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부선 씨가 세상을 떠난 지인의 유족과 법정에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다투는 돈은 2억 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법정에서 부딪히는 건 액수만이 아닙니다.
같은 계좌이체 내역을 두고 한쪽은 "빌려준 돈"이라 하고, 다른 쪽은 "그냥 드린 돈"이라 합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3줄 요약
1. 김부선 씨 소송은 돈의 성격을 두고 다툽니다
2. 유족은 약 2억 원, 김부선 측은 7000만 원
3. 돈의 이름은 계좌 내역에 남지 않습니다
매달 300만 원이 12년 동안
이번 소송을 낸 쪽은 김부선 씨에게 돈을 보낸 A씨 본인이 아니라 A씨의 부모입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그 돈을 돌려받을 권리까지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민법은 세상을 떠난 사람의 재산상 권리와 의무를 상속인이 함께 넘겨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보도에 따르면, A씨의 부모는 김부선 씨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달 14일 첫 변론기일이 열렸습니다.
유족 측 주장은 이렇습니다. A씨는 2013년부터 2025년까지 김부선 씨에게 돈을 보냈고, 그 원금은 약 2억 원에 이릅니다. 매달 300만 원씩 정기적으로 보낸 돈에, 명절과 생일에 건넨 돈이 더해진 액수입니다. 유족은 이 돈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분쟁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소송이 아니라 가압류였습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4월 유족 측 신청을 받아들여, 김부선 씨 소유인 서울 성동구 옥수동 아파트에 약 2억 원 규모의 가압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집은 김부선 씨가 예전에 일부 가구의 난방비 문제를 제기하며 '난방열사'로 불리게 된 바로 그 아파트입니다.
8000만 원은 인정, 나머지는 부인
김부선 씨 측 입장은 다릅니다. 첫 변론에서 김부선 씨 측은 A씨에게 8000만 원을 빌린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그중 1000만 원은 이미 갚아 남은 채무는 7000만 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머지 돈, 그러니까 매달 정기적으로 받은 돈과 명절·생일에 받은 돈은 성격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빌린 돈이 아니라 지인 사이에서 대가 없이 받은 무상 지원이라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것입니다. "각별한 사이였지만 금전거래 관계는 명확히 구분해 그 채무를 이행했다"는 게 김부선 씨 측 설명입니다.
유족 측은 이 구분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연인 관계도 아니고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일 뿐인데, 1억 원이 넘는 돈을 아무런 반환 약정 없이 건넸다는 설명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반박합니다.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송금이 전부 증여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김부선 씨가 과거에도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A씨에게 1000만 원 안팎을 빌리고 갚는 일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빌리고 갚은 이력이 있는데 유독 이번 돈만 지원이라고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결국 다툼은 한 곳으로 좁혀집니다. 고인이 돈을 보낼 때마다 나중에 돌려받기로 한 합의가 있었는지입니다.
가압류는 결론이 아닙니다
가압류가 났다고 재판 결과가 정해진 건 아닙니다. 가압류는 나중에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상대방 재산을 임시로 묶어두는 절차입니다. 그 돈이 정말 빌린 돈인지, 얼마가 그런지는 본안 재판에서 따로 가려집니다.
이 사건도 그렇습니다. 지난 5월 조정기일에 김부선 씨가 직접 출석했지만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법원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린 뒤에도 분쟁은 끝나지 않았고, 결국 본안 심리로 넘어갔습니다.
가압류를 보는 눈도 엇갈립니다. 유족 측은 법원이 채권의 존재와 보전 필요성을 심사한 뒤 내린 적법한 권리 행사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김부선 씨 측은 유족이 과도한 청구 금액으로 아파트를 묶어 자신을 압박하고 모욕하려 했다고 주장합니다. 같은 결정을 두고 양측이 정반대로 읽고 있는 셈입니다.
첫 변론 뒤에도 상황은 움직였습니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김부선 씨 측은 자신이 빚이라고 인정한 7000만 원을 법원에 맡겼다고 밝혔습니다. 채권자가 받지 않는 돈을 법원에 맡겨 갚은 것으로 처리하는 변제공탁입니다. 다만 이는 김부선 씨 측이 인정한 금액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돈의 성격은 그대로 재판에 남아 있습니다.
돈의 이름은 계좌에 남지 않습니다
계좌이체 내역은 돈이 오간 사실은 남기지만, 그 돈의 이름까지 남기지는 않습니다. 300만 원이 찍힌 자리에 '빌려준 돈'인지 '그냥 준 돈'인지는 적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원이 들여다볼 것은 송금 당시에 돌려받기로 한 약정이 있었는지, 그리고 각각의 돈이 어떤 경위로 오갔는지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성격이었는지도 함께 따져질 사안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것을 남겨두지 않습니다. 차용증을 쓰자는 말이 관계를 의심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록이 없으면 돈의 이름은 나중에 양쪽이 각자의 기억으로 붙이게 됩니다. 12년 치 송금이 한꺼번에 법정에 올라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볼 만한 건 액수가 아니라 그 지점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는 법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은 양측의 주장일 뿐입니다. 실제로 얼마가 대여금으로 인정될지는 앞으로의 심리에서 가려지고,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0월 2일입니다.
참고
- 스포츠경향, 헤럴드경제, 세계뉴스통신, 일간스포츠, 뉴시스, 서울신문,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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