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하순 일본 부근을 지난 태풍 두 개가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았는데도, 이후 폭염과 폭우의 배경으로 분석됐습니다.
태풍의 피해 여부만으로 우리 날씨와의 관련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입니다.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태풍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장마전선과 북태평양고기압을 바꿨을까요.
3줄 요약
1. 상륙하지 않은 태풍도 날씨를 바꿉니다
2. 6일 만에 평균기온 4.1℃ 올랐습니다
3. 태풍 경로만으로 영향은 판단 못 합니다
일본 부근 태풍이 바꾼 대기 흐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는 8월 31일, 올여름 한반도를 비껴간 태풍이 주변 대기 순환을 바꾸고 우리나라 폭염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분석 대상은 6월 하순 일본 부근을 연이어 통과한 제7호 태풍 메칼라와 제8호 태풍 히고스입니다.
두 태풍은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지 않았지만,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공급해 장마전선의 활동과 강수를 강화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동시에 여름철 더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고기압을 동쪽으로 밀어내 한반도 쪽 확장을 일시적으로 억제했습니다.
이 때문에 7월 초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 영향권에서 잠시 벗어나 기온이 낮아졌습니다. 태풍이 멀리 지나간 뒤 곧바로 더워졌다는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먼저 고기압의 위치와 장마전선 활동이 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지디넷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분석 시점 두 태풍은 한반도에서 약 847~1051㎞ 떨어져 있었습니다.
폭우를 거친 열이 고기압 확장에 더해졌습니다
이후 수증기가 물방울로 바뀌는 응결 과정에서 열이 대기로 방출됐습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수증기가 응결하고 폭우가 내리면서 나타난 강수 가열 효과가 북태평양고기압을 강화하고, 한반도 방향으로 세력을 넓힐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 예측센터의 분석입니다.
예측센터는 이 효과를 기상분석 모형에 적용해 계산한 결과, 일본 부근 상공 약 5.5㎞ 높이에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강해지고 한반도 쪽으로 다시 확장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태풍과 장마전선, 고기압은 각각의 이름으로 구분되지만 실제 대기에서는 수증기와 강수, 방출되는 열을 매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상청 종관기상관측장비(ASOS) 60개 지점 자료 분석에서는 전국 평균기온이 7월 1일 평년보다 1.3℃ 낮았지만, 7월 7일에는 평년보다 2.8℃ 높았습니다. 평년과의 차이가 6일 사이 평균 4.1℃ 상승한 수치입니다. 이 온도 변화는 원거리 태풍의 대기 영향과 강수 가열 효과를 함께 살펴본 분석의 사례로 제시됐습니다.
상륙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올여름 서태평양에서는 태풍이 20개 넘게 발생했지만,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없었습니다. 상륙 여부는 강풍과 호우 피해를 가늠하는 중요한 정보이지만, 그것만으로 한반도 날씨에 영향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점이 이번 분석의 핵심입니다.
김성훈 해양기후예측센터장은 이번 사례만으로 올해 폭염의 원인을 태풍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지 않은 태풍도 장마전선과 북태평양고기압을 변화시켜 기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태풍이 남긴 영향은 바람이 닿은 지역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분석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먼 해상의 태풍이 비를 강화한 뒤, 그 비가 방출한 열이 다시 고기압의 세력 변화와 연결됐다는 흐름입니다. 한반도 폭염과 폭우를 이해할 때 태풍의 상륙 기록만으로 대기 변화를 잘라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