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홍천군의 한 분묘가 파헤쳐졌습니다.
67세 남성이 큰아버지의 묘를 판 뒤 유골을 꺼내, 화장시설이 아닌 곳에서 LPG 가스 분사기로 태웠습니다. 법원이 내린 형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습니다.
징역형인데 교도소에는 가지 않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3줄 요약
1. 가스 분사기 화장은 시설 밖이라 불법입니다
2. 분묘 발굴은 5년, 유골까지 태우면 10년입니다
3. 집행유예는 무죄가 아니라 미뤄둔 징역입니다
홍천의 두 분묘, 같은 방식
춘천지법 형사2단독 고범진 부장판사는 분묘발굴유골손괴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해 4월 강원 홍천군에 있는 큰아버지의 분묘를 발굴한 뒤, 유골을 꺼내 화장시설이 아닌 장소에서 LPG 가스 분사기로 태웠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분묘 하나를 더 파헤쳐 같은 방법으로 유골을 태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어느 분묘였는지, 왜 그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망인의 유족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충격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도,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동종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무겁게 볼 대목과 참작할 대목을 함께 짚은 셈입니다.
우리 집안 묘라도 마음대로 파면 안 됩니다
많은 분이 "조상 묘니까 후손 마음"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형법 조문에는 묘의 주인이 누구인지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냥 분묘를 발굴한 자를 처벌한다고만 되어 있습니다. 남의 묘든 우리 집안 묘든, 정당한 절차 없이 파헤치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파헤쳐진 묘가 큰아버지의 묘였는데도 죄가 성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법정형은 세 갈래로 갈립니다.
| 행위 | 법정형 |
|---|---|
| 분묘를 발굴하면 | 5년 이하 징역 |
| 유골을 손괴하거나 유기하면 | 7년 이하 징역 |
| 분묘를 발굴해 유골을 손괴·유기하면 | 10년 이하 징역 |
이번 사건은 맨 아랫줄에 해당합니다. 묘를 파는 것과 유골을 태우는 것이 각각 따로 셈해지는 게 아니라, 둘이 이어지면 형이 한 단계 더 올라갑니다. 경찰청 집계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분묘발굴죄가 829건 발생했습니다. 한 해 평균 160건이 넘습니다. 이장이나 문중 다툼 과정에서 생각보다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화장시설 밖에서 태우면 죄가 하나 더 붙습니다
여기에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얹힙니다. 이 법은 화장시설이 아닌 시설이나 장소에서 시신·유골을 화장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자택이든 야외든 산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법은 예외를 아주 없애지는 않았고, 어떤 경우가 예외인지는 대통령령에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막고, 장례 절차를 일정한 기준 아래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무 데서나 유골을 태울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생기는 위생 문제나 이웃·유족 간 분쟁을 제어할 방법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장소를 잘못 골랐다"로 줄여 읽으면 안 됩니다. 분묘를 판 것, 유골을 훼손한 것, 화장시설 밖에서 태운 것 — 세 가지가 각각 걸린 사안입니다. 가스 분사기는 그 자체로는 어디서나 파는 도구지만, 무엇에 어디서 썼느냐가 죄가 됩니다. 실제로 묘를 옮기거나 개장을 계획하고 있다면, 절차와 예외 규정은 사안마다 다르니 관할 시·군·구청에 먼저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법 조문 자체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6개월과 2년, 두 숫자의 의미
집행유예는 무죄가 아닙니다.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하되, 그 형의 집행을 일정 기간 미루는 제도입니다.
A씨는 원칙적으로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은 상태입니다. 다만 곧바로 교정시설에 수용되지는 않고, 2년의 유예 기간을 사회에서 보냅니다. 그 기간을 문제없이 넘기면 형의 선고 자체가 효력을 잃습니다. 반대로 유예 기간 중 고의로 저지른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집행유예는 실효되고, 미뤄뒀던 6개월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수강명령을 함께 명할 수도 있는데,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어겨도 불이익이 따릅니다. 이번 사건에 그런 명령이 붙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집행유예를 붙일지는 범행의 동기와 경위, 피해 회복 여부, 반성 정도, 전과 유무 등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밝힌 참작 사유는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는 점과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 두 가지였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숫자는 6개월이 아니라 2년입니다. 미뤄둔 6개월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앞으로 2년 동안 유예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집행유예를 "없던 일"로 읽는 순간 이 판결의 절반을 놓치게 됩니다.
참고
- SBS, 연합뉴스, 한국일보, 문화일보, 위키트리
태그 #분사기 #가스분사기 #분묘발굴 #분묘발굴죄 #유골손괴 #집행유예 #집행유예뜻 #장사등에관한법률 #화장시설 #불법화장 #개장 #이장절차 #홍천 #춘천지법 #보호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