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알타이산맥의 한 캠핑장에서 20대 여성이 불곰의 습격을 받아 숨졌습니다.
출동한 경찰과 산림 감시원은 곰을 향해 총을 쏘지 못했습니다. 하늘로 공포탄만 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국립공원 도로변에 식빵 39킬로그램이 버려졌고, 도쿄도는 19년 만에 곰 사냥을 다시 열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곰의 경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3줄 요약
1. 캠핑장 텐트가 불곰에게 뚫렸습니다
2. 주민들은 마을 주변에 곰 20마리를 말합니다
3. 원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8월 19일 새벽 1시, 이스토크 캠핑장
러시아 남부 시베리아 알타이공화국 아르티바시 마을, 텔레츠코예 호수 인근의 이스토크 캠핑장이었습니다. 야영하던 29세 여성이 새벽 1시쯤 불곰의 습격을 받아 숨졌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 출신으로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습니다.
바로 전날, 그는 약혼자에게 청혼을 받았습니다.
곰은 두 사람이 잠들어 있던 텐트를 찢고 들어왔습니다. 여성을 텐트 밖으로 끌어낸 뒤 강 건너편까지 데려갔습니다. 약혼자와 주변 캠핑객들이 소리를 지르고 차량 전조등을 비추며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곰은 총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한 목격자는 말했습니다. 시신은 곰이 현장을 떠난 뒤에야 수습됐습니다.
경찰은 왜 하늘에만 쐈을까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산림 감시원은 곰을 겨누지 않았습니다. 대신 하늘을 향해 공포탄만 발사했습니다. 목격자들은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목표물을 향해 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었다고 전합니다. 사람을 공격한 곰을 눈앞에 두고도 규정을 지킨 대응에, 마을에서는 "죽일 기회가 있었는데도 규정을 핑계로 공중에 쐈다"는 분노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 대응에 대한 당국의 공식 설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마을에는 원래도 곰이 자주 나타났습니다. 주민들은 마을 주변에 약 20마리의 불곰이 돌아다닌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건 주민들이 체감으로 말한 수이지, 당국이 센 개체수는 아닙니다. 사건 전날 밤에도 다른 주민이 불곰에게 쫓겨 자동차 전조등을 비추고서야 간신히 몸을 피했습니다.
원인을 두고는 지역 수렵 협회 관계자의 설명이 인용됐습니다. 사냥 허용 기간이 30일로 줄면서 곰이 늘었고, 먹이가 부족해진 곰들이 사람 사는 곳까지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주장입니다. 당국이 확인한 원인은 아직 없습니다.
사건 이후 이 지역에는 10일간의 고도 경계 상태가 선포됐고, 숲과 호숫가의 텐트 설치는 전면 금지됐습니다. 8월 21일에는 인근에서 곰 12마리가 사살됐다는 후속 보도가 나왔지만, 그중에 그날의 곰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알타이공화국 검찰청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도로 150미터에 놓인 식빵 39킬로그램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도 곰과 사람의 거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돗토리현 다이센오키 국립공원을 지나는 158번 현도에서, 자연공원재단 직원이 8월 14일 가드레일을 따라 약 150미터 구간에 놓인 식빵 30여 개를 발견했습니다. 그날 다 치웠는데 다음 날 또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도 있었습니다.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반복되면서 회수된 양은 39킬로그램. 19일에는 식빵 말고 닭 내장류까지 함께 버려져 있었습니다.
누가, 왜 버렸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려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지만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재단이 걱정하는 건 의도가 아니라 결과 쪽입니다. 이 일대에 올해 들어 반달가슴곰 목격이 잦은데, 도로변에 음식이 쌓이면 곰이 그쪽으로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로드킬이 나거나, 사람과 마주칩니다. 전문가들도 국립공원에 음식물을 버리는 행위가 야생동물의 행동을 바꿔 사람과의 접촉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도쿄가 19년 만에 다시 꺼낸 것
도쿄도는 내년도부터 시행할 반달가슴곰 관리계획안을 내놨습니다. 19년 만에 사냥을 다시 여는 방안이 여기에 담겼습니다. 아직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검토 중인 계획안입니다.
하치오지시 등 다마 지역에서 곰이 생활권 가까이 나타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것입니다. 대상 지역은 도서 지역을 뺀 도쿄도 전역, 기간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로 잡혀 있습니다. 도쿄에 사는 반달가슴곰은 120~378마리로 추정되고, 평균 추정치 235마리를 기준으로 연간 34마리 포획을 검토합니다.
숫자보다 눈여겨볼 건 목표 쪽입니다. 도쿄도가 내건 것은 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인명 피해 '제로'입니다. 그래서 사냥만 하는 게 아니라 전기 울타리를 세우고, 곰이 시가지로 들어오는 통로가 될 수 있는 하천 부지를 따로 관리합니다. 곰과 사람의 생활권을 떼어놓겠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사냥을 줄인 곳과, 다시 열려는 곳
알타이공화국에서는 사냥 기간이 줄어 곰이 늘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도쿄는 반대로 19년 만에 사냥을 다시 열려 합니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두 지역이 마주한 문제는 같습니다. 곰이 사는 곳과 사람이 사는 곳이 겹치는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사람의 행동이 얹힙니다. 돗토리 도로변의 식빵처럼, 누군가 놓아둔 음식 하나가 야생동물을 도로와 마을 쪽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산이나 캠핑장을 찾을 계획이라면 음식물 보관이 첫 번째 대비입니다. 다만 흔히 하는 "차 안에 넣어두면 된다"는 방법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곰은 차량 안의 음식 냄새를 맡고, 차를 부수기도 합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도 차량 보관을 안전한 방법으로 안내하지 않습니다. 곰이 나오는 지역이라면 그 지역 관리기관이 안내하는 곰 방지 보관함이나 밀폐 용기를 쓰는 것이 맞습니다. 곰 출몰 소식이 들리는 곳이라면 야간 이동과 야영지 선택도 한 번 더 확인해 볼 일입니다.
참고
- 뉴시스, 뉴스1, 머니투데이, 전자신문, 한국면세뉴스, 재팬코리아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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