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경남 거제에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거제시는 새벽 2시10분에 전역 대피를 요청한 뒤, 날이 밝기 전까지 지역별 안내를 세 번 더 내보냈습니다.
한 번에 정리해서 보내지 않고, 왜 지역과 시간을 나눠 계속 울렸을까요.
3줄 요약
1. 거제 재난문자는 위험 지점마다 따로 왔습니다
2. 문동저수지는 2시42분, 서정천은 3시48분
3. 문자가 오면 동네 이름과 조치부터 보세요
새벽 2시10분, 거제 전역에 문자가 뜬 이유
17일 오전 2시10분, 거제시는 거제 전역에 산사태와 하천 범람 위험을 알리는 재난문자를 보냈습니다. 전 시민을 대상으로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이 무렵 비는 시간당 100㎜에 달했습니다. 장평동과 일운면에서는 한 시간 동안 100㎜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거제 지역 전체 누적 강수량은 500㎜에 이르렀습니다.
이 비로 일운면의 한 마을 일부가 물에 잠겼습니다. 소방당국과 거제시는 주민들을 안전지대로 옮기기 시작했고, 침수가 우려되는 다른 지역에서도 미리 대피가 이뤄졌습니다.
다행히 이날 새벽까지 확인된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다만 정확히 몇 명이 대피했는지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비가 몰렸다는 점이 위험을 키웠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요 수계의 범람 위험이 한꺼번에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전역 안내 하나로 끝날 상황이 아니었던 겁니다.
문동저수지 2시42분, 고현천 2시44분, 서정천 3시48분
첫 문자 이후에도 안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2시42분, 시는 문동동에 있는 문동저수지의 월류 위험이 높다며 인근 주민들에게 즉시 고지대로 대피하라고 알렸습니다. 물이 둑을 넘어 흘러넘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2분 뒤인 2시44분에는 고현천 수위가 급격히 오르면서 그 일대 차량과 보행자 통행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이곳에는 홍수 심각단계가 발령됐고, 저지대 주민에게는 하천 범람에 대비해 대피하라는 안내가 함께 나갔습니다. 그리고 3시48분, 이번에는 거제면 서정천이 넘치면서 그 일대 주민들에게 아예 밖에 나가지 말라는 요청이 내려졌습니다.
세 안내는 성격이 각각 다릅니다. 저수지 한 곳은 넘칠 위험, 하천 한 곳은 수위 급상승, 나머지 하천 한 곳은 실제 범람이었습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이후 수월천과 고현천 일부도 범람해 하천 주변 접근이 금지됐습니다.
거제시는 이날 구천댐이 초당 80톤, 연초댐이 초당 60톤 이내로 방류되고 있어 하천 곳곳의 수위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느 하천이 언제 위험해질지 미리 한 장으로 정리해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거제는 문동저수지 같은 저수지와 고현천·서정천·수월천·아주천 같은 하천이 곳곳에 흩어진 지형입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주천과 고현천이 넘칠 것 같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위험이 닥친 곳이 확인되는 대로 그 지역에 안내가 나갔고, 그래서 문자가 한 통씩 순서대로 온 겁니다.
대피와 통행금지는 같은 문자가 아닙니다
"새벽 내내 몇 분 간격으로 재난문자가 울려 잠을 잘 수가 없다"는 반응이 지역 커뮤니티와 SNS에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이 문자들은 같은 내용을 반복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조치를 알린 것이었습니다.
고지대로 대피하라는 안내는 저수지나 하천이 넘칠 위험이 있는 특정 지역 주민에게 해당합니다. 통행금지는 그 도로나 하천 주변에 들어가지 말라는 뜻이고, 외출금지는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뜻입니다. 세 조치는 위험의 종류와 위치가 다르므로, 문자를 받았다면 우리 동네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적힌 동네 이름을 지나치고 "또 그 얘기겠지" 하고 넘기면, 정작 내가 있는 곳에 해당하는 안내를 놓치게 됩니다.
이날 새벽 상황을 전하는 목격담도 잇따랐습니다. "고현동 일대는 물이 허리까지 찼다", "차량이 빗물에 떠내려가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옥포 거북선 주차장과 장평 포레나 인근, 상동동, 수월동 등 도심 곳곳에서도 도로가 물에 잠기며 통행이 통제됐습니다.
일부 지역은 도로 침수와 떨어진 돌 때문에 소방차 같은 긴급 차량조차 진입이 어려웠습니다. 시가 새벽 내내 차량 이동 자제를 거듭 당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시각 통영에서도 이틀 동안 400㎜가 넘는 비가 내렸고, 고성 하이면도 300㎜를 넘어섰습니다. 거제 한 곳만의 이례적인 폭우가 아니라, 남해안 일대가 함께 물에 잠긴 밤이었습니다.
참고
- 연합뉴스, KBS 뉴스, MBC 뉴스, YTN, SBS, 부산일보,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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