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가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을 냈습니다.
순손실 82억 2,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조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그 분기에 사업을 망친 적도, 큰돈을 쓴 적도 없습니다.
3줄 요약
1. 스트래티지가 가진 비트코인은 분기마다 다시 매겨집니다.
2. 1년 전 100억 달러 흑자가 82억 달러 적자입니다.
3. 장부상 숫자와 실제 현금은 다릅니다.
손실의 출처는 딱 하나입니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이야기입니다. 공동창업자인 마이클 세일러 집행회장이 2020년 8월부터 회사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 모아온 곳입니다. 첫 매입이 2억 5,000만 달러어치였고, 지금은 84만 개가 넘습니다.
2분기 순손실 82억 2,000만 달러 가운데 83억 2,000만 달러가 비트코인 평가손입니다.
손실이 순손실보다 큽니다. 다시 말해 본업은 흑자였는데 코인 평가손이 그걸 다 삼키고도 남았다는 뜻입니다.
그 분기에 코인을 팔았느냐 하면, 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샀습니다.
2025년에 규칙이 바뀌었습니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미국 회계기준원이 2023년에 만든 규칙(ASU 2023-08)이 2025년부터 적용됐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기업이 가진 암호화폐를 분기말 시세로 다시 매기고, 오르거나 내린 만큼을 그 분기 손익에 그대로 반영한다.
팔지 않아도 반영합니다. 현금이 오가지 않아도 반영합니다.
2분기에 비트코인은 8만 6,000달러 선에서 6만 5,000달러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84만 개를 곱하면 83억 달러가 나옵니다. 그게 손익계산서에 그대로 찍힌 것입니다.
예전 규칙은 더 이상했습니다
바뀌기 전이 나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암호화폐를 '내용연수가 정해지지 않은 무형자산'으로 분류했습니다. 상표권 같은 것과 같은 칸입니다. 이 칸의 규칙은 이렇습니다.
값이 떨어지면 손실로 잡는다. 그런데 다시 올라도 되돌리지 못한다.
그래서 코인 값이 잠깐 급락하면 그 시점 기준으로 장부가가 깎이고, 이후 두 배로 올라도 장부에는 깎인 값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장부가 실제 자산 가치보다 한참 낮게 표시되는 일이 생긴 겁니다.
새 규칙은 이 비대칭을 없앴습니다. 오르면 이익, 내리면 손실. 대신 실적이 코인 시세를 따라 출렁이게 됐습니다.
같은 회사, 1년 사이 180도
이 변화가 얼마나 큰지는 작년과 비교하면 바로 보입니다.
| 시기 | 순손익 |
|---|---|
| 2025년 2분기 | 100억 2,000만 달러 흑자 |
| 2026년 2분기 | 82억 2,000만 달러 적자 |
사업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코인 값이 그 사이 오르다 내렸을 뿐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숫자는 사실 저 두 개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사업이 분기에 벌어들인 매출이 1억 2,200만 달러입니다. 이번 분기 손실의 67분의 1입니다.
회사 이름은 소프트웨어 회사인데 실적표는 코인 시세표에 가깝습니다.
평가손과 실제 손해는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실제로 82억 달러를 잃은 걸까요.
아직은 아닙니다. 팔지 않았으니까요. 값이 다시 오르면 다음 분기에는 반대 부호로 찍힙니다.
다만 장부에만 남는 숫자라고 넘기기도 어렵습니다. 이 회사가 코인을 산 돈의 상당 부분이 빌린 돈과 우선주 발행으로 마련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주 배당과 이자로 해마다 나가야 하는 돈이 약 17억 6,000만 달러입니다. 이건 코인 시세와 관계없이 현금으로 나갑니다.
그래서 팔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최대 50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팔 수 있도록 승인했습니다. 용도를 셋으로 나눠뒀습니다.
달러 준비금으로 12억 5,000만 달러, 우선주 배당과 이자 지급에 17억 6,000만 달러, 자사주 매입에 최대 20억 달러입니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으로 판 금액은 2억 달러 남짓입니다.
평균 매입 단가가 개당 7만 5,476달러인데 시세가 그 아래에 있으니, 지금 파는 것은 원가보다 싸게 파는 일이 됩니다. 취득원가 636억 9,000만 달러에 대해 약 90억 달러가 아래에 있는 상태입니다.
평가손인가, 실현손인가
주가나 코인 값 전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런 회사의 실적을 볼 때 갈리는 지점 셋입니다.
평가손인지 실현손인지. 팔아서 난 손실과 시세로 다시 매겨서 난 손실은 다른 숫자입니다.
본업 매출이 얼마인지. 손익 맨 아랫줄만 보면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현금으로 나가야 하는 의무가 얼마인지. 배당과 이자는 코인 값과 무관하게 날짜가 정해져 있습니다.
회계 규칙이 바뀌면 같은 회사가 1년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뒤집힙니다. 회사가 달라진 게 아니라 재는 자가 달라진 것입니다.
남의 나라 회계 이야기로만 넘기기는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들고 있는 상장사는 계속 늘고 있고, 그중 여럿이 국내 투자자가 실제로 사고파는 미국 종목입니다. 분기마다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실적표를 앞으로 더 자주 만나시게 됩니다.
그때 볼 곳은 맨 아랫줄이 아닙니다. 그 옆에 '미실현'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지부터입니다.
참고자료
- CoinDesk Strategy Books $8.2 Billion Second-Quarter Loss on Bitcoin Price Decline
- crypto.news Strategy posts $8.2B Q2 loss on bitcoin decline
- The Crypto Times Strategy Authorizes Up to $5B in Bitcoin Sales as 843,775 BTC Stack Sits $9B Underwater
- Strategy Second Quarter 2026 Financial Results
- The Block Strategy kicks off 2026 with a $116 million bitcoin buy
이 글은 공개된 실적 자료와 회계 기준을 설명한 것이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개별 기업의 회계 처리와 투자 판단은 공시 원문과 전문가의 확인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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