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는 탁구대회 도중 쓰러진 50대 남성이 시민들의 심폐소생술로 살아났습니다.
신고가 접수된 지 4분 만에 맥박이 돌아왔고, 병원에 도착할 무렵에는 의식도 또렷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경기 광주의 한 물류센터에서는 사고로 심정지에 빠졌던 노동자가 맥박은 돌아왔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습니다. 심장은 둘 다 다시 뛰었는데, 왜 한쪽만 깨어났을까요.
3줄 요약
1. 심장이 뛰는 것과 뇌가 깨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2. 뇌는 산소가 끊기면 몇 분 만에 손상됩니다
3. 회복 여부는 시간표로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맥박이 돌아온 것은 첫 번째 관문일 뿐입니다
심정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이나 전기충격으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것을 자발순환 회복이라고 합니다. 뉴스에서 "맥박이 돌아왔다"고 전하는 순간이 여기입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확인된 것은 심장이 다시 피를 돌린다는 사실뿐입니다. 뇌가 그동안 무사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미국심장협회의 소생 후 치료 지침을 보면, 자발순환이 돌아왔지만 의식이 없는 환자는 그 자체로 별도의 관리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체온 조절, 산소와 혈압 관리, 그리고 시간을 두고 반복하는 신경학적 평가가 이어집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뇌는 우리 몸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쓰면서도 저장해 두지 못하는 장기입니다. 심장이 멈추면 뇌로 가는 피가 곧바로 끊기고, 그 상태가 몇 분만 이어져도 세포가 상하기 시작합니다. 심폐소생술로 가슴을 누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심장을 되살리는 것 자체보다, 심장이 멈춘 동안 뇌로 피를 조금이라도 보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심정지 보도를 읽을 때는 두 가지를 나눠서 봐야 합니다. 심장이 돌아왔는가. 그리고 그 사이 뇌가 버텼는가. 앞의 것은 현장에서 몇 분 만에 판가름 나지만, 뒤의 것은 며칠에 걸쳐 확인됩니다.
4분, 18분, 3분 — 기준점이 다 다릅니다
이번 주 보도된 사례에 붙은 숫자들은 재기 시작한 시점이 서로 다릅니다.
전주 화산체육관에서는 지난 22일 저녁 7시 13분쯤 탁구대회에 참가한 50대 남성이 가슴 통증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쓰러졌습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시민들이 곧바로 가슴압박을 시작했고, 체육관 관계자가 경기장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가져왔습니다. 마침 대회에 와 있던 비번 소방관 두 명이 전기충격을 한 차례 준 뒤 구급대가 올 때까지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서 나온 4분은 119 신고가 접수된 시점부터 잰 시간입니다.
경기일보에 따르면 이달 1일 이천에서는 "아버지 입술이 파랗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가 이미 심정지 상태인 환자를 발견했습니다. 다섯 차례 제세동 끝에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는데, 여기서 나온 18분은 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시점부터 잰 시간입니다. 이 환자는 닷새 만에 퇴원해 자택에서 회복 중입니다.
시작점이 다르니 4분과 18분을 나란히 놓고 누가 더 빨랐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정말 중요한 시간은 셋 다 보도에 없습니다. 심장이 멈춘 그 순간부터 첫 압박이 들어가기까지 몇 초가 흘렀는지 말입니다.
방법을 몰라도 됩니다, 전화만 끊지 않으면
뉴스엔톡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저녁 태안군의 한 펜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어린이가 의식과 호흡을 잃었습니다. 이번에는 현장에 구급대원도, 의료진도 없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소방교가 보호자와 영상통화로 연결해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압박 자세와 방법을 실시간으로 안내했습니다. 보호자가 그대로 따라 하자 약 3분 뒤 아이가 얼굴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호흡과 맥박은 그 뒤에 서서히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인근 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안정된 상태로 치료받고 있습니다.
이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보호자가 심폐소생술을 배운 적 없어도 됐다는 데 있습니다. 119에 전화를 걸면 상황실이 압박 위치와 속도를 불러 줍니다. 필요하면 영상으로 자세를 보면서 고쳐 줍니다. 가장 나쁜 선택은 자신이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목이 눌린 사고는 결이 다릅니다
경기 광주시 문형동 물류센터 사고는 앞의 사례들과 같은 줄에 놓기 어렵습니다.
인천일보와 경향신문 보도를 종합하면, 지게차를 운전하던 40대 노동자가 후진하다 뒤쪽 구조물과 부딪혀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소방당국이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고, 맥박은 돌아왔지만 의식은 찾지 못한 상태로 치료받고 있습니다. 경인일보가 전한 23일 상황까지가 확인된 전부입니다. 이후 의식이 돌아왔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고는 심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목이 눌리면서 생긴 외상에서 시작됐습니다. 기도와 목의 혈관이 함께 눌리는 상황이라, 심장이 다시 뛴 뒤에도 그 사이 뇌가 겪은 일은 다른 사례와 같지 않습니다. 사고 발생부터 처치가 시작되기까지 얼마가 걸렸는지도 보도에 없습니다.
두 사람의 결과가 왜 갈렸는지, 기사만으로는 답할 수 없습니다. 실제 무산소 시간, 손상 정도, 병원에서의 경과 어느 것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심정지'라는 단어가 붙어 있어도 그 안의 사정은 이렇게 다릅니다.
그래서 지금 기억할 것
이번 주 사례들이 공통으로 보여 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넷 다 누군가 곧바로 가슴을 누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시민이든, 영상통화로 지도받은 보호자든, 출동한 구급대원이든 말입니다. 백승두 충남소방본부장은 "심정지가 발생하면 골든타임 안에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셋입니다. 119에 신고하고, 가슴압박을 시작하고, 주변에 AED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순서대로 혼자 다 하려 하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 하나씩 맡기면 됩니다.
맥박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좋은 소식이지만 끝은 아닙니다. 그다음 며칠이 남아 있습니다. 그 며칠의 결과를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것이 지금 누르는 손입니다.
참고
- 한겨레, 경기일보, 뉴스엔톡, 인천일보, 경향신문, 경인일보
태그 #심정지 #심폐소생술 #CPR #골든타임 #자동심장충격기 #AED #자발순환회복 #응급처치 #119 #가슴압박 #목격자CPR #저산소성뇌손상 #전주탁구대회 #태안수영장 #물류센터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