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설, 미국이 급한 이유부터 봅니다

2026년 8월 25일 · 한국

미국은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착공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는 그 10기를 동시에 지어낼 시공 인력도, 대형 기자재를 대 줄 공장도 넉넉히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국 대표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한국이 사 달라는 제안이 오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왜 미국이 자기 나라 회사 지분을 권하는 처지가 됐을까요.

3줄 요약
1.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를 한국에 제안했다는 보도입니다
2. 미국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 착공이 목표입니다
3. 볼 것은 지분율이 아니라 반대급부입니다

10기를 짓겠다는데, 지을 손이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착공한다는 행정명령을 냈습니다. 목표는 세웠는데 현장이 비어 있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새 원전을 거의 짓지 않았고, 그 사이 대형 원전을 여러 기 동시에 세울 수 있는 시공 인력과 기자재 공급망이 크게 얇아졌습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체 원자로 모델인 AP1000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설계도는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설계도대로 정해진 기간과 예산 안에 실물을 세우는 일은 오랫동안 외부 파트너에 기대 왔습니다. 한국은 설계부터 시공,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같은 핵심 기자재까지 한 나라 안에서 대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입니다.

돈도 걸려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6월 AP1000 기자재 발주를 뒷받침하려고 최대 175억달러 규모의 조건부 대출을 약정했는데, 여기에 단서가 붙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웨스팅하우스 쪽과 사업 파트너가 각각 5억달러씩 자기 돈을 먼저 넣어야 대출금을 꺼낼 수 있습니다. 계획대로 다섯 곳을 다 진행하면 웨스팅하우스가 미리 마련해야 하는 돈만 25억달러에 이릅니다. 마중물을 함께 부어 줄 상대가 필요해진 셈입니다.

미국 회사, 주인은 캐나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름과 달리 미국 자본의 회사가 아닙니다. 지분은 캐나다 브룩필드가 51%, 카메코가 49%를 나눠 갖고 있습니다. 브룩필드가 인수를 마무리한 것은 2018년 8월입니다. 투자회사가 한 기업을 7년 넘게 들고 있었다면 이제 투자금을 회수할 때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웨스팅하우스는 7월 31일 기업공개를 위한 신고서 초안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비공개로 냈습니다. 몇 주를 얼마에 내놓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미국 정부는 이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을까요. 지금 직접 들고 있는 지분은 없습니다. 대신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와 두 대주주,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800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 파트너십 문서에 장치가 하나 들어 있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에 공개된 이 문서를 보면 미국 정부는 인허가 단축과 금융 지원을 하는 대가로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최대 20%까지 취득할 권리를 갖습니다. 2029년 기업가치가 300억달러에 이르면 상장을 요구할 권리도 함께 확보했습니다. 지분이 없다기보다, 조건이 채워지면 갖게 되는 권리가 있는 상태입니다.

구주냐 신주냐로 돈의 행선지가 갈립니다

한국이 투자한다면 길은 크게 둘입니다. 브룩필드가 들고 있는 기존 주식을 사는 것, 아니면 상장 때 새로 찍는 주식을 사는 것입니다.

같아 보이지만 돈이 가는 곳이 다릅니다. 기존 주식을 사면 대금은 회사가 아니라 그 주식을 팔았던 주주에게 돌아갑니다. 새 주식을 사면 그 돈이 회사로 들어가 신규 원전 사업의 자금이 됩니다. 웨스팅하우스가 대출을 받으려고 미리 넣어야 하는 자기 돈을 실제로 덜어 주는 쪽은 뒤쪽입니다.

산업통상부가 같은 날 낸 반박문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8월 24일 한국경제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지분 공동 인수를 제안했고, 한·미가 함께 회사를 세워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과 관세 협상의 후속으로 조성되는 대미투자펀드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산업통상부는 같은 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한·미 양국이 공동출자하여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기사 내용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다른 매체들은 정부 안팎과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산업통상부와 한국전력이 미국 측의 지분 투자 제안을 받고 투자 구조와 재원 조달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공식 반박과 관계자 인용 보도가 정확히 같은 지점을 두고 엇갈리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투자 주체도, 규모도, 지분율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사실뿐입니다.

82억달러가 100억달러가 됐습니다

몸값이 걸림돌입니다.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는 카메코가 지분을 인수한 2023년 당시 82억달러(약 11조원) 수준이었습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빨아들이고 원전 지원책이 잇따르면서 지금은 최소 100억달러 이상으로 올랐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상장을 앞둔 회사의 지분은 대체로 비싸게 사게 됩니다.

한국이 주주가 되면 미국의 원전 수출 통제와 지식재산권 로열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원전 APR1400의 모태가 된 설계의 지식재산권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분을 갖는 것만으로 그 문제가 정리되는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원자력업계 관계자들은 초점을 다른 데 둡니다.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보다 투자로 한국 원전산업이 무엇을 얻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신규 원전 사업에서 국내 기업의 건설·기자재 물량과 실질적인 경영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실익이 크지 않고, 사업비가 불어나거나 공사가 늦어질 위험까지 한국 기업이 떠안는 구조는 경계해야 한다고 짚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미국의 요구를 덥석 받았다가는 과거 일본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 파산으로 위기에 처한 것처럼 막대한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시바는 한때 이 회사의 주인이었고, 웨스팅하우스가 무너지면서 회사 전체가 흔들렸습니다.

지분율 숫자는 협상이 끝나면 어차피 나옵니다. 그보다 먼저 볼 것은 그 뒤에 붙는 조건입니다. 미국 원전 현장에서 한국 기업이 가져오는 일감이 얼마인지, 손실이 났을 때 누가 얼마를 무는지 — 그 두 줄이 비어 있는 지분율은 아직 판단할 거리가 아닙니다.

참고

  • 한국경제, 이코노미트리뷴, 인사이트N파워, 매일경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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