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야구 등록 선수 30명, 남자는 1만 5,435명입니다

2026년 8월 8일

지난주 미국에서 한국 투수가 프로 개막전 선발로 나갔습니다.

같은 주, 국내 하나뿐이던 대학 여자야구부가 문을 닫았습니다.

같은 종목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3줄 요약
1. 국내 등록 여자 야구 선수는 30명입니다.
2. 고등학생은 그중 한 명뿐입니다.
3. 국내 실업팀과 프로팀은 아직 0개입니다.

30과 1만 5,435

학교 운동부와 클럽에 등록된 엘리트 야구 선수는 8월 기준 1만 5,465명입니다.

이 가운데 남자가 1만 5,435명, 여자가 30명입니다. 비율로는 99.8% 대 0.2%입니다.

30명을 학년으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12세 이하24명
15세 이하5명
18세 이하1명

초등학생 24명이 중학생이 되면 5명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한 명이 됩니다. 야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등록할 팀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대회가 없으면 팀이 안 생깁니다

학교 운동부는 대회를 보고 만들어집니다. 나갈 대회가 있어야 예산이 붙고 지도자를 뽑습니다.

여자 야구는 소년체육대회 종목이 아니고, 전국체전 종목도 아닙니다. 여자부만 따로 여는 전국대회도 없습니다.

그러니 학교가 팀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2024년 창원 무학여중과 충남 외산중에서 여자야구부 창단을 시도했지만 무산됐습니다.

거꾸로도 돌아갑니다. 팀이 없으니 선수가 안 나오고, 선수가 없으니 대회를 열 명분이 안 서고, 대회가 없으니 팀이 안 생깁니다. 어디를 먼저 끊어야 할지가 분명하지 않은 종류의 고리입니다.

여자 선수가 야구를 계속하려면 남자 팀에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것도 중학교까지입니다.

그럼 1,200명은 누구입니까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야구하는 여성이 30명뿐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한국여자야구연맹 소속 클럽팀은 49개이고, 등록 선수는 약 1,200명입니다. 세종과 제주를 뺀 15개 시도에 팀이 있고, 70대까지 뜁니다. 전국대회도 열립니다.

앞의 30명과 이 1,200명은 계산하는 칸이 다릅니다. 30명은 학교 운동부와 클럽에 등록된 엘리트 선수, 즉 야구를 직업으로 삼는 경로에 올라 있는 사람의 수입니다. 1,200명은 생활체육 쪽입니다.

두 칸 사이에 다리가 없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생활체육에서 직업으로 건너가는 계단이 국내에 없습니다.

대학 쪽에는 2009년 출범한 대학여자야구연맹이 있고 2021년부터 정규리그 체계로 돌아갑니다. 다만 이건 동아리 기반이고, 국민대가 만들려던 운동부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생겼다가 사라진 팀

2024년 9월 국민대에 여자야구부가 생겼습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대학 엘리트 팀이었습니다.

2년이 안 돼 선수 전원이 팀을 떠났고,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김익 감독은 스포츠경향에 "국내에 여자야구 실업팀이 없어서 미래가 불확실한 게 선수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학 팀은 사다리의 중간 칸입니다. 위 칸이 없으면 중간 칸도 서 있지 못합니다. 4년을 뛰고 나서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은 입학 전부터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미국입니다

미국에서 여자 프로야구 리그가 다시 열렸습니다. 1954년 문을 닫은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 이후 72년 만입니다.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2026 WPBL 개막전에 한국 투수 김라경이 선발로 나섰습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4이닝 동안 2피안타 4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고, 리그 첫 탈삼진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한국 선수는 그를 포함해 네 명이 지명됐습니다. 포수 김현아가 보스턴, 내야수 박주아가 샌프란시스코, 박민서가 뉴욕 소속입니다.

국내 등록 선수가 30명인 나라에서 네 명이 새로 생긴 해외 리그에 갔습니다. 이 숫자를 성과로 읽을지 이탈로 읽을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텐데, 제 눈에는 선수들이 국내에서 답을 못 찾았다는 기록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열린 WBSC 여자야구 월드컵에서 한국은 2승 3패로 결선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바뀌면 달라집니까

돈이 제일 먼저 나올 법하지만, 앞 칸에 있는 것은 종목 지정입니다.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에 종목으로 들어가면 시도마다 선수를 확보할 이유가 생깁니다. 학교가 팀을 만들고 지도자 자리가 붙습니다. 학교 운동부는 대체로 이 순서로 만들어집니다.

실업팀은 그다음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갈 자리가 하나라도 있으면 대학 팀이 유지되고, 대학 팀이 있으면 고등학교 선수가 남습니다.

지금 구조에서는 잘하는 선수일수록 빨리 그만둡니다. 재능이 보일수록 그 재능을 쓸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일찍 알게 되니까요. 야구를 계속하고 싶어 소프트볼로 옮기는 선수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쪽에는 실업팀과 대회가 있습니다.


한 명이 미국에서 공을 던진 날과 한 팀이 문을 닫은 날이 같은 주에 걸쳐 있습니다. 둘은 반대되는 소식이 아니라 같은 사실의 앞뒤입니다.

30명이라는 숫자를 기억해 두면 됩니다. 다음에 여자 야구 소식이 나올 때 그 숫자가 어느 쪽으로 움직였는지가 답입니다.

막힌 것은 엘리트 경로지 야구 자체가 아닙니다. 지금 공을 던지고 싶은 분이라면 한국여자야구연맹 홈페이지에 전국 49개 클럽 명단과 팀·선수 등록 안내가 올라와 있습니다. 70대까지 뛰는 리그입니다. 1,200명이 30명을 밀어 올리는 길은 결국 이쪽에서 시작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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