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주민 몸에서 나온 녹조 독소, 역학조사는 왜 안 될까요

2026년 8월 24일 · 한국

낙동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소변에서 녹조 독소가 나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소변 시료 150건을 검사했더니, 29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창원시는 곧바로 역학조사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3줄 요약
1. 독소 검출과 건강피해 확정은 다릅니다
2. 150건 중 29건, 창원은 11명 중 1명
3. 정식 역학조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소변 검사에서 나온 숫자들

이번 조사는 계명대 동산병원 김동은 교수, 서울대 백도명 명예교수, 경북대 이승준 교수 등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낙동강권과 수도권 녹조 심화지역 주민 9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소변 시료는 모두 150건이었고, 이 가운데 29건(19.3%)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조사단과 환경단체가 지난 8월 11일 공개한 결과이고, 정부가 따로 검증해 내놓은 수치는 아직 없습니다.

지역검사 건수검출 건수
낙동강권90건17건(18.9%)
수도권60건12건(20.0%)

경남으로 좁혀 보면 창녕 2명과 창원 1명 등 21명 가운데 3명에게서 독소가 나왔습니다. 창원 지역만 보면 조사 대상 11명 가운데 1명으로, 농도는 0.9729ppb였습니다. 경북매일 보도에 따르면 낙동강 인근에 사는 대구시민을 따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16명 가운데 3명의 소변에서 독소가 확인됐습니다.

0.9729ppb는 얼마나 되는 걸까요

여기서 대부분의 독자가 막힙니다. ppb는 10억분의 1을 뜻하는 단위입니다. 0.9729ppb라면 물 1리터에 1마이크로그램이 채 안 되는 양입니다. 올림픽 수영장에 각설탕 몇 알을 녹인 정도라고 보면 얼추 맞습니다.

문제는 이 숫자를 대볼 기준선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 소변 속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해서는 국내에 안전 기준치라는 것이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0.9729ppb가 위험한 수치인지 아닌지를 지금 단계에서 잘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번 조사가 "검출됐다"까지만 말하고 "그래서 건강이 나빠졌다"로 넘어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강물 쪽 숫자는 사정이 다릅니다.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1㎖에 1만 셀이 넘으면 경계, 100만 셀이 넘으면 대발생으로 분류합니다.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정보시스템을 인용한 평화뉴스 보도를 보면,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지점은 8월 20일 기준 48만9,500셀로 경계 단계에 올라 있었습니다. 일주일 전인 13일에는 4만9,400셀이었으니 열 배가 뛴 셈입니다. 달성보도 8월 18일 29만9,547셀로 전주보다 10배가량 늘었습니다. 경계 기준의 마흔 배가 넘는 물이 상수원 근처에 있다는 뜻입니다.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의 무게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이 만들어 내는 독소입니다. 김동은 교수는 평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100℃로 끓여도 파괴되지 않고, 공기로 퍼지면 분해되지 않은 채 수 km를 날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끓여도 안 없어진다는 대목이 중요합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끓이면 죽지만, 이건 세균이 아니라 세균이 만들어 낸 화학물질이라 열에 잘 견딥니다. 가정에서 흔히 쓰는 대처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데일리한국은 이 독성이 청산가리의 6000배가 넘는다고 전했는데, 이 비교 수치의 출처와 조건은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검출과 역학조사 사이, 창원시는 왜 주저할까요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소변에서 독소가 나왔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건강 피해가 확인됐다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창원특례신문은 이번 조사가 "독소 검출 결과로, 건강 피해 정도와 구체적인 노출 경로까지 확정한 역학조사 결과는 아니다"라고 짚었습니다.

박해정 창원시의원 등 4명은 8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과 주남저수지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즉각 실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반면 창원시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신뢰성 있는 조사자료를 확보해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시가 기다리겠다는 그 조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환경단체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함께 진행하는 공동조사입니다. 낙동강 원수(정수하기 전의 강물), 공기 중 조류독소, 그리고 주민 비강(콧속) 세 가지를 봅니다. 경남에서는 창원 본포수변생태공원, 창녕 합천창녕보·남지철교, 김해 대동선착장 등 4곳이 대상입니다.

이번 논란에서 제일 눈여겨볼 대목이 여기 있습니다. 정부 공동조사에는 소변 검사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강물과 공기, 콧속은 보지만 몸속으로 들어간 뒤의 흔적은 보지 않는 것입니다. 정작 논란을 만든 것은 소변 결과였는데, 창원시는 소변을 다루지 않는 조사의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한 셈입니다.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역학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은 사실을 벌써 잊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지자체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창원시가 요구받은 역학조사를 실제로 진행할지, 진행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수돗물은 괜찮을까요

낙동강과 가까운 지역에 산다면 가장 궁금한 것은 수돗물일 것입니다. 평화뉴스에 따르면 대구 시민의 절반이 낙동강 물을 수돗물 원수로 씁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맑은물정책과 관계자는 "수돗물에 대해서는 정수 처리 과정에서 녹조는 모두 걸러진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이는 대구시의 설명이며, 정수 과정에서 독소 성분까지 걸러지는지를 별도로 검증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강물과의 직접 접촉을 줄이는 쪽입니다. 녹조가 짙게 낀 날 강가에서 오래 머물거나, 수상 레저·유원지 시설을 이용하거나, 아이를 데리고 강변을 걷는 일은 미루는 편이 낫습니다. 독소가 공기로도 퍼진다는 것이 이번 조사의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북매일 보도를 보면, 지난 8월 14일 녹조가 최고조에 달했던 대구 화원유원지에서 유람선이 운항됐고 어린이집 원생들이 탑승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후 환경단체의 신고로 운항이 중단됐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정보시스템에서는 우리 동네 지점의 남조류 세포 수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낙동강 인근 주민 소변에서 독소가 나왔다는 조사 결과이지, 그로 인한 건강 피해가 아닙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시료 분석과 결과 공개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고, 창원시는 그 결과를 본 뒤 역학조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낙동강 인근에 살거나 강변 시설을 자주 이용하는 분이라면, 올해 안에 나올 그 결과에 소변 검사가 끝내 포함되는지를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 창원특례신문, 평화뉴스, 경북매일, 데일리한국, 위클리오늘, 뉴시스,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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