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이 하지 않은 말, 기사 제목은 어떻게 채웠을까

2026년 8월 24일 · 한국

배우 성훈이 유튜브에 낚시 영상 하나를 올렸습니다.

그 뒤 이틀 사이, 여러 매체가 이 영상을 2022년 '줄 서는 식당' 비매너 논란과 묶어 기사를 냈습니다. 제목에는 "3년 만에", "비매너 논란"이 나란히 붙었습니다.

정작 영상 속 성훈은 그 프로그램 이름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3줄 요약
1. 성훈은 논란을 이름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2. 연결한 쪽은 본인이 아니라 기사입니다
3. 발언과 해석은 나눠서 읽어야 합니다

낚시터에서 나온 말

지난 8월 19일, 성훈의 유튜브 채널 '성훈 해'에 '인생이 가장 힘들 때' 라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새벽 낚시터에서 얇은 낚싯줄이 끊어지는 순간을 두고 그는 "자력으로, 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아무리 용써봤자 안 될 때는 진짜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지는 말은 더 개인적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든 일들이 계속 생긴다"며 "주변에서 도와줘도 안 되고 본인 스스로도 이겨낼 수 없는 경우가 한 번씩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럴 때는 "시간이 흘러가도록 풀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이든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좋은 시절에도 방심하면 다시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가 낚시에서 끌어낸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이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현명하고 슬기롭게 잘 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회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스포츠경향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인생 살면서 기회가 세 번씩 온다? 아니다. 더 온다"며, 다만 지나고 나서야 그게 기회였다는 걸 알게 되는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 "계속 준비를 하고 있으면 그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이라는 말이 뒤따랐습니다.

영상 어디에도 특정 사건이나 프로그램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언론이 채워 넣은 3년 전

기사들이 공통으로 소환한 사건은 2022년 tvN 예능 '줄 서는 식당'입니다. 맛집 대기 줄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성훈은 "저는 줄 못 선다. 대기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옆집으로 간다"고 말해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식사 중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집게로 고기를 집어 먹고, 땀을 터는 모습이 방송에 그대로 나가면서 비매너·비위생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함께 출연한 박나래에게 짜증을 내는 듯한 장면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소속사는 "재미있게 하려다 보니 과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시청자분들께서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이후 성훈의 예능 출연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나 혼자 산다'로 2018년부터 3년 연속 MBC 방송연예대상 부문상을 받았던 사람치고는 조용한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영상, 매체마다 다른 확신

흥미로운 건 매체마다 표현의 세기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헤럴드경제는 제목에 "'비매너 논란' 의식했나"라는 물음표를 달았고, 스포츠경향은 성훈이 "과거의 실수와 논란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고 썼습니다. 반면 세계일보는 "성훈이 구체적인 과거를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힘든 순간과 좋은 순간을 보다 현명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읽힌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같은 영상, 같은 발언인데 어떤 곳은 단정에 가깝고 어떤 곳은 해석임을 밝힙니다. 이 차이가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목만 읽고 넘어가면 셋이 전부 같은 사실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안 한 말, 제목이 채운 자리

성훈 자신은 이 발언과 2022년 논란을 직접 연결한 적이 없습니다. 연결한 쪽은 기사입니다. 낚시와 인생을 빗댄 이야기는 그 자체로 완결된 내용이라, 논란을 몰랐던 시청자라면 그저 담담한 인생 회고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화법은 낯설지 않습니다. 논란을 겪은 유명인이 몇 년 뒤 자기 채널에 심경을 담을 때, 사건명을 직접 부르는 경우는 드뭅니다. 기자의 질문을 받는 인터뷰와 달리 유튜브 영상은 되묻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낼 수 있고, 시청자와 언론은 그 여백을 각자의 방식으로 채웁니다. 그 여백을 채우는 몫은 결국 제목으로 넘어갑니다. 확실한 발언보다 확실한 제목이 먼저 클릭을 받기 때문입니다.

시기도 겹칩니다. 성훈은 11월 첫 방송 예정인 MBN 새 드라마 '보스의 노골적 취향'에서 재벌가 외아들 권도혁 역을 맡아 안방극장에 돌아옵니다. 복귀를 앞둔 시점과 힘들었던 과거를 돌아보는 영상이 나란히 놓인 것은 우연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인지는 자료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영상이 올라왔고, 2022년 논란과 소속사 사과가 있었고, 11월 복귀작이 확정됐습니다. 여기까지는 사실입니다. 그 영상이 2022년 논란을 향한 것이라는 판단은, 아직은 기사의 해석입니다.

성훈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는 본인만 압니다. 말하지 않은 것까지 제목에 오르는 경우, 독자가 할 수 있는 건 따옴표 안의 말과 따옴표 밖의 해설을 구분해서 읽는 것입니다. 11월 드라마가 공개되면, 적어도 복귀에 대한 평가는 발언이 아니라 연기로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 세계일보, 스포츠동아, 스포츠경향, 헤럴드경제, 위키트리, 스타뉴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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