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소개팅, '말자쇼'는 왜 키 이야기부터 꺼냈을까

2026년 8월 24일 · 한국

10년 동안 연애를 하지 않은 여성이 방청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넉 달 전에 이별한 남성도 같은 방청석에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몰랐고, 그날 처음 한자리에 불려 나왔습니다.

지난 17일 KBS2 '말자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방송은 왜 굳이 이 둘을 붙여 놓았을까요.

3줄 요약
1. 17일 말자쇼는 인생의 갈림길 특집이었습니다
2. 10년 솔로와 이별 4개월이 한자리에 섰습니다
3. 바꿀 것은 마음가짐이 아니라 행동 하나입니다

싸움은 집 밖에서 하고, 들어올 땐 웃으며

'말자쇼'는 KBS2가 매주 월요일 밤에 내보내는 예능입니다. 진행은 김영희정범균이 맡습니다. 방청석에 앉은 사람이 자기 고민을 꺼내면 그 자리에서 답이 오가는 구성입니다. 이날은 '인생의 갈림길' 특집이었고, 가수 조째즈가 고민 상담자로 함께했습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19세 학생이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경제적 문제로 자주 싸우신다"며, 불경기로 힘들어하는 부모님께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김영희는 학생이 아니라 함께 온 어머니를 향해 답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상황을 다 느낀다"며 "싸움은 집 밖에서 하고 들어올 땐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시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나 때문에 싸우나' 싶어 일찍 철이 들게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조언의 방향을 한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싸우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아이더러 이해하라는 말도 아닙니다. 싸우는 장소문을 열 때의 표정, 이 두 가지만 바꾸라는 것입니다. 오늘 저녁부터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학생이 "마음의 짐을 나눠 지며 함께 잘해보자"고 부모에게 전하자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이날은 아버지의 생일 선물로 방청을 신청한 아들의 사연도 이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최근 좋은 회사에 합격했다"며 "아들은 내 인생 가장 큰 축복"이라고 답했습니다.

조째즈도 자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29살 무렵 집이 사기를 당했을 때 아버지가 미안하다며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다"며 "그때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살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가 내놓은 것도 마음가짐이 아니라 행동이었습니다.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큰 효도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키 170cm와 "제가 크지 않습니다"

같은 방송에 결이 전혀 다른 사연이 붙었습니다. 한 아버지가 "큰딸이 연애를 좀 했으면 좋겠다"며 소개팅을 신청했습니다. 1997년생인 딸은 연애를 하지 않은 지 10년이 됐다고 했습니다. 이상형으로는 "제가 키가 170cm라 키가 큰 사람이 좋다. 덩치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나이 차이는 위아래로 세 살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때 정범균이 방청석에서 한 사람을 불러냈습니다. "'나는 솔로' 출연 후 1년째 솔로다. 짝을 찾아달라"고 사연을 보낸 29기 영수(김정익) 씨였습니다. 김영희는 그를 29기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출연자라고 소개했습니다.

영수는 자기 사연부터 바로잡았습니다. "1년째 솔로라는 내용은 잘못됐다. 헤어진 지는 4개월 정도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소개팅 문의는 들어오지만, 방송에 나온 것을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해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여성의 이상형을 듣고는 "제가 키가 크지 않다"고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여기서 김영희는 조건을 조정하지 않았습니다. 영수를 여성 앞으로 데려가 대화를 권했습니다. "키와 생김새를 모두 따져서는 연애를 못 한다"며 "마음이 통하면 이 사람의 키가 180cm처럼 보이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 사귀라는 게 아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친한 오빠가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대화를 나눠볼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여성은 "있다"고 답했고, 딸의 연애를 바랐던 아버지도 적극 찬성했습니다.

두 조언이 사실은 같은 모양입니다

이날 나온 두 조언은 소재가 전혀 다릅니다. 하나는 20년쯤 된 부부의 다툼이고, 하나는 처음 만나는 두 사람입니다. 그런데 형태가 같습니다. 상대를 바꾸라고 하지 않고, 내가 오늘 할 동작 하나를 정해 준다는 점입니다.

부모에게는 "잘 지내세요"가 아니라 문을 열 때 웃으라고 했습니다. 여성에게는 "눈을 낮추세요"가 아니라 일단 앉아서 말을 섞어보라고 했습니다. 조건을 지우지 않은 채, 조건을 확인할 순서만 뒤로 미룬 것입니다. 방청석이 울고 웃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입니다. 사람들이 듣고 싶은 건 옳은 말이 아니라 당장 해볼 수 있는 말입니다.

물론 방송에서 오간 대화는 그 자리에서 끝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남을 이어갈지는 아직 알 수 없고, 부모님이 정말 웃으며 문을 열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데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날 나온 조언의 모양은 그대로 빌려 쓸 만합니다.

참고

  • 비즈엔터, 스타뉴스, 일간스포츠, 인사이트,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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