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할 때 타이어가 스토퍼에 '툭' 닿을 때까지 차를 밀어 넣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스토퍼에 타이어를 대는 습관이 타이어를 빨리 닳게 하거나 서스펜션에 무리를 준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립니다.
정말 그럴까요.
3줄 요약
1. 저속으로 가볍게 닿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아닙니다
2. 천천히 닿는 것과 세게 부딪히는 것은 다릅니다
3. 차가 낮다면 범퍼 하단부터 확인해 보세요
"타이어가 빨리 닳는다"는 말, 근거가 있을까
주차 스토퍼는 애초에 차량이 더 들어가지 않도록 위치를 잡아주려고 놓은 시설입니다. 저속으로 다가가 가볍게 닿는 정도는 이 시설이 원래 하라고 만들어진 일을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스토퍼에 타이어가 살짝 닿는다는 이유만으로 타이어 마모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고 볼 근거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걱정이 퍼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타이어가 뭔가에 닿아서 멈추는 감각이 주차할 때마다 반복되니, 그 접촉이 쌓이면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은 겁니다. 자연스러운 추측이지만, 실제로 타이어에 무리가 가는 상황과는 조건이 다릅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문제는 '접촉'이 아니라 '충격'입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타이어가 연석이나 장애물에 부딪히면 손상이나 공기압 저하가 생길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도 연석이나 구덩이 같은 곳에서 강한 충격을 받은 뒤에는 타이어를 점검하라고 권합니다. 두 곳 다 짚는 건 '닿았다'가 아니라 '얼마나 세게 부딪혔느냐'입니다.
천천히 닿는 것과 세게 부딪히는 것은 다릅니다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달리다 연석에 부딪히는 상황과, 주차하며 차가 거의 멈춘 채로 스토퍼에 가볍게 닿는 상황은 타이어가 받는 힘 자체가 다릅니다. 후자는 순간적으로 큰 충격이 실리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주차 과정에서 가볍게 닿았다는 이유만으로 타이어 수명이 크게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타이어 수명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는 따로 있습니다. 적정 공기압을 유지하고, 타이어의 위치를 정기적으로 바꿔주는 로테이션을 하고, 바퀴의 무게 균형을 잡는 휠 밸런스와 바퀴가 향하는 각도를 맞추는 휠 얼라인먼트를 관리하는 쪽입니다. 특히 공기압은 타이어의 안전성과 내구성은 물론 연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매번 주차할 때 나는 '툭' 소리를 걱정하는 것보다, 한 달에 한 번 공기압을 확인하는 쪽이 실제로는 더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별개처럼 보이지만 사실 연결돼 있습니다. 공기압이 낮으면 타이어가 바닥에 닿는 면이 넓어지면서 가장자리가 빨리 닳고, 각도가 틀어지면 네 바퀴가 고르게 닳지 않습니다. 로테이션은 이렇게 불균등하게 닳는 정도를 나눠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타이어 옆면인 사이드월에 혹이 생기거나 부풀어 오른 부분이 보인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런 변화는 타이어 내부의 골격이 손상됐다는 신호일 수 있어서, 발견하면 곧바로 타이어를 교체하는 게 안전합니다. 강한 충격을 받은 뒤라면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내부가 손상됐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쉐린은 이런 경우 전문가에게 점검을 받으라고 권합니다. 눈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는 내부 손상 여부를 가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차가 낮다면 범퍼 하단부터 확인해 보세요
스토퍼 때문에 정작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타이어보다 차량 하부입니다. 차마다 차체 높이와 범퍼, 엔진룸 아래를 덮는 언더커버가 놓인 위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타이어가 스토퍼에 닿았다고 해서 차량 앞부분까지 반드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차체가 낮은 차, 또는 앞바퀴보다 앞쪽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긴 차라면 어떨까요. 이런 차는 타이어가 스토퍼에 닿은 뒤에도 범퍼 하단이나 언더커버가 스토퍼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앞으로 튀어나온 길이를 오버행이라고 부릅니다. 세단보다 낮게 세팅한 차나 스포일러가 앞쪽까지 내려온 차라면 이 차이가 더 두드러집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토퍼를 '여기서 멈추면 된다'는 신호로만 쓰고, 스토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내거나 세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충분합니다. 천천히 다가가 차가 멈추기 직전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스토퍼에 닿기 전에 멈추는 쪽이 가장 안전합니다.
스토퍼를 타이어로 타고 넘어가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이건 가볍게 닿는 것과는 별개로, 연석을 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충격이 실릴 수 있는 행동입니다.
매번 주차할 때 나는 '툭' 소리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스토퍼에 세게 부딪힌 기억이 있다면 타이어 옆면과 휠의 겉모습을 확인하고, 전문점에서 점검을 받는 쪽이 안전합니다. 습관 하나를 탓하기 전에, 그 습관이 정말 문제인지부터 구분하는 게 먼저입니다.
참고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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