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전면파업, 기아는 특근 거부 — 같은 임금 협상인데 왜 다를까요

2026년 8월 24일 · 한국

현대자동차 노조가 오는 21일 8시간 전면파업에 들어갑니다.

2016년 이후 10년 만의 전면파업입니다.

같은 현대차그룹 소속인 기아 노조는 파업권을 쥐고도 아직 생산라인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왜 두 회사의 선택이 이렇게 갈렸을까요.

3줄 요약
1. 기아는 파업권이 있어도 아직 파업하지 않았습니다
2. 기본급 기아 9만5천원, 현대차 8만9천원입니다
3. 합의 순서가 15년 만에 바뀔 수 있습니다

기아가 멈춘 것은 주말이고, 현대차가 멈추는 것은 평일입니다

노조가 합법적으로 쟁의행위에 들어가려면 먼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더 이상 조정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기아 노조는 지난달 23일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82%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까지 받아 파업권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기아 노조가 실제로 꺼낸 카드는 정규 근무시간의 생산라인을 멈추는 파업이 아니라 특근 거부였습니다. 지난 18일부터 교섭이 끝날 때까지 주말과 추가근무, 즉 생산 특근을 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공장 내 출하와 지역 출하, 군수 공장은 예외로 뒀습니다. 평일 낮의 라인은 그대로 돌아갑니다.

반면 현대차 노조는 이미 특근 거부와 부분파업을 거쳐왔습니다. 19~20일과 24~25일 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고, 21일에는 하루 근무 8시간을 통째로 멈추는 전면파업에 들어갑니다. 같은 파업권을 쥐고도 기아는 가장 낮은 단계를, 현대차는 가장 높은 단계를 쓰고 있는 셈입니다. 이종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장은 아시아투데이 인터뷰에서 "진전된 안이 있을 때 다시 교섭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본급 기아 9만5000원, 현대차 8만9000원

기아 노사는 지난 18일 9차 본교섭에서 두 번째 제시안을 내놨습니다. 지난 13일 내놓은 1차안보다 기본급성과금을 더 올린 수정안입니다. 성과금은 두 회사 모두 통상임금의 350%에 정액을 얹는 구조라, 실제로 갈리는 곳은 그 정액 부분입니다.

항목현대차(3차)기아(2차)
기본급 인상8만9000원9만5000원
성과금 정액1000만원1150만원
자사주15주45주

기아는 여기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도 더했습니다. 같은 날 열린 현대차 교섭에서 사측은 41일 만에 다시 마주 앉고도 기존 3차 제시안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지금 올라와 있는 숫자만 보면 기아가 현대차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물론 노조 요구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 모두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여기에 현대차는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기아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합니다. 기아 노조는 정년을 65세로 늘려달라는 요구도 걸어뒀습니다. 기아 노조는 이 2차안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두 회사의 최근 실적 격차도 함께 볼 대목입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 49조215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85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줄었습니다. 기아 역시 매출 33조37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냈는데, 영업이익 감소폭은 4.9%에 그쳤습니다. 회사가 쓸 수 있는 돈의 여유가 다르다는 뜻이고, 제시안 차이도 여기서 갈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15년 만에 뒤바뀔 수 있는 순서

현대차그룹의 임금 협상은 그동안 현대차가 먼저 타결하면 기아가 이를 참고해 뒤따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현대차 교섭이 파업으로 길어지는 사이 기아가 제시안을 빠르게 높이면서, 기아가 먼저 타결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2011년 이후 15년 만의 '기아 선타결'입니다.

다만 아직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기아 노조도 사측의 2차안을 거부했고, 정년과 상여금 지급률을 비롯해 19개 단체협약 조항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입니다. 현대차 역시 추가 제시안을 내놓으며 협상이 빠르게 진전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차를 계약해 둔 사람이 볼 곳

지금 이 협상이 남의 일이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출고를 기다리는 계약자입니다. 현대차는 지난달까지 파업과 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 차질을 4만2000대 이상으로 추산했는데, 21일 전면파업이 더해지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납니다. 기아는 평일 라인이 돌고 있어 당장은 덜하지만, 주말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가 길어지면 밀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파업이 곧 내 차의 지연은 아닙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어느 공장, 어느 차종이냐에 따라 영향이 갈립니다. 확인할 곳은 뉴스가 아니라 계약한 영업점이나 앱의 출고 예정 안내입니다. 특히 인기 차종은 원래도 대기가 길어, 이번 파업 탓인지 원래 밀린 것인지 구분해서 물어봐야 합니다. 실제로 광주글로벌모터스가 만드는 캐스퍼 일렉트릭은 노사 갈등과 맞물려 출고 대기가 최대 28개월까지 늘었다고 금속노조는 밝혔습니다.

부품 협력사와 조합원 본인에게도 셈이 있습니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 부사장은 아시아투데이 인터뷰에서 파업이 길어지면 조합원의 임금 손실과 부품사의 어려움이 함께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파업은 회사만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늘 10차 교섭이 갈림길입니다

기아 노사는 19일 오후 소하리공장에서 10차 본교섭을 이어갑니다. 여기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가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특근 거부보다 높은 단계의 쟁의행위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아가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면 2020년 이후 6년 만이고, 2021년부터 이어온 5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도 끊깁니다.

두 회사 모두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는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는 쪽을, 기아는 대화를 이어가는 쪽을 택했지만 어느 쪽도 최종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늘 소하리공장에서 나올 결과가 다음 단계를 가늠할 첫 신호가 될 것입니다.

참고

  • 프라임경제, 뉴스톱, 아시아투데이, 더팩트, 남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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