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여자 선수들만으로 굴러가는 프로야구 리그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앞선 리그가 문을 닫은 것이 1954년이니 72년 만입니다. 그 개막전 마운드에 한국 선수가 올랐습니다.
리그가 왜 이렇게 오래 비어 있었고, 이번엔 무엇이 다른지 정리해 봤습니다.
3줄 요약
1. 미국 여자프로야구가 72년 만에 개막했습니다.
2. 600명이 지원해 120명, 네 팀이 남았습니다.
3. 한국 선수가 그 마운드에 선 것은 국내에 길이 없어서입니다.
8월 1일,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현지 시간 8월 1일, 로빈 로버츠 스타디움에서 WPBL(여자프로야구리그) 개막전이 열렸습니다.
뉴욕 하이츠와 로스앤젤레스 퀸즈의 경기였고, 뉴욕의 선발투수로 김라경이 나섰습니다. OSEN 등 국내 보도에 따르면 이 리그의 첫 스트라이크와 첫 탈삼진이 그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기록은 4이닝 2피안타 4볼넷 4탈삼진 4실점이었습니다. 팀이 8-4로 앞선 채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투수 요건은 갖췄지만, 이어 나온 투수들이 점수를 내주며 팀은 8-10으로 졌습니다.
첫 경기부터 이긴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72년 만에 열린 리그의 첫 공이라는 자리는 남았습니다.
1954년에 한 번 끊겼습니다
앞선 리그의 이름은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AAGPBL)입니다.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운영됐습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남자 선수들이 전장에 나가면서 야구장이 비자 만들어진 리그였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남자 선수들이 돌아오자 관심이 식었고, 리그는 12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1992년 영화 <그들만의 리그>가 이 리그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실화가 바탕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안 관객이 많았습니다.
이번 WPBL의 명예 회장은 그 시절 실제로 뛰었던 선수입니다. 리그가 스스로를 어디에 잇고 싶어 하는지가 인선에 드러납니다.
72년이라는 공백은 그동안 여자 야구가 없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마추어 대회도, 국가대표팀도, 여자 야구 월드컵도 있었습니다. 없었던 것은 야구로 돈을 버는 자리였습니다. 프로 리그가 다시 생겼다는 소식이 다른 무게를 갖는 이유입니다.
네 팀이 한 구장에 모여 칩니다
구조가 우리가 아는 프로야구와 꽤 다릅니다.
팀은 보스턴 헌터스, 뉴욕 하이츠, 로스앤젤레스 퀸즈, 샌프란시스코 파이어벨스 넷입니다. 도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첫 시즌 경기는 전부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한 구장에서 열립니다. 연고지를 오가는 원정 경기가 아직 없다는 뜻입니다.
시즌은 8월 1일부터 9월 22일까지입니다. 정규시즌 30경기에 포스트시즌 7경기, 다 합쳐 37경기입니다. 팀당 15경기니 프로야구 한 시즌의 10분의 1이 조금 넘습니다.
경기는 7이닝제입니다. 마지막은 5전 3선승제 챔피언십 시리즈로 끝납니다.
리그를 만든 사람은 2015년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코치를 맡은 첫 여성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방송은 ESPN이 전 경기를 중계합니다.
작게 시작한 리그입니다. 대신 전 경기가 중계되고 일정이 짧아, 시즌 전체를 따라가기는 오히려 쉽습니다.
600명이 모여 120명이 남았습니다
선수 선발은 2025년 8월 트라이아웃에서 시작됐습니다.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렸고 600명이 넘게 모였습니다.
이 가운데 120명이 그해 11월 드래프트 대상이 됐고, 네 팀에 나뉘어 배정됐습니다. 전체 지원자의 5분의 1입니다.
한국과 일본 선수들도 이 과정을 거쳤습니다. 미국 국내 리그로 출발했지만 선수 구성은 처음부터 여러 나라에 열려 있었습니다.
개막전 선발도 그렇게 왔습니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김라경은 중학생 때부터 국가대표로 뛰었고, 2022년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고 재활한 뒤 일본 실업 리그를 거쳐 이 리그에 지원했습니다. 국내에서 프로가 되는 경로가 없으니 바깥에서 찾은 경로입니다.
한국 쪽 숫자는 30입니다
경향신문이 8월 2일 보도한 숫자가 눈에 걸립니다.
학교운동부와 전문클럽에 등록된 국내 엘리트 야구 선수는 1만 5,465명입니다. 이 가운데 여자 선수는 30명입니다. 0.2%죠.
더 눈에 걸리는 건 분포입니다. 초등부 24명, 중학교 5명, 고등학교 1명.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게 아니라 거의 사라집니다.
이유는 어렵지 않습니다. 전국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 여자야구 종목이 없고, 실업팀도 프로팀도 없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갈 곳부터 마땅치 않습니다. 국내 첫 엘리트 여자야구부였던 대학 팀도 현재 운영이 멈춘 상태라고 같은 보도는 전했습니다.
옆 나라는 사정이 다릅니다. 일본은 2021년부터 고교 여자야구 전국대회를 고시엔에서 열고 있고, 올해 70개 팀이 참가했습니다.
고등학교 1명이 대신하는 이야기
72년 만에 리그가 하나 열렸다는 소식은, 뒤집어 보면 72년 동안 없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개막전 선발이 한국 선수였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리까지 갈 길이 국내에는 아직 놓여 있지 않아서, 결국 바깥에서 열린 문으로 나간 것에 가깝습니다. 고등학교 여자 선수 1명이라는 숫자가 그 이야기를 대신합니다.
참고자료
- OSEN '韓 여자야구 에이스' 김라경, 美 여자프로야구 역사적 무대서 4이닝 4K 4실점
- 머니투데이 김라경, '72년 만 부활' 미국 여자프로야구 개막전 선발 등판
- ESPN 2026 Women's Pro Baseball League: Where to watch, schedule, more
- Wikipedia Women's Pro Baseball League
- 경향신문 재능 있어도 미래 안 보여…여자야구 선수들 '한숨'
- 스포츠경향 국내 유일 엘리트 여자야구팀마저 운영 중단
리그 일정과 선수 선발 수치는 ESPN과 리그 개요를, 국내 등록 선수 수치는 경향신문 보도를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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