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근로자가 같은 회사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21차례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받은 실업급여가 1억 400만 원입니다.
부정수급 아니냐는 말이 먼저 나왔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에는 이 사람이 규정을 어겼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3줄 요약
1. 실업급여는 받은 횟수를 따지는 규정이 없습니다
2. 한 사람은 21번을 반복해 1억 400만 원을 받았습니다
3. 감액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회사를 스물한 번 오간 사연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지난 17일 공개했습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를 가장 많이 받은 상위 10명을 들여다봤더니, 한 근로자가 같은 사업장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최대 21차례 반복하며 총 1억 4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사례 자체는 지난해에도 한 차례 알려진 적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숫자만 보면 '실업급여 스킬'이라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하지만 여러 번 받았다는 것과 부정수급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고용보험법이 부정수급으로 보는 것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은 경우입니다. 일하지 않은 기간을 일한 것처럼 신고하거나, 다시 취업한 사실을 숨기는 식이죠. 여러 번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21번을 막을 규정이 애초에 없습니다
구직급여, 흔히 말하는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조건을 여러 개 함께 채워야 합니다. 이직하기 전 18개월 동안 보험료를 낸 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하고, 스스로 그만둔 것이 아니어야 하며, 일할 뜻과 능력이 있는데도 취업하지 못한 상태여야 합니다. 재취업하려고 실제로 움직였다는 것도 보여야 합니다.
조건은 이렇게 여러 개인데, 그 어디에도 '이번이 몇 번째인가'를 묻는 항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회사에서 나왔다 들어가기를 되풀이해도 그때마다 180일을 새로 채우면 다시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계절적으로 일감이 끊기거나 짧은 계약이 반복되는 일터의 노동자를 지키려고 만든 제도가, 어떤 사업장에서는 사실상 인건비를 대신 메워주는 통로로 쓰일 여지가 생기는 지점입니다.
네 명 중 한 명 이상
지난해 같은 사업장에서 실업급여를 세 번 이상 받은 사람은 2만 1,537명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9천 명 수준이었으니 6년 만에 2.4배가 됐습니다. 다섯 번 이상 받은 사람도 7,033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다만 이번 자료에서 제일 눈여겨볼 숫자는 21회가 아니라 다른 쪽에 있습니다. 지난해 구직급여를 받은 사람은 172만 2천 명이었고, 이 가운데 최근 5년 안에 두 번 이상 받은 사람이 28.8%였습니다. 반복 수급이 유별난 몇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급자 네 명 중 한 명 이상의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한국정책학회보에 실린 논문은 세 번 이상 받은 집단을 따로 떼어 분석했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은 것이 이들의 근로 성과를 특별히 나아지게 하지도, 나빠지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이 애초에 구조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계층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반복 수급자를 한 덩어리로 묶어 문제 삼기 전에, 왜 반복해서 일자리를 잃는지부터 물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3회 10%, 6회 이상 50%
제도를 손보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습니다. 논의되는 안의 뼈대는 5년 안에 세 번 이상 구직급여를 받으면 횟수에 따라 급여를 깎는 방식입니다.
| 5년간 받은 횟수 | 깎이는 비율 |
|---|---|
| 3회 | 10% |
| 4회 | 25% |
| 5회 | 40% |
| 6회 이상 | 50% |
급여를 기다리는 대기 기간도 지금의 7일에서 최대 4주까지 늘리는 안이 함께 논의됩니다. 다만 구체적인 감액 폭은 시행령에 맡기게 돼 있어서, 위 표의 숫자는 거론되는 방안이지 확정된 기준이 아닙니다. 저임금 근로자나 일용직처럼 본인 뜻과 무관하게 자주 실직하는 사람은 횟수 계산에서 빼자는 보완책도 함께 논의됐습니다.
이 안은 2021년에 국회에 제출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다시 추진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노동계는 고용이 불안해서 어쩔 수 없이 반복해 받는 사람들을 사실상 부정수급자로 모는 접근이라며 반대해 왔습니다. 고의로 반복해 받는 사람을 걸러내는 일과, 구조적으로 실직을 되풀이하는 사람을 돕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게 이 논쟁의 핵심입니다.
문은 좁히면서 동시에 넓히는 정부
이상한 대목은 여기서 나옵니다. 반복 수급을 줄이려는 논의와 정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같은 시기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35세 미만 청년이 스스로 그만두더라도 평생 한 번은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직 전 임금의 60%, 월 100만 원 안팎이 거론됩니다. 예술인과 노무제공자까지 고용보험을 넓혀 대상을 95만 명에서 최대 160만 명으로 늘리는 계획도 있습니다. 둘 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돈이 넉넉해서 넓히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은 5,920억 원 적자를 냈고, 구직급여가 나가는 실업급여 계정은 실질 적립금 기준으로 6조 원 가까운 적자입니다. 청년 방안에는 다른 걱정도 붙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35세 미만 자진퇴사자 가운데 근속 1년이 안 되는 사람이 66.5%였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그만둔 사람만 따로 보면 20~24세에서 그 비율이 80.1%까지 올라갑니다. 요건을 느슨하게 만들면 실업급여가 퇴사 후 받는 수당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편 이미 정해진 것도 하나 있습니다. 하루 6만 6,048원인 구직급여 하한액은 내년에 6만 8,480원으로 2,432원 오릅니다. 2027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700원으로 결정됐고,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 수준에 연동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지금 확정된 것은 내년에 오르는 하한액 하나뿐입니다. 감액도, 청년 지급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뉴스에서 '21번'이라는 숫자를 다시 만나더라도 정작 확인할 것은 그 숫자가 아니라, 감액안이 국회를 넘었는지입니다.
참고
- 한국경제, OBC 뉴스, 위키트리, 한국사회복지저널, 경북매일, SBS Biz,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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