려고 매일 장 마감 직전에 기계적으로 사고팔아야 하는데, 이때 붙는 매매 수수료와 거래세, 스왑 계약에 지급하는 이자는 그 숫자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몇 달에 한 번 손보는 일반 ETF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 비용은 운용사 주머니가 아니라 ETF의 순자산에서 매일 깎여 나갑니다. 하루 단위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오래 들고 있을수록 음의 복리와 나란히 쌓입니다.
사기 전에 정할 것은 방향이 아니라 기간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품에서 먼저 정해야 하는 건 종목이 오를지 내릴지가 아니라 며칠 들고 있을 것인가입니다. 하루 안에 끝낼 거래와 몇 주를 버틸 거래는 같은 상품이라도 결과가 다르게 나옵니다.
이미 갖고 있다면 계산해볼 게 하나 있습니다. 산 날부터 오늘까지 기초자산이 몇 % 움직였는지와 내 상품이 몇 % 움직였는지를 나란히 놓아보는 겁니다. 기초자산 등락률에 배율을 곱한 값보다 내 계좌가 적다면, 그 차이가 오르내림과 비용으로 사라진 몫입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하루에도 10% 넘게 흔들리는 종목일수록 그 차이는 커집니다. 여러 종목이 섞여 서로 상쇄되는 지수형과 달리, 단일 종목은 실적 발표 하나에도 크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규제기관들이 내놓은 경고도 같은 지점을 짚습니다. 금융산업규제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분류하고, 증권사가 개인에게 장기 투자용으로 권유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계산은 상품별 투자설명서와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3000만 원과 5시간
국내에도 문턱이 생겼습니다. 이 상품은 지난 5월 처음 상장했는데,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상장 당일 거래대금만 10조4000억 원으로 그날 전체 ETF 거래대금의 27%를 차지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두 차례 진입 요건을 올렸습니다. 7월 31일부터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사거나 더 사려면 현금 3000만 원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주식이나 채권도 예탁금으로 쳐줬지만 지금은 현금만 됩니다. 8월 19일부터는 처음 투자하는 사람에게 모의거래가 의무가 됐습니다. 5거래일 이상, 거래일마다 1시간 이상, 합쳐서 5시간 이상을 채워야 하고 매일 이어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문투자자와 법인, 외국인은 빠집니다.
거래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글로벌이코노믹 보도를 보면 8월 3~19일 국내 ETF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약 17조 원으로, 7월(약 33조 원)보다 47.6% 적었습니다. 다만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스피 일간수익률 변동성이 2025년 1.4%에서 2026년 상반기 3.6%로 높아진 것을 두고, 이 상품 하나를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도체 업황과 대외 불확실성도 함께 작용했다는 설명입니다.
거래가 줄었다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마음까지 줄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매일일보 보도에 따르면 규제 시행 이후 삼성전자의 하루 평균 신규 신용융자 수량은 52.3%, SK하이닉스는 25.5% 늘었습니다. 다만 두 지표가 같은 시기에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 레버리지 ETF를 사던 사람이 그대로 옮겨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규제 대상에서 빠진 미국 지수·업종형 레버리지 상품으로 매수가 몰린 흐름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매일일보 인터뷰에서 "특정 상품에 높은 규제를 적용하면 국내외 다른 레버리지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턱이 막은 것은 특정 상품으로 가는 길이었지, 배율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경로로 가든 하루치를 곱한다는 상품의 성질은 그대로입니다. 계좌를 열어볼 때 등락률보다 먼저 세어봐야 할 것은, 그사이 오르내림이 몇 번 있었는가입니다.
참고
- 뉴스핌, 글로벌이코노믹, 뉴시안, 매일일보,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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