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법원이 지목한 건 천장 6.14mm였습니다

2026년 8월 24일 · 한국

10년 전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 한 대에 불이 났습니다.

불은 천장과 벽면으로 옮겨붙었고 다른 차량과 전기·통신 설비까지 망가뜨렸습니다. 최근 법원은 이 화재를 두고 시공사가 보험사에 18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이 짚은 건 스프링클러가 아니라 천장이었습니다. 왜 천장이었을까요.

3줄 요약
1. 지하주차장 화재, 천장 마감재도 원인이었습니다
2. 설계는 10mm, 실제 시공은 6.14mm였습니다
3. 확인할 곳은 관리사무소 점검 이력입니다

차 한 대에서 시작된 불이 주차장 천장을 타고 번졌습니다

2016년 6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화재가 났습니다. 불꽃은 곧 주차장 천장과 벽면으로 옮겨붙었고, 다른 차량 여러 대가 타거나 그을렸습니다. 전기·통신 설비도 못 쓰게 됐습니다. 한국아파트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지하주차장 안의 옥내소화전스프링클러 가압펌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뉴스에서 흔히 보는 지하주차장 화재입니다. 다른 점은 그 뒤입니다. 이 불은 10년 가까이 법정에서 다뤄졌고, 그러는 동안 불이 왜 그만큼 번졌는지가 하나씩 뜯어봐졌습니다.

먼저 입주자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시공사와 관리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법원은 두 회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 판결은 시공사의 상고가 기각되면서 2021년 12월 확정됐습니다. 이번에 나온 판결은 그다음 이야기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계약한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23억여 원을 먼저 지급한 뒤, 그 돈을 시공사에서 돌려받겠다며 구상금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이 소송의 항소심에서 시공사가 보험사에 18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대신 치른 쪽이, 원인을 만든 쪽에 그 몫을 청구한 것입니다.

설계도면은 10mm, 실제로 재보니 6.14mm

법원이 주목한 건 '뿜칠'이라는 마감재였습니다. 지하주차장 천장에 스프레이로 뿜어 붙이는 내화 마감재로, 단열재와 구조체를 불로부터 지키고 화재가 번지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이 아파트 설계도면은 두께를 10mm로 정해뒀습니다.

그런데 감정 결과, 천장 쪽 단열재와 콘크리트 부위 8곳의 뿜칠 두께는 평균 6.14mm였습니다. 이 가운데 3곳은 5mm에도 못 미쳤습니다.

몇 밀리미터 차이가 왜 문제가 되는지는 감정인의 설명에 담겨 있습니다. 뿜칠이 얇을수록 열전달이 빨라져 뿜칠과 단열재가 맞닿은 면의 온도가 급하게 올라갑니다. 그러면 뿜칠이 벗겨지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드러난 단열재는 불이 붙는 온도에 더 빨리 도달합니다. 불이 옮겨 다닐 길이 그만큼 일찍 열리는 셈입니다. 감정인은 이 아파트 뿜칠이 결함 없이 시공됐다면 화재 확산 속도가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시공사가 펴낸 건축기술지침에도 지하주차장 뿜칠 두께는 10~30mm로 적혀 있었습니다. 회사가 스스로 세운 기준에도 못 미치는 두께였다는 뜻입니다. 법원이 이를 시공상 과실로 본 이유입니다.

"스프링클러 탓"이라는 항변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졌나

시공사는 재판에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 정도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뿜칠 시공도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다는 전제로 한 것이니 과실이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처음 불이 난 차량과 그 주변에 대해서만 타당한 얘기이고, 불길이 그 너머로 번진 구간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봤습니다. 뿜칠이 제대로 시공됐어도 그 구간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원인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관리업체가 화재수신반과 스프링클러의 연동을 꺼둔 과실, 시공사가 뿜칠을 얇게 한 과실이 겹쳐 불이 커졌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었습니다. 다만 법원은 이 아파트가 2013년 10월 준공돼 시공 하자에 대한 책임 기간이 사고 전에 지났다는 점, 마감재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낡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공사의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같은 하자를 두고 결론이 갈린 재판도 있었습니다. 관리업체 측 보험사가 시공사를 상대로 낸 별도의 구상금 소송에서는, 뿜칠을 설계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더라도 화재 확대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구가 기각됐습니다. 같은 화재, 같은 마감재를 놓고도 법원의 판단이 늘 한 방향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볼 수 있는 것

뿜칠 두께는 입주민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대신 관리사무소에 소방시설 점검 결과와 스프링클러 정기 점검 이력을 물어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관리업체의 과실로 인정된 화재수신반과 스프링클러의 연동이 꺼져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전기차가 늘면서 지하주차장 화재 대응은 계속 논의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투데이경제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의회 장송회 의원은 전기차가 밀집된 공동주택과 지하주차장의 화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장비와 진압 체계를 계속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몇 밀리미터가 실제 화재에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이번 판결이 보여준 셈입니다. 우리 집 지하주차장이 안전한지는 결국 서류 몇 장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관리사무소 문을 한 번 두드려 볼 이유입니다.

참고

  • 한국아파트신문, 투데이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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