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X형사2까지 2년 4개월, 한국 드라마 시즌2는 왜 늦을까요

2026년 8월 8일

재벌X형사 시즌2가 8월 7일 밤에 시작합니다.

시즌1이 끝난 것이 2024년 3월이었으니 2년 4개월 만입니다.

재미있게 본 드라마의 다음 시즌을 이만큼 기다리는 게 당연한 일일까요.

3줄 요약
1. 재벌X형사2가 2년 4개월 만에 8월 7일 돌아옵니다.
2. 시즌1은 5.7%로 시작해 11.0%까지 올랐습니다.
3. 속편이 늦는 건 배우가 아니라 순서 문제입니다.

8월 7일, 밤 9시 50분

SBS 금토드라마 자리입니다. 안보현이 진이수 역으로 다시 나오고, 정은채가 새 팀장 주혜라 역으로 들어옵니다. 극본 김바다, 연출 김재홍 — 시즌1을 만든 사람들이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이것부터가 흔한 일은 아닙니다. 2년이면 작가도 감독도 다음 작품을 하나쯤 끝낼 시간이니까요.

5.7에서 11.0으로

시즌1은 2024년 1월 26일부터 3월 23일까지 16회를 방송했습니다. 첫 회 전국 시청률이 5.7%였고, 8회에서 11.0%까지 올라갔습니다.

두 배 가까이 오른 곡선입니다. 방송사가 속편을 만들지 결정할 때 보는 게 바로 이 모양입니다. 첫 회가 높은 것보다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쪽이 중요합니다. 앞이 높으면 기대감이 컸다는 뜻이지만, 뒤가 높으면 보던 사람이 남았다는 뜻이거든요.

2년 4개월은 어디에 쓰였을까

촬영 기간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그 앞쪽입니다. 한국에서 속편이 만들어지는 순서를 늘어놓으면 이렇습니다.

방송한다 → 성적을 본다 → 그제야 속편을 기획한다 → 대본을 쓴다 → 흩어진 배우들 일정을 다시 맞춘다 → 편성을 받는다 → 찍는다.

해외 시리즈물은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앞에 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이미 시즌 단위로 구조를 잡아두고 시작합니다. 첫 시즌 마지막 회에 다음 이야기의 실마리를 남겨두는 것도 그래서 가능한 일입니다.

한국은 그 실마리를 나중에 만듭니다.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한국일보는 6월 보도에서, 국내는 1편의 흥행 여부를 보고 뒤늦게 속편을 기획하는 사례가 많아 시리즈 전체의 완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전했습니다.

이 순서가 만드는 비용은 세 가지입니다.

시즌1이 이미 다 끝나 있습니다. 속편을 염두에 두지 않고 썼으니 닫힌 이야기에 다시 문을 내야 합니다.

계약이 끝나 있습니다. 배우도 제작진도 시즌1까지만 묶여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협상합니다.

기억이 흐려집니다. 이게 제일 큽니다. 2년이 지나면 시즌1을 본 사람 상당수가 줄거리를 잊습니다.

그래서 SBS는 첫 방송에 앞서 특집을 두 개 붙였습니다. 7월 31일 밤에는 시즌1을 복습하는 '재벌 플렉스 수사기'를, 8월 1일 저녁에는 '재벌X형사2 미리보기'를 내보냈습니다. 시청자가 잊은 것을 되돌려 놓는 데 방송 두 편을 쓴 셈입니다.

그럼 왜 이 순서를 고집할까요. 편성 때문입니다. 방송할 자리가 확정되기 전에 다 만들어 두면, 안 팔리는 완성품이 남습니다. 게다가 반응이 시원찮을 때 방향을 트는 여지도 사라집니다. 위험을 뒤로 미루는 방식인데, 미룬 만큼 시간이 늘어납니다.

팀장이 바뀌었습니다

시즌2에는 새 팀장이 들어옵니다. 등장인물이 바뀌는 건 시즌제에서 흔한 일이지만, 뒤늦게 기획하는 구조에서는 더 자주 일어납니다. 2년이 지나면 배우들의 다음 일정이 이미 채워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국식 시즌제는 '같은 배우들이 이어가는 이야기'보다 '같은 세계와 같은 형식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중심 인물 한 명을 고정하고 주변을 갈아 끼우는 형태가 잘 버티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SBS가 '낭만닥터 김사부'를 세 시즌까지 끌고 간 방식이 그랬습니다.

올해는 좀 다릅니다

SBS만 봐도 재벌X형사, 굿파트너, 지옥에서 온 판사가 나란히 시즌2로 돌아옵니다. 넷플릭스와 티빙도 성공한 작품을 시즌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제작비가 오르고 실패했을 때 잃는 게 커졌기 때문입니다. 새 작품은 첫 회 시청률이 어디서 시작할지 아무도 모르지만, 속편은 시즌1을 본 사람이 그대로 바닥을 받쳐줍니다. 이미 팬이 있는 이야기는 안전한 투자가 되는 겁니다.

한국일보에 실린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교수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시즌제는 제작 효율이 높고, 드라마 시장이 줄면서 배우들도 속편에 응하는 분위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시즌제를 막던 배우 스케줄 문제가, 일감이 줄어들면서 풀렸다는 이야기입니다.

8월 7일에 볼 것

시즌3이 나올지는 이번 시즌1과 똑같은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첫 회 숫자가 아니라 곡선의 모양입니다. 시작보다 끝이 높으면 다음이 있고, 시작이 높다가 내려가면 없습니다.

새 팀장이 들어온 자리도 볼 만합니다. 2년 사이 배우 일정이 바뀌면서 생긴 변화인데, 이 자리가 시즌1의 빈자리를 메우면 이 시리즈는 인물이 아니라 형식으로 이어지는 쪽으로 굳어집니다.

시즌1을 잊었다면 굳이 처음부터 다시 볼 필요는 없습니다. SBS가 복습 특집을 따로 만든 이유가 그것이고, 만드는 쪽도 안 본 사람이 들어올 것을 전제하고 1·2회를 씁니다.


시즌2가 늦게 오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순서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순서가 지금 바뀌고 있습니다. 다만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진다면, 그건 드라마 시장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팍팍해져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자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며, 방영 정보와 시즌제 관련 지적은 위 보도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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