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가 13개국에서 1위를 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출연 배우가 화제성 1위에 올랐다는 소식도 나란히 돌았습니다.
1위라는 말이 두 번 나왔는데, 이 둘은 같은 것을 재고 있을까요.
3줄 요약
1. 디즈니+ '킬쇼2'는 13개국 1위가 아니었습니다
2. 1위는 3개국, 톱10 진입이 13개국입니다
3. 1위 기사는 무엇의 1위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1위였던 나라는 세 곳입니다
TV리포트 보도에 따르면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가 1위에 오른 나라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세 곳입니다. 기사 제목에 걸린 13개국은 1위가 아니라 톱10 안에 이름을 올린 나라의 수였습니다.
둘 다 성과입니다. 다만 크기가 다릅니다. 이런 서비스의 순위는 나라마다 따로 매겨져서, 어떤 나라에서는 1위고 어떤 나라에서는 7위나 9위일 수 있습니다. 그걸 한데 묶어 '13개국'이라고 부르면 숫자는 커지지만 무엇을 센 값인지는 흐려집니다.
연예 기사에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최대 55만 원 지원'처럼 대다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금액이 제목에 걸리는 것과 구조가 같습니다. 가장 큰 숫자를 앞에 놓고, 그 숫자의 조건은 본문 안쪽에 두는 방식입니다.
읽는 순서를 바꾸면 됩니다. 몇 개 나라인가보다 몇 위였나를 먼저 찾는 겁니다.
화제성 1위, 재생 횟수가 아닙니다
스포츠서울 보도에 따르면 배우 정윤하는 8월 2주차 TV·OTT 통합 드라마 출연자 부문 화제성 1위에 올랐습니다.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펀덱스 집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화제성은 시청률도, 재생 횟수도 아닙니다. 뉴스 기사와 블로그·커뮤니티 글, 동영상, SNS 반응이 얼마나 오갔는지를 합산한 값입니다. 얼마나 회자됐는가를 재는 숫자라고 보면 됩니다.
순위 차트는 다른 것을 봅니다. 그날 어떤 작품이 몇 번째 자리에 놓였는지, 상대적인 등수만 보여줍니다. 순위를 모아 공개하는 곳들도 실제 재생 횟수나 시청시간까지는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몇 번 재생됐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는 이번 보도에도 담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제성 1위와 차트 1위는 서로를 증명하지 않습니다. 두 기사가 붙어 있으면 하나가 다른 하나의 근거처럼 읽히지만, 각자 다른 것을 세고 있을 뿐입니다.
화제성 순위가 쓸모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그 숫자가 가장 빨리 보여줍니다. 다만 '많이 봤다'의 증거로 옮겨 쓰이는 순간부터 어긋납니다.
시즌1은 추리물, 시즌2는 전면전
그래서 이 작품은 어떤가. 두 시즌은 결이 꽤 다릅니다.
시즌1은 정진만(이동욱)의 죽음에서 시작합니다. 조카 지안(김혜준)의 눈으로 삼촌의 과거를 더듬어 가는 이야기라, 좁은 공간에서 미스터리와 추리의 톤이 이어집니다.
시즌2는 그 과거가 이미 드러난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국제 킬러 조직 '바빌론'과 '머더헬프'가 정면으로 부딪히고, 킬러들이 대거 합세하는 클럽 신과 대규모 전투 신이 늘어납니다. 음악감독 프라이머리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시즌2의 스케일이 커지는 것을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부터 알았다"며 악기 편성도 시즌1보다 거대하게 가져갔다고 말했습니다. 만드는 쪽에서도 다른 물건으로 보고 접근했다는 뜻입니다.
시즌1의 조용한 긴장을 좋아해서 본 사람이라면 시즌2는 취향이 갈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즌1이 답답했다면 이번은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12일에 마지막 회차가 올라왔습니다
시즌2는 매주 2편씩 나뉘어 공개됐고, 8월 12일 마지막 회차가 올라오면서 전편이 다 풀렸습니다. 지금 들어가면 다음 회차를 기다릴 일 없이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시즌1을 건너뛰어도 되냐고 묻는다면, 권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즌2가 시즌1에서 드러난 정진만의 과거를 전제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공개 방식은 만드는 쪽 계산에도 들어 있었습니다. 프라이머리는 한 번에 전 시즌이 풀리면 시청자가 엔딩곡을 '자동 넘김' 해 버린다며, 매주 2편씩 나오는 이 작품은 음악으로 여운을 남길 여지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제 와 몰아보는 분이라면 회차가 끝날 때 몇 초만 남겨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관전 포인트를 하나만 꼽으면 화제성 1위를 만든 그 인물입니다. 정윤하가 연기한 쿠사나기는 바빌론 동아시아 지부 총괄로, 차분한 말투와 낮은 목소리로 상대를 압박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폭주시킵니다.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를 오가는 다국어 연기가 이 인물을 다르게 보이게 만든 대목으로 꼽혔고, 공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대표적인 악역으로 자주 거론됐습니다.
기사 제목에 붙은 1위는 대체로 거짓이 아닙니다. 다만 무엇의 1위인지는 제목이 잘 말해 주지 않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기사를 만나면 나라 수보다 등수를, 화제성보다 그게 무엇을 센 값인지를 먼저 보면 됩니다.
참고
- TV리포트, 스포츠서울,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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