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12년 전 아버지는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오빠에게만 증여했습니다. 당시 시세로 7억원이었습니다.
그 아파트는 지금 15억원이 됐습니다. 딸은 이 차액을 나눠 받을 수 있을까요.
3줄 요약
1. 형제에게 준 증여는 기간 제한이 없습니다
2. 증여 당시 7억, 아버지 사망 시점엔 15억입니다
3. 알게 된 날짜부터 1년이 남은 시간입니다
딸이 상속 재산을 받지 못한 이유
지난 1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소개된 사연입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딸 A씨는 오빠와 함께 상속 재산을 정리하다가 남은 재산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과거 재산 내역을 되짚어 보니 12년 전 아버지가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오빠에게만 증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증여 당시 이 아파트의 시세는 7억원이었지만, 지금은 15억원까지 올랐습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오빠가 학비와 용돈은 물론 결혼할 때 전세 보증금까지 지원받았지만, 자신은 등록금도 결혼 비용도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상속에서마저 배제되자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법률 자문을 구했습니다. 오빠 쪽은 "아버지의 뜻이었으니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사연을 접한 법무법인 신세계로 배수지 변호사는 "부모님이 생전에 특정 자녀에게만 부동산이나 현금을 미리 넘겨주고, 정작 돌아가신 뒤에는 남은 재산이 거의 없어 벌어지는 상속 분쟁이 상당히 많다"고 말합니다. A씨네 사연도 그런 경우 중 하나입니다. A씨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배 변호사의 조언입니다. 유류분은 법이 상속인에게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몫입니다. 부모가 생전 증여나 유언으로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줬다면, 다른 상속인은 그 부족분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남"과 "형제"는 계산이 다릅니다
부모가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미리 줬다면, 원칙적으로 그 증여는 상속이 시작되기 1년 안에 이뤄진 것만 유류분 계산에 들어갑니다. 다만 이 1년이 언제나 벽은 아닙니다. 재산을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이러면 다른 자식 몫이 줄어든다"는 걸 알면서 넘긴 경우에는 1년보다 오래전 일이라도 계산에 넣을 수 있습니다. 그걸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일 뿐입니다.
형제자매처럼 상속인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준 증여는 아예 취급이 다릅니다. 배 변호사는 이런 증여를 "특별수익"이라고 설명합니다. 공동상속인에게 준 특별수익은 증여가 10년 전이든 20년 전이든 상관없이 전부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됩니다. 알았는지 몰랐는지를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A씨의 오빠가 받은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12년이라는 시간은 이 계산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7억이 아니라 15억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두 번째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은 금액을 언제 기준으로 매기느냐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증여 당시 가격, 그러니까 7억원을 기준으로 삼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배 변호사는 특별수익의 가치 평가 기준은 증여 당시가 아니라 상속이 시작된 시점, 즉 부모가 돌아가신 시점의 시세라고 밝혔습니다. A씨의 경우라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시점의 시세인 15억원이 기준입니다.
다만 예외는 있습니다. 오빠가 직접 리모델링을 하거나 투자를 잘해서 값이 오른 것이라면 그 몫은 계산에서 빼야 합니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 전체가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값이 뛴 경우라면, 오른 만큼을 그대로 포함해 유류분 부족액을 계산합니다. A씨 사연은 후자에 가깝다는 게 배 변호사의 판단입니다. 오빠가 그 아파트를 그대로 갖고 있었을 뿐 특별히 가치를 더한 게 없다면, 값이 오른 건 오빠의 능력이 아니라 시장이 만든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연이 남 얘기 같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형제 중 한 명에게만 부모가 재산을 미리 넘긴 집이라면, 증여가 언제였는지보다 그 재산이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해서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배 변호사는 증여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반환 청구 소송을 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 기간을 놓치지 않았더라도 상속이 시작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유류분 반환 청구권 자체가 사라집니다. 둘 중 하나라도 먼저 지나면 권리를 잃는 구조입니다.
A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곧바로 증여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여서 아직 1년의 기한 안에 있습니다. 배 변호사도 빠르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시효 중 어느 쪽이 먼저 끝날지는 집집마다 다릅니다. 상속이 시작된 지 오래됐다면 10년짜리 시효가 이미 지났을 수도 있고, 최근에야 증여 사실을 알았다면 1년짜리 시효가 더 급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특정 자녀에게만 재산을 미리 넘긴 사실을 뒤늦게 안 다른 가족이 있다면, 언제 그 사실을 알았는지부터 날짜로 기록해 두는 게 좋습니다. 그 날짜가 1년짜리 시효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사정에 실제로 얼마가 부족한지는 개별 계산이 필요하니 변호사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참고
- 뉴시스, 아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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