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두 자리 후임, 왜 한꺼번에 제청됐을까

2026년 8월 25일 · 한국

대법관 한 자리가 다섯 달 넘게 비어 있었습니다.

대통령실과 대법원이 원하는 후보가 달라 협의가 멈춰 있다는 말이 반년 가까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8월 18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 자리와 다음 달 비는 자리를 하루에 묶어 풀었습니다.

3줄 요약
1. 대법관 후보로 손봉기·김성수 판사가 제청됐습니다
2. 노태악 후임은 209일, 이흥구 후임은 14일 걸렸습니다
3. 국회 동의를 얻어야 임명이 끝납니다

다섯 달 동안 비어 있던 자리

노태악 전 대법관은 올해 3월 3일,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습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그보다 앞선 1월 21일에 후임 후보 4명 — 김민기, 박순영, 손봉기, 윤성식 — 을 이미 추천해 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장은 곧바로 제청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후보 추천 이후 209일 동안 임명 제청이 이뤄지지 않았고,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실과 대법원이 선호하는 후보가 서로 달라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사이 후보 중 한 명이던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을 맡게 되기도 했습니다.

빈자리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14일 노경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되면서, 그가 속해 있던 대법원 3부는 다시 대법관 3명 체제로 운영되게 됐습니다. 사건을 심리할 사람이 모자란다는 우려가 실무에서 먼저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이흥구 자리까지 묶어서 풀었다

여기에 이흥구 대법관9월 7일 퇴임이 겹쳤습니다.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으면 대법관 두 자리가 한꺼번에 비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 4명은 이보다 훨씬 늦은 8월 4일에야 추천됐습니다.

후임 대상후보 추천일제청까지
노태악1월 21일209일
이흥구8월 4일14일

더퍼블릭은 두 인선 절차를 묶어 절충점을 찾았을 것이라는 법조계 관측을 전했습니다. 209일을 끈 자리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자리를 같은 날 함께 제청한 셈입니다. 방식도 평소와 달랐습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후보를 조율한 뒤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대면으로 제청하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서면으로 통보했습니다.

손봉기·김성수는 어떤 법관인가

손봉기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30년 가까이 재판 업무를 맡아온 법관입니다. 2019년에는 일선 판사들이 직접 후보를 추천하는 법원장 후보추천제로 대구지법원장에 임명됐는데, 기존 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5~6기 아래여서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은 그를 두고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사법행정을 구현하는 데 적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5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재판장을 맡아,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한 심리를 이끌었습니다.

김성수 후보는 전남 함평 출신으로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냈습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항소심에서, 1심의 집행유예를 깨고 실형을 선고해 법정구속한 재판부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법원에 대한 집단 폭력이 "반헌법적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취지로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특정 정치 성향 법관 모임에서 활동한 이력이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한겨레는 대법원이 제청 배경으로 "사법부 독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신념",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대법원 색깔이 달라지나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은 과거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해, 2020년 인사청문회에서 진보 성향이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반면 김성수 후보에게서는 이런 법관 모임 경력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습니다. 인적 배경만 놓고 보면 이번 인선으로 대법원의 진보 색채가 더 강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손봉기가 '대법원이 원한 몫', 김성수가 '청와대가 원한 몫'이었다는 식의 주고받기 관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공식 근거는 없습니다. 양쪽 모두 후보별 선호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이 없어, 이 대목은 아직 추측의 영역입니다.

아직 끝난 절차가 아니다

제청은 임명이 아닙니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내면 본회의 보고와 인사청문을 거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본회의에 보고된 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돼야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국회가 인사청문이나 표결을 늦추면 공백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두 후보가 어떤 법관인지는 청문회에서 과거 판결과 사법개혁 관련 답변을 통해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날 전망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임명이 확정됐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참고

  • 더퍼블릭, 중앙일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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