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샛강에 요즘 낯선 현수막이 하나 붙었습니다.
곤충을 함부로 잡지 말라는, 그것도 콕 집어 매미 유충을 겨냥한 안내문입니다.
올해는 아직 신고가 한 건도 없었는데, 서울시는 왜 미리 이 현수막부터 걸었을까요.
3줄 요약
1. 매미는 보호종이 아니라 조례로 채집을 막습니다
2. 허가 없이 잡으면 과태료 10만 원이 붙을 수 있습니다
3. 채집 전엔 그 공원 조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통 들고 온 사람들, 지난해 여의도에서 있었던 일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여의도 샛강 일대에 매미 유충 채취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대상은 샛강생태공원입니다. 올해는 아직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있었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예방 조치입니다.
지난해 7월, 서울시 민원창구 '응답소'에는 이런 신고가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중국인들이 큰 통을 들고 매미 유충을 집단적으로, 반복적으로 대량 채집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문장이 그대로 민원 내용이었습니다. 비슷한 일은 다른 도시에서도 있었습니다. 부산의 한 생태공원에서도 일부 중국인이 매미 유충을 대량으로 채집하는 모습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이곳에서 매미 유충을 채취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며 "올해는 아직 별다른 민원을 접수하지 않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현수막을 설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수막에는 특정 국적을 적지 않고 한글로만 채취 금지 안내를 담았습니다.
왜 하필 매미 유충일까 — '지랴오호우'라는 여름 별미
굳이 매미 유충을, 그것도 큰 통 단위로 잡아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 산둥성과 허난성 등 일부 지역에는 매미 유충을 여름철 별미로 먹는 식문화가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이를 '지랴오호우'(知了猴)라고 부릅니다. 기름에 바삭하게 튀기거나 볶은 뒤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는 방식이 흔합니다.
매미의 유충이나 성충을 식재료로 쓰는 문화는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도 있습니다. 단순한 별미에 그치지도 않습니다. 최근에는 수요가 늘면서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밤에 땅에서 올라와 나무를 타고 오르는 유충을 찾아다니는 채집 방식 자체가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오래된 여름 풍경이기도 합니다. 그 습관이 한국의 생태공원으로 옮겨 오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광경이 된 셈입니다.
매미가 아니라 장소가 걸립니다
그렇다면 이 채집은 무엇을 어긴 걸까요. 답은 매미가 아니라 장소에 있습니다. 매미는 천연기념물도,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아닙니다. 보호종을 잡았을 때 적용되는 규정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대신 적용되는 건 '서울특별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조례'입니다. 이 조례는 한강공원 관리구역에 적용되고, 이 구역 안에서 허가 없이 곤충이나 식물을 채집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매미를 잡아서가 아니라, 이 구역에서 허가 없이 잡아서 문제가 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어디서 잡았는지가 먼저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채집해도 장소가 다르면 이 조례가 아니라 그곳에 적용되는 다른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위반이 적발되면 우선 채집을 멈춰 달라고 요청하고, 필요한 경우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현수막 설치와 함께 현장 순찰과 계도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어린이를 위한 생물 관찰·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는 공간이어서, 서울시로서는 채집을 막을 이유가 뚜렷한 곳이기도 합니다.
도쿄에서도 있었던 일
이 풍경이 서울만의 일은 아닙니다. 2025년,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도쿄 시내 여러 공원에서 중국어를 쓰는 무리가 해 질 녘부터 늦은 밤까지 매미 유충을 대량으로 포획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불안을 느껴 경찰이나 공원 관리 부서에 신고하는 사례도 이어졌습니다. 수십에서 수백 마리 단위로 조직적으로 잡아가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셜미디어로 채집 장소와 방법이 공유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도쿄도 조례와 각 지자체의 공원 규정도 서울과 비슷하게 공원 안에서 동식물을 채집하거나 밖으로 가져나가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합니다. 옮겨 온 식문화가 낯선 장소의 관리 규정과 부딪히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여의도와 도쿄는 닮아 있습니다.
조례가 지키려는 건 매미 한 마리가 아니라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이라는 공간입니다. 이번 일에서 붙잡아 둘 만한 문장은 하나입니다 — 무엇을 잡느냐보다 어디서 잡느냐가 먼저입니다. 현수막 한 장으로 얼마나 달라질지는, 이번 여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
- 한국경제, 이슈밸리, 동아일보, 매일신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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