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는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11년을 일했고, 어느 날 "계약이 만료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이걸 만료가 아니라 해고로 봤습니다.
3줄 요약
1. 프리랜서도 근로자면 부당해고가 됩니다.
2. 11년 일한 프리랜서 PD를 근로자로 봤습니다.
3. 구제 신청은 해고일부터 3개월 안입니다.
무엇으로 근로자인지 가릅니까
계약서에 적힌 이름으로 가르지 않습니다. 법원이 보는 건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가입니다. 대법원이 오래 써 온 기준을 펴면 이렇습니다.
| 보는 것 | 근로자 쪽 | 프리랜서 쪽 |
|---|---|---|
| 일 시키는 방식 | 회사가 지시·감독 | 내가 알아서 함 |
| 시간과 장소 | 회사가 정한 대로 | 내가 정함 |
| 장비 | 회사 것을 씀 | 내 것을 씀 |
| 받는 돈 | 일한 것의 대가 | 결과물의 대가 |
| 일하는 곳 | 그 회사만 | 여러 곳 |
한 줄로 줄이면 이겁니다. 내 사업을 하고 있었는가, 남의 사업에 매여 있었는가.
이건 점수표가 아닙니다. 몇 개 이상이면 근로자, 이런 식이 아니라 전부를 함께 놓고 봅니다. 계약서 제목으로 정해진다면, 회사는 이름만 바꿔 근로기준법을 비켜 갈 수 있게 되니까요.
기사 세 개는 한 사건입니다
8월 4일 판결이 알려지면서 제목이 여러 갈래로 돌았습니다. "11년 일한 프리랜서"와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가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사건입니다.
한 지역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던 PD의 일입니다. 2011년부터 연출과 촬영, 편집을 맡으며 '프리랜서 업무계약'을 여러 차례 다시 썼고, 2022년 1월 "2월 28일자로 계약이 만료된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근로자로 인정했습니다. 지휘·감독 아래 전속으로 일했고 장비도 회사 것을 썼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늦어도 2014년쯤에는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근로계약으로 바뀐 상태라고 봤습니다. 2년을 넘겨 기간제로 쓰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본다고 기간제법에 적혀 있어서입니다. 계약서를 몇 번 새로 쓰든 이 계산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계약 만료 통보"는 만료가 아니라 해고였습니다. 사유를 서면으로 알리지도 않았으니 절차를 어긴 무효인 해고고요.
6,775만 원에서 갈렸습니다
대법원까지 가서도 해고 무효는 유지됐습니다. 깨진 건 돈이었습니다.
2심은 못 받은 임금을 6,775만여 원으로 정했습니다. 근로자인 건 맞지만 인사규정의 '일반직'이나 '업무직'으로 볼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은 여기를 파기했습니다.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에게는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근로자의 취업규칙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제일 눈여겨보는 대목입니다. 근로자로 인정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인정했으면 대우도 그 기준으로 계산하라는 뜻이니까요.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돌아갔고, 최종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근로자가 되면 달라지는 것
해고가 어려워집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내보낼 수 없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알려야 합니다.
퇴직금이 생깁니다. 1년 이상 일했고 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 근무했다면 대상입니다.
연차휴가와 가산수당이 생깁니다. 4대보험 가입 대상도 됩니다.
그런데 5명입니다
근로자로 인정받아도 회사 크기에 따라 못 받는 것이 있습니다. 상시 5명이 안 되는 일터에는 근로기준법 일부만 적용되는데, 빠지는 목록에 하필 큰 게 있습니다.
| 상시 5명 미만이면 | |
|---|---|
| 부당해고 구제신청 | 안 됩니다 |
| 연차유급휴가 | 안 됩니다 |
| 연장·야간·휴일 가산수당 | 안 됩니다 |
| 퇴직금 | 됩니다 |
| 밀린 임금 청구 | 됩니다 |
퇴직금은 규모와 상관없이 받습니다. 반면 노동위원회로 가는 길은 근로자가 맞아도 5명 미만이면 애초에 막혀 있습니다.
3개월과 3년
3개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해고가 있었던 날부터 세고, 넘기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3년.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일단 좀 지켜보자"가 제일 위험합니다.
어디에 물어보나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국번 없이 1350) 가 체불과 해고 문제를 무료로 상담합니다. 구제신청은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냅니다.
챙길 것은 내가 어떻게 일했는지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업무 지시를 받은 메신저 대화, 출퇴근 기록, 급여 입금 내역, 계약서 사본. 그만두면 못 보게 되는 자료가 많으니 미리 내려받아 두세요.
계약서 제목은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다만 이 판결이 프리랜서 계약을 쓴 모두를 근로자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결론은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지금 확인해 둘 것은 하나입니다. 내가 일한 방식이 저 표의 어느 쪽에 가까웠나.
참고자료
- 세계일보 11년 일한 부당해고 프리랜서에 대법 "정규직과 동일 임금 줘야"
- 뉴스1 대법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 받아야"
- YTN 대법원 "11년 일한 프리랜서, 정규직 취업규칙 적용해야"
- 고용노동부 근로자 여부 판단 기준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부당해고 구제신청
판단 기준과 구제 절차는 고용노동부·생활법령정보 안내를 참고했습니다.
이 글은 판결 내용과 관련 제도를 정리한 정보성 글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근로자성 판단은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본인 사안은 공인노무사나 변호사 상담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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