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시청률 기사 두 개가 나란히 떴습니다.
'유부녀 킬러'는 9.7%를 찍고도 제목에 '소폭 하락'이 붙었고, '그래, 이혼하자'는 0.3%대에 '냉혹한 성적표'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숫자 차이는 서른 배 가까이 나는데, 둘 다 아쉬운 성적으로 읽힙니다. 왜 그럴까요.
3줄 요약
1. 시청률은 채널에 따라 집계 방식이 다릅니다
2. 유부녀 킬러 9.7%, 그래 이혼하자 0.3%대
3. 숫자보다 어느 채널인지부터 보세요
채널이 다르면 나란히 놓을 수 없습니다
같은 '시청률'이라는 말을 쓰지만, 지상파와 종합편성·케이블 채널은 시청률을 집계하는 모집단과 방식이 서로 다릅니다. 표본 가구는 같아도 어떤 범위를 분모로 삼느냐가 달라서, 같은 숫자를 그대로 맞대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MBC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는 지난 21일 방송에서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가구 9.7%, 수도권 가구 9.8%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회차인 10.2%보다 낮아졌다고 해서 '소폭 하락'이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이 드라마의 자체 최저 시청률은 7.4%입니다. 9.7%는 이 드라마 안에서는 꽤 높은 축이고, 이날도 금토드라마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반면 KBS Drama·GTV 수목드라마 '그래, 이혼하자'는 지난 19일 첫 방송에서 KBS Drama 0.4%, GTV 0.2%를 기록했고, 2회에서도 0.3%대에 머물렀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연 이민정은 2020년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최고 시청률 37%를 찍은 배우입니다. 같은 사람이 나오는데 숫자는 백 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위키트리 보도에 따르면 지상파 주말극과 케이블 수목극은 편성 시간대부터 다르고('그래, 이혼하자'는 밤 11시 방송입니다), 그 사이 케이블과 OTT, 숏폼이 시청 시간을 잘게 나눠온 미디어 환경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배우나 작품을 떠나, 채널과 시간대가 다르면 애초에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없는 숫자라는 이야기입니다.
한 회차에도 숫자는 세 개입니다
기사 한 편 안에서도 서로 다른 수치가 섞여 나옵니다. '유부녀 킬러' 7회는 세 가지로 발표됐습니다.
| 기준 | 유부녀 킬러 7회 |
|---|---|
| 수도권 가구 | 9.8% |
| 전국 가구 | 9.7% |
| 2054 타깃 | 3.7%, 시간대 1위 |
마지막 숫자가 유독 낮아 보이지만, 아이즈(ize) 보도에 따르면 이 2054 시청률은 그날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 중 1위였습니다. 광고 업계가 참고하는 20~54세 타깃 시청률은 전체 가구 시청률과 아예 따로 집계되기 때문에, 숫자가 작아도 같은 시간대 안에서는 1등일 수 있습니다.
'평균'과 '순간 최고'도 다른 숫자입니다. 같은 회차 기사에는 순간 최고 12.2%라는 표현이 함께 실렸는데, 이건 특정 장면 하나가 찍은 수치이고 방송 전체 평균은 9.7%입니다. 제목에 어느 쪽이 올라가느냐에 따라 같은 회차가 '하락'으로도 '급등'으로도 읽힙니다.
낮은 숫자가 곧 실패는 아닙니다
시청률만 떼어 보고 흥행 여부를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SBS 화요 예능 '틈만나면,' 시즌5는 2049 시청률이 1.4%였습니다. 1%대라는 숫자만 보면 초라하지만, OSEN 보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가구 시청률에서 같은 시간대 예능·드라마·교양을 통틀어 전체 1위였고,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시리즈 부문에 2주 연속 이름을 올렸습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8월 2주 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뉴스 화제성에서도 4위에 올랐습니다.
'유부녀 킬러' 쪽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원작 웹툰 조회수가 드라마 방영 전보다 10배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누적 조회수는 1억 9000만 회를 넘었습니다. 이런 지표는 시청률 표에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방송가는 시청률 옆에 OTT 순위와 화제성 지수를 함께 놓고 봅니다. 본방 시청률 하나로 성적을 매기던 시절의 감각으로 기사를 읽으면, 숫자는 봤는데 실제로 뭐가 잘되고 있는지는 못 보게 됩니다.
다음에 '시청률 몇 % 기록'이라는 기사를 만나면, 그 채널이 지상파인지 케이블인지, 전국인지 수도권인지, 가구인지 2049·2054인지, 평균인지 한 장면의 순간 수치인지부터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네 가지만 갈라 봐도 기사 제목이 붙인 '하락'과 '냉혹'이 꽤 달라 보입니다.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어떤 잣대로 나왔는지가 먼저입니다.
참고
- 위키트리, 아이즈(ize), 톱스타뉴스, OSEN,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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