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진 뒤 도로 위 맨홀 뚜껑이 들뜨거나 아예 사라지는 사고가 해마다 나옵니다.
그런데 지자체가 정비에 돈을 쓸 때, 뚜껑 교체보다 훨씬 많이 까는 장치가 따로 있습니다.
뚜껑이 튼튼해지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3줄 요약
1. 맨홀 사고는 뚜껑이 부서지는 게 아니라 밀려 올라오는 일입니다
2. 삼척시는 뚜껑 390개, 추락방지망 1,203개를 답니다
3. 물이 고인 길은 맨홀 자리를 못 보는 길입니다
뚜껑이 부서지는 게 아니라 밀려 올라옵니다
맨홀 뚜껑은 무게가 상당합니다. 사람이 밟거나 차가 지나가는 힘에는 충분히 버티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그 힘이 위에서 아래로 오지 않을 때입니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짧은 시간에 물이 몰리면, 하수관은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넘깁니다. 관 안에 물이 꽉 차면 갈 곳이 없어진 물과 공기가 위로 밀고 올라옵니다. 맨홀은 그 압력이 빠져나가는 가장 약한 지점입니다. 그래서 사고 원인을 설명할 때 "부서졌다"가 아니라 뚜껑 이탈이라는 말이 쓰입니다. 뚜껑이 깨져서 생기는 사고가 아니라, 뚜껑이 제자리를 벗어나서 생기는 사고라는 뜻입니다.
일단 뚜껑이 밀려 나가면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때 도로는 이미 물에 잠겨 있습니다. 뚜껑이 없어진 구멍이 물 밑에 감춰지는 것이 이 사고가 무서운 진짜 이유입니다. 발밑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사라진 뚜껑 자리를 미리 알아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390개와 1,203개
강원 삼척시가 지난 6월부터 하고 있는 맨홀 정비 사업의 물량이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 구분 | 목표 | 8월 중순까지 |
|---|---|---|
| 맨홀 뚜껑 교체 | 390개 | 350개 |
| 추락방지망 설치 | 1,203개 | 1,080개 |
뚜껑을 새것으로 바꾸는 곳이 390군데인데, 추락방지망을 다는 곳은 1,203군데입니다. 세 배가 넘습니다. 추락방지망은 뚜껑 바로 아래에 까는 그물망입니다. 뚜껑이 열린 순간에도 사람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받아 주는 장치입니다.
이 숫자 차이가 말하는 건 분명합니다. 뚜껑이 뜨는 일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니 뚜껑을 아무리 잘 바꿔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열린 뒤에 사람을 붙잡는 두 번째 장치를 훨씬 넓게 깔아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총사업비는 15억 1,200만 원이고, 9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정비 대상을 고른 방식도 함께 볼 만합니다. 시 전체 맨홀을 한꺼번에 손대는 게 아니라,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으로 이미 지정돼 있던 곳부터 갔습니다. 하수가 넘쳐 침수 피해를 본 적이 있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 지역입니다. 삼척에서는 교동, 남양동, 사직동 세 곳입니다. 예산이 한정된 지자체 사업에서는 얼마를 썼는가보다 어디를 먼저 골랐는가가 더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물이 고인 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이런 정비가 전국 모든 동네에 이미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폭우가 지나간 길을 걸을 때 기억해 둘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물이 고여 발밑이 안 보이는 길은 돌아가는 게 맞습니다. 무릎 아래 깊이라도 그 안에 뚜껑이 사라진 구멍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차도와 인도의 경계, 도로 가장자리처럼 물이 모이는 자리에 맨홀이 많습니다.
물이 솟구치거나 소리가 나는 지점은 이미 압력이 걸린 곳입니다. 하수가 역류하면 맨홀에서 물이 위로 뿜어져 나옵니다. 그런 곳은 뚜껑이 언제 밀려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할 자리가 아닙니다.
들떠 있거나 소리가 달라진 뚜껑은 신고 대상입니다. 차가 지나갈 때 덜컹거리는 소리가 유난한 뚜껑, 주변 도로면보다 어긋나 보이는 뚜껑은 이미 한 번 움직였을 수 있습니다. 시청이나 구청 하수도 담당 부서, 또는 안전신고 창구에 위치를 알려 주면 됩니다.
우리 동네가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에 들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나 하수도 담당 부서에 물어보면 됩니다. 지정된 지역이라면 침수 이력이 있다는 뜻이니, 비 예보가 있을 때 그 길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생깁니다.
맨홀 사고는 뚜껑이 약해서 나는 게 아닙니다. 물이 갈 곳을 잃으면 가장 약한 곳으로 나오고, 그 자리가 하필 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바닥입니다. 삼척시가 뚜껑보다 방지망을 세 배 많이 깐 건 그 사실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참고
- KBS 뉴스, 뉴시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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