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정치인과 시민 서른 명 남짓의 동향을 추적해 대통령실에 주기적으로 보고했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종류의 국내 정보 수집은 2020년 국정원법이 바뀌면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없어졌다던 일이, 어떻게 다시 나온 걸까요.
3줄 요약
1. 윤석열 정부 국정원 민간인 사찰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2. 대통령실 보고 16회, 대상자는 28명가량입니다
3. 감찰과 수사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주장입니다
'북 영향력 공작'이라는 이름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이 2024년 1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게 '북 영향력 공작 차단을 위한 특별대응 TF 운영 및 추적 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 뒤 안보조사 담당 부서 등 4개 부서가 합동으로 참여하는 '북한 영향력 공작 대응 TF'가 꾸려졌다는 것입니다.
이름만 보면 국정원의 원래 업무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윤 의원이 설명한 보고서의 구성은 달랐습니다. '북 대남 영향력 공작 동향'이라는 제목 아래 마지막 항목이 '국내 추종 실태 활동 추적' 및 '대응 조치'였고, 어떤 인물이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윤 의원은 "북한과는 관련이 없는 명백한 정치 동향 보고였다"고 말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주간 단위로 작성돼 16차례에 걸쳐 당시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에게 실물로 전달됐다는 설명입니다.
막을 규정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2020년 12월 국정원법 개정으로 국내 정보 수집 업무는 폐지됐고,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넘어갔습니다. 간첩 같은 안보 범죄를 국정원이 직접 수사하던 권한인데, 이관에는 3년의 유예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지금 시행되는 국정원법은 직무 범위를 벗어나 정치 관여가 우려되는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조직을 따로 두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정보 수집이라 부르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금지 조항은 있고, 이 TF의 활동이 그 선을 넘었는지가 쟁점입니다.
7명, 그리고 28명
최초 TF 운영계획 보고서에 첨부된 '추적 대상자'는 7명이었고, 여기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형)가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 7명을 포함해 주간 보고서에 등장한 '대상자'가 28명가량이라는 것이 윤 의원의 설명입니다. 7명이 28명으로 늘어난 과정까지 공개된 것은 아닙니다.
이 28명과는 별개로, 출처가 불분명한 첩보를 근거로 진성준 민주당 의원과 2023년 11월 입적한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사찰도 있었다는 주장이 함께 나왔습니다. 자승 스님의 경우 열반 당일 대테러 부서와 안보조사 부서가 현장에 출동했고 보고서 두 건이 작성됐는데, "실무자들도 왜 가라는 것인지 몰랐다"고 윤 의원은 전했습니다.
한 대목은 국정원 안에서도 이미 문제로 다뤄졌습니다. 현역 의원 사찰의 근거가 된 첩보에 충분한 검증이 없었다는 점은 조태용 원장 시절 자체 감사에서도 인정된 부분이라고 윤 의원은 밝혔습니다.
계엄 석 달 전 문건과 그날 밤
윤 의원은 하루 전인 8월 19일, 국정원이 2024년 9월 '계엄 상황 시 대공수사권 행사 가능 여부'를 검토한 문건을 작성했다고 공개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석 달 전입니다. 다만 국정원은 이에 대해 을지훈련과 관련한 파견 검토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계엄이 선포된 당일 밤에는 신원조사·방첩·감찰·총무 등 여러 부서가 '비상계엄 하 운영 방향' 류의 문건을 각각 만들었다고 합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 약 40분 만에 계엄사 파견 인력 4명을 선발하고 합참에 준비 상황을 알렸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습니다.
윤 의원은 이를 국정원이 계엄 가능성을 미리 알고 권한 재행사를 따져본 정황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문건이 있었다는 것과 실제로 무엇을 하려 했는지는 다른 문제이고, 그 사실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안이 나란히 놓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대북 방첩과 국내 정치 사찰은 실무 단계에서 종이 한 장 차이이고, 그 경계가 종종 보고서 표지에 붙는 이름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
윤 의원 스스로도 보고서가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당연히 보고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까지 갔는지, 갔다면 어떤 지시가 뒤따랐는지는 이 발표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8월 20일 기준으로 윤 의원은 "국정원이 아직 감찰에 들어간 것은 아니고, 곧 할 것으로 비공식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명의 국회의원이 열람한 문건과 그에 대한 설명이라는 점도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문건의 제목과 날짜, 그리고 그것을 본 사람의 해석입니다. 감찰이나 수사에서 보고 계통과 지시가 확인돼야 지금의 '의혹'은 '사실'이 됩니다. 그때까지는 문건이 있었다는 것과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구분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고
- KBS 뉴스, 주간경향, 시사저널, 뉴스데일리, 연합뉴스,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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